“내가 꼰대라고? 인정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솔직히 좀 억울하다. 아마 네가 내 상황이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걸?” 선배가 이해 안 되는 후배들의 사정, 꼰대라는 말로 뭉뚱그려 손가락질하기엔 다소 애매한 선배들의 속사정을 모아봤다. 어느 쪽에 더 공감이 가는지? 어떤 상황에서건 남의 흠이 더 커 보인다면 그게 바로 새싹 꼰대 초기 증상이니 주의할 것. 그럴 땐 이것만 명심하면 된다. “나나 잘하자.”


 

#1 

 

가끔은 언니가 너무 윗사람의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게 느껴져. 그렇지만 우리 겨우 두 살 차이야! 언니가 빠른 연생이라 생일로 계산하면 개월 수 차이도 얼마 안 날걸? 그런 언니가 씁쓸한 얼굴로 “젊어서 좋겠다”, “어휴, 이제 나도 예전 같지가 않다”라는 식의 자조할 때마다 좀 웃겨.

내 눈엔 언니도 청춘인데 왜 그렇게 나이 많은 척을 하는 거야! 게다가 요즘 들어 내가 털어놓는 진지한 고민을 찰나의 감정으로 가볍게 넘기는 것 같아 서운할 때도 있어. 내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을 얘기하는데 언니가 “한참 그런 고민 많이 할 때지”, “그런 것도 시간 지나면 익숙해져”라고 넘겨버리면 더 기운이 빠져버린다고.

 

 

너는 겨우 두 살 차이라고 말하지만 내 눈엔 네가 얼마나 어리고 활기 넘쳐 보이는지 몰라. 나에게도 분명 그런 생생한 젊음이 있었지만 그게 얼마나 귀한 건지 모르고 지나쳐버린 걸 후회하기 때문에 너는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야. 솔직히 부러운 것도 있고. 그래서 습관처럼 “좋을 때다”가 나오나 봐.

그리고 너도 내 나이 되어보면 알겠지만 스물다섯 살이 되니까 하루가 다르게 몸이 안 따라주는 건 사실이야! 나도 너처럼 밤새워 술 마신 다음 날 또 회식 가도 멀쩡하고, 한파에도 치마 입고 캠퍼스를 누비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롱패딩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내 서러움을 알아달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야. 젊고 건강한 날은 짧으니 아쉽지 않을 만큼 제대로 누렸으면 하는 마음인 거야. 넌 내가 아끼는 동생이니까. 하지만 네가 불편하다고 하니 앞으로는 조심할게.


 

#2

 

선배, 며칠 전에 갑분싸 됐던 때 기억나요? 선배가 MT 마지막 날에 아무리 친해도 예의는 지키자고 소리 질렀잖아요. 솔직히 좀 놀랐어요. 우리 사이에 예의는 무슨 예의예요. 맨날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가족처럼 붙어 다니는데. 우리가 너무 심하게 놀렸나 생각도 해봤는데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갑자기 그러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자기 불리할 때만 나이 이야기 꺼내는 게 치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게 갑자기 화낼 거면 미리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갑자기가 아니라 이제껏 말 못 한 게 쌓였다 터졌을 뿐이야. 사실 너희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거든. 친한 사이에 장난치는 거? 그럴 수 있지. 근데 만날 때마다 졸업은 언제 하냐고, 나이 먹었다고 놀리면 솔직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아. 그래도 거기서 화내면 꼰대라고 할까봐 참았어. 같이 밥 먹을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이 계산을 미루는 것도, 과방 어지럽혀 놓고 단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것도(그 청소 늘 내가 했다), 시험 기간에 연락해서 맡겨 놓은 듯이 족보 요구하는 것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꼰대 같아 보일까봐 다 참았다고!

MT 가서 분위기 험악해진 거? 너희가 일 박 이 일 동안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뒷정리마저 선배들에게 미룬 채 선발대로 먼저 가고 싶다고 징징거리기에 한마디 한 거야. 이게 꼰대라서 그런 거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될 예의를 꼰대라는 말로 퉁 치는 건 아니고?


 

#3

 

선배, 그거 알아? 동아리 회장 되고 잔소리 엄청 심해진 거. 축제 준비하느라 집에도 못 가고 밤늦게까지 박스 포장하고 있는데, “내일부터는 진짜 열심히 해야 돼” 일장연설 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 동기들이랑 “요새 애들은 동아리에 애정이 없다”라고 구시렁거리는 것도 솔직히 다 들리거든! 선배가 맡은 일이 많은 건 인정해.

그러면 차라리 우리한테 일을 좀 나눠줘. 자기가 못 믿어서 하나하나 다 간섭하는 거면서.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처럼 무게 잡고 있으면 얼마나 눈치 보이는 줄 알아? 이런 말 하면 선배 삐질까봐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동아리의 평화를 위해서 한마디 할게. 선배 요즘 꼰대 같아!

 

 

선배들 보면서 ‘나는 저렇게 꼰대처럼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회장 되고 나니까 솔직히 선배들이 왜 그랬는지 좀 알 것 같더라. 차라리 너희한테 일을 좀 나눠 달라고? 박스 겉면에 스티커 붙이고 과자 넣는 것도 엉망으로 해놓는 너희한테? 포스터 사건은 기억 안 나? 잘 만들겠다고 호언장담 해놓고 결국 마감 시간 안 지켰잖아. 연락은 안 받고 인스타는 하고. 나중에 아팠다는 뻔한 핑계로 때우고. 어때? 이래도 내가 꼰대라서 잔소리한 거야?

