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부모님이 탈모가 아닐 것. 둘째, 남성 호르몬을 제거할 것. 셋째, 머리가 빠지기 전에 세상을 뜰 것. 요즘 SNS에서 핫한 짤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의사가 말해주는 대머리가 되지 않는 법’이라나요. 맞는 말이죠. 탈모는 유전이나, 남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하니까. 그렇지만 남들처럼 ‘ㅋㅋㅋㅋ’ 댓글을 남기기는 힘들었어요. 저도 그 거대한 영향력의 피해자니까요.

 

20대 중반이 되니까 갑자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한 건 1년 전부터예요. 막 취업을 했을 때라 처음에는 적응 스트레스로 잠깐 그렇겠거니 했는데, M자 이마가 점점 심해지더라고요. 정수리도 숱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그렇지만 부모님 두 분 다 문제없으셔서, 속으로 끙끙 고민만 했어요. 감추려고 캡 모자를 쓰거나, 신경 써서 머리를 빗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죠. 그러다가 제 걱정을 알게 된 친구들의 권유로 병원에 가게 됐어요. 대기실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는데, 생각보다 어린 분들이 많은 거예요. 그제야 안도감이 좀 들더라고요.

 

 

확실히 치료는 효과가 좋아요. 갑자기 머리숱이 늘어난다거나 완치가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유지와 예방은 가능하거든요. 효과가 좋은 만큼 치러야 할 대가가 크긴 하지만요. 일반적인 탈모는 보험 적용이 안 되거든요. 탈모 치료제는 보통 하루 한 알 복용하는데, 처방전 자체도 비싸고. 약 값만 세 달 평균 16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요.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모발 이식을 알아봤다가 바로 포기한 것도 금전적인 이유예요. 단위가 달라서 엄두도 안 나더라고요.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약값에, 탈모 샴푸나 영양제 등 보조 수단까지 사려면 금액이 더 커지니까. 어쩔 수 없이 옷을 사거나,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등 저를 행복하게 하던 소비들을 포기해야 했어요.

 

그런 불편까지도 다 감수하는 이유는 자신감을 되찾고 싶어서예요. 제가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는 건 아주 친한 친구들 아니면 모르거든요. 일단 직장 생활을 할 때나, 썸 탈 때처럼 연애 초기에는 먼저 당당하게 말할 수가 없어요.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곱지 않잖아요. 나를 나로 바라봐주지 않으면 어쩌지 자꾸 위축돼요. 제겐 심각한 고민인데 대다수는 농담거리로 치부해버리니까요. 차라리 말문을 닫으면 편해요. 웃프지만, 아예 상처받을 일을 만들지 않는 거죠.

 

 

정작 TV만 켜도 바로 불쾌해지지만요. 대화 주제가 ‘탈모’로 바뀌면, 온 국민이 나서서 상처에 소금을 뿌려주는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여전히 탈모가 개그 소재가 되고,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이 정설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요즘은 상처되는 이야기는 조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던데, 탈모는 예외인가 봐요.

 

제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잖아요. 의지만으로 극복하기도 힘들고요. 그런데 이렇게 희화화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다 보니 이야기를 꺼낼 수조차 없어요. 호르몬과 스트레스 때문이거나,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겪을 수 있는 문제인데도 쉬쉬하게 돼요.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대는 부끄러움과 박탈감에 더 숨게 되겠죠. 중장년층만큼 치료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나누지 못하고 고립되는 거예요.

 

기사를 봤는데, 국내에서 탈모로 치료를 받는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대요. 이 중에 20대 환자가 전체의 20%를 차지한다는 거예요. 놀라운 수치 아닌가요? 굳이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둘러보면 주변의 굉장히 많은 친구들이 고통 받고 있는 거죠. 제 주변 친구들도 한 번쯤은 고민해봤더라고요.

 

그러니 탈모를 소재로 무심결에 농담을 하고 싶을 때마다, 한 번 더 “꼭 필요한 말인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탈모에 대한 거부감도 점점 줄어들고, 남모르게 상처받아온 20대들도 당당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속으로 앓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람이 없게 되기를 바라요.


[868호 – 20’s but]

 

 

콤플렉스에도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은 20대와의 인터뷰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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