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민>

본가는 천안, 대학은 서울에서 다니는 취준생입니다. 학교 다닐 땐 근처에서 자취를 했어요. 졸업 유보를 하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데, 부모님께서 이제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니 집으로 내려오라고 하십니다. 굳이 비싼 월세 내며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하시네요. 이해합니다. 현재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급자족하고 있지만 월세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거든요.

사실 학교 근처에서 반드시 살아야 할 이유는 없어요. 하지만 집에 내려가긴 싫습니다. 집 나와 산 지가 오래돼서 서로 생활 방식이 너무 달라져버렸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부딪쳐서 스트레스 받을 게 뻔해요. 그렇다고 이렇게 서울에서 산다는 건 너무 철없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떤 게 현명한 선택인지 모르겠어요.

– J양, 25세


 

 

 

진퇴양난이네요. 천안에 내려가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엄청 받을 테고, 그렇다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월세까지 벌기는 불가능할 테니까요.

지금으로서는 왜 서울에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만들어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최선일 것 같아요. 학원을 다니든, 면접 스터디를 하든. “너무 죄송하지만, 제가 이런 상황이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게 낫다. 조금만 더 지원을 부탁드린다.” 잘 설명해보셔요.

여기서 중요한 건 절대 감정적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겁니다. 감정적으로 돈을 끊어 버릴 수도 있거든요. 괜히 욱해서 감정적인 발언(“취업 준비 하느라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시냐.”, “엄마 아빠랑 있다가 취업 준비 망하면 책임질 거냐.”)을 했다간, 괜히 상황만 나빠져요. 어떻게 아냐고요? 바로 제 이야기거든요. 하하.

 

 

철이 없는 거 맞네요. 독립의 첫째 조건은 경제적 자립이니까요. 냉정하게 들리시나요? 네, 자본주의 사회는 원래 냉정합니다. 본인 소유의 자가가 있거나, 본인 능력으로 집세를 감당할 수 있을 때 서울 살이를 주장하시는 게 현명할 것 같아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와도 부대끼고 싶지 않은 시기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랬거든요. 문송한 인문대생에, 도피성으로 대학원에도 잠깐 갔다가 등록금만 낭비한 처지라. 군말 없이 부모님 집에서 취업 준비를 해야 했지만요.

제가 찾은 차선은 부모님을 집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였는데요. 정서적인 연대를 포기하고 남남이라는 걸 인정하니 편해졌어요. 부모님은 집주인이고 여기서 잠시 하숙하고 있을 뿐이라고 상상해보세요. 울컥하다가도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 분한테 민폐 끼치면 안 돼!’싶어서 진정 할 수 있을 거예요. 사이좋은 이웃사촌처럼 서로 예의와 거리를 지키게 된다면 더 좋겠죠.

 

 

안타깝지만 집으로 내려가셔야 할 것 같네요. 서울의 집값은 무섭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돈을 이기지 못할 거예요. 생활비와 월세를 한꺼번에 마련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는 집에서 취업 준비를 했고 지금도 부모님 집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서울에 있는 것보다 불편하긴 했지만 살인적인 서울 월세를 생각하면 견딜 만했습니다.

부모님과 살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저는 부모님과 마주칠 시간을 물리적으로 줄였어요. 부모님이 일어나시기 전에 도서관으로 가서 주무실 때 귀가했거든요. 집에서는 정말 잠만 잤어요.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서 빈둥거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아르바이트 여러 개 하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나가 산 지 오래되셨고 평소에도 부모님과 많이 부딪쳤다면, 취업 준비를 집에서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자님과 똑같은 상황에서 결국 자취를 선택했습니다. 부모님께 죄송하긴 했지만, 취업이 늦어지는 것보단 빨리 취업하는 게, 결론적으로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시간적 구애를 덜 받는 단기 알바를 하면서 학교 공모전이나 경진 대회에 참가해 소소하게 용돈을 벌었어요.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순간의 죄책감 때문에 섣불리 내려가서 감당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사연을 보니 몇 년 전 악몽이 떠오르네요. 저도 질문자님과 비슷한 상황이었고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집으로 내려갔는데… 내려간 첫날부터 후회했습니다. 아빠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잔소리를 챙겨주시더군요. 딸이 백수가 될까 걱정되셨는지, “어학연수를 가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라”, “아빠 친구 회사에 자리 있나 물어볼까”, 쉬지 않고 들들 볶으셨어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을 살펴봐도,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엔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게 서로 좋은 듯해요. 자식이 서류 광탈하고 괴로워하는 걸 보면 부모님도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불안한 마음에 재촉 아닌 재촉을 하게 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길 반복.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에 내려가는 것만은 피할 거예요. 설사 취업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그 편을 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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