사실 너희가 현생에 치이면서 동아리에 애정 가지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그래도 일할 때는 책임감 갖고 좀 더 열심히 해주라. 앞으로는 너희 입장도 생각하면서 말할게. 물론 쓴소리를 아예 안 할 순 없겠지만! 우리 동아리를 위해서 좋은 꼰대가 될게. 얘들아 꼰대랑 잘 지내줘서 고맙다. 그래도 축제 잘돼서 좋았지?


 

#4

 

너 언제부턴가 내가 고민을 말하면 자꾸 네 기준에서 ‘정답’을 내려주려고 하더라. 최근에 만났을 때만 해도 그래. 그때 내가 요즘 무기력해서 일주일에 세 번 알바만 간신히 하고 있다고 했잖아. 계획했던 일들을 자꾸 미루게 돼서 걱정이라고.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너는 또 답답하다는 눈빛을 장착하고 조언을 가장한 충고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하더라.

솔직히 네가 이런 식으로 잘잘못을 따지면서 단언할 때면, 분명 동갑인데도 너한테서 꼰대 스멜이 느껴져.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분량이 다른 건데, 네 기준만 가지고 이게 옳다 틀리다 하면서 내 앞길을 논하는 건 좀 아니지 않니?

 

 

표현이 좀 거칠었던 건 미안해. 그런데 너의 징징거림은 도가 지나치단 말이야. 이틀에 한 번꼴로 전화해서 “힘들어·우울해·속상해” 폭격을 가하는 건 기본이고, 만날 때마다 무기력하다고 하잖아. 나도 처음엔 네가 많이 지쳐서 그런가 보다 했어. 그래서 말 하나하나 다 들어주고, 나름대로 방안도 생각해서 얘기해줬지.

그런데 넌 번번이 “이건 이래서 못 하겠고 저건 저래서 싫어”라고 하면서 제자리걸음만 했잖아. 두 달 전에도, 석 달 전에도! 그래 놓고 돌아서면 “불안해, 무기력해, 어떡하지?”라고 하니까 나도 답답해서 세게 말한 거야. 그리고 나도 사람인지라, 난 지금 졸업 논문에 취업 준비에 알바까지 하느라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있는데, 너는 몇 개월째 같은 얘기를 반복하면서 칭얼거리니까. 나도 이제는 좀 지치고 버겁다 친구야.


 

#5

 

형, 우리가 꼰대라고 놀리잖아요. 그거 장난 아니고 진심이에요. 요즘 형이 부를 때마다 못 나가서 섭섭해 하는 거 알아요. 그래도 그렇게까지 삐진 걸 티낼 필요 있어요? 그리고 솔직히 술자리마다 가족 같다고 뿌듯해하는 것도 18학번들 부려먹을 수 있어서 좋은 거잖아요.

만나면 물 따르고, 고기 굽고, 아이고 형님 하니까! 그러면서 매번 “세 살 차이는 친구지” 하는데, 그거 진담 아니죠? 우리가 진짜 친구 먹으려면 우정 앞에 나이 없는 할리우드처럼 아예 형 자 떼고 야야 해야 될 텐데. 그럴 수 있겠어요? 물론 형한테 고마운 거 많죠. 올해 초에 어리바리했던 신입생 챙겨줘서 학생회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거 잊지 않았어요. 좀 꼰대 같은 것만 빼면 진짜 형만 한 선배가 없는데.

 

 

나한테 ‘고인 물’이라고 했던 게 진심이었구나…. 미안하다. 꼰대라서. 나는 너희랑 학교 다니는 게 진심으로 재밌었는데. 동기들은 다 떠나고 혼자 쓸쓸하게 지내던 참에 너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다고. 처음엔 불편하게 생각할까봐 조심스러웠지만 우리 생각보다 동갑처럼 잘 지냈잖아. 내가 열심히 반찬 나른 건 기억 못 하는 거니! 생각해보니 너희 좀 서운하다. 언제는 “밥 잘 사주는 좋은 형”이라더니.

팀플 버스 태워주고, 족보 나눠줄 때는 친하게 지냈으면서…. 너희도 몇 년만 지나면 나 같은 신세가 될 걸! 모임 나오라고 잔소리한 건 미안해. 너희가 너무 좋은 걸 어떡하니. 그리고 반말하라는 건 정말로 해도 돼. 너희 사실 반말만 안 했다뿐이지 나한테 별말 다 하잖아. 앞으로 형이 고기 구우면 우리 진짜 가족같이 친해질 수 있을까? 형부터 잘 해볼게. 그러니 꼰대랑도 예전처럼 잘 놀아주라!


[868호 – special]

campus editor 김예란 박지원 서유정 원아연

illustrator 남미가


호주스타일로 출근하면 어때?

진짜 호주를 만날 시간


표지모델! 연세대 의류환경학과 19 최희승

연세우유크림빵과 드라마 덕후라면서요...?

 

놀거리 볼거리 가득했던 한양대 축제

티젠 콤부차 부스에 가다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살자 우리

재미있게 살고 싶다면 매일이 축제라고 생각하며 살아보자.

 

축제는 추억이 되고

대학 축제라는 것이 행복한 대학 생활의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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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폰서로 등장한 본디(Bond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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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