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홈 씨어터를 갖고 싶었다. 커다란 벽에 프로젝터로 화면을 쏘고, 7.1채널 스피커를 설치해 나만의 영화관을 차리는 게 꿈이었다. “와, 어른이 돼서 한 달에 백 만원을 넘게 벌면 이런 걸 살 수 있겠지!”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빔 프로젝터는 비싸다. 거의 월세 값이다. 요즘 통신사에서 ‘스마트 미니 빔’이라는 게 나왔다고 해서 알아봤지만 크기만 미니고 가격은 안 미니했다. 그렇게 손꼬락으로 맥없이 휠을 돌리다 어마어마하게 싼 빔 프로젝터를 발견했다. 이 놈은 ‘스마트’가 없었다. 그래, 스마트가 붙었다고 다 좋은 건 아냐. 옴니아도 스마트폰이었어. 그렇게 나는 5만원 짜리 빔 프로젝터를 지르고 말았다.
배송 패키지를 뜯자마자 어디선가 황하강 내음새가 난다. 그 허접한 포장을 뜯고 나온 내용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마치 하나로마트 봉투에 담은 구찌 18 F/W 자켓 같달까. 마감도 수준급이고 색감도 아주 뛰어나다. 당장 MUJI 가전제품 코너에 두고 13만원에 팔아도 품절될 뽄새다. 화이트와 옐로 컬러을 조합해 둔탁한 직육면체에 귀여움과 활기를 불어넣었는데 디자이너가 쥬피썬더를 좋아하는 듯.
미니 빔이라고 하기엔 좀 큰 게 단점이다. 이게 미니 빔이라면 약간 우량아 느낌이다. 크기는 작은 옥편 정도. 무게는 의외로 가벼워서 갤럭시 노트9(198g)랑 별 차이가 안 난다. 사실 이 프로젝터라는 게 어느 한 곳에 고정해 두고 쏘는 게 중요하지, 휴대할 필요가 크지 않은 기계라 무게가 중요친 않다. 다만 만약 캠핑을 간다던가 친구들과 모여 파티를 할 때 가져가기엔 전혀 부담없는 무게다.
사진 위쪽에 있는 어댑터를 보고 눈치챘겠지만, 이건 전원을 연결해야 작동하는 제품이다. 카카오미니 1세대 같다. 약간 속은 기분인데, 어차피 이 녀석이 스마트하지 않을 것을 충분히 예상했기에 정신적인 타격을 입지 않기로 한다. 만약 배터리 내장형 미니빔이 필요하다면 2세대를 기대해 보자. 카카오미니도 그렇게 우릴 속였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기본 제공된 제품만으로는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없다. 이럴 수가!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주문했는데, 이쑤시개는 각자 사와야 한다며 아주머니에게 면박을 받은 기분이다. 혹시나 충전용 케이블을 연결하면 되려나 싶었는데 안 된다. 30분 정도 미니빔과 씨름하다 알아낸 사실은, MHL 케이블이라는 걸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건 비단 이 빔 프로젝터만의 단점은 아니다. 스마트한 빔 프로젝터들은 Wi-fi로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지만, 이런 저가형 빔 프로젝터를 연결하려면 케이블을 따로 사야 한다. 똑똑한 개들은 목줄 안 해도 산책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거랑 똑같다. 이건 미니빔의 목줄이다.
일반 HDMI 케이블은 노트북과 빔 프로젝터, 혹은 TV를 연결하는 케이블이라 이걸 사면 절대 안 되고, 반드시 ‘HHL(Mobile High-Definition Link)’를 지원하는 케이블을 구입한다. 이건 대충 2만원 안쪽으로 살 수 있다.
다행히 마이크로SD카드와 일반 USB드라이버도 사용할 수 있으니 만약 케이블 구매가 귀찮거나 부담된다면 이걸 이용해 봐도 좋다.
빔을 사기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게 있는데, 빔을 쏠 곳이 있느냐는 거다. 하나하나 체크해 보기로 한다.
1. 천장
보통 만만한 곳으로 천장을 생각하는데 정말 누워서만 볼 게 아니라면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니다. 집에서 과자 뜯어먹고 맥주 마시면서 보려면 앉아서 올려다봐야 하는데 목 디스크 걸리기 딱 좋다.
2. 벽
정말 희고 넓은 벽이 집에 있다면 당신은 축복받았고 미니빔 사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근데 자취방에 그런 공간이 쉽사리 날 리가 있나. 게다가 집주인 취향이 엘리자베스 3세 취향이라서 벽지가 황금색이고 무늬가 가득하다면 트는 영상마다 아주 고풍스러워진다. 내가 그렇다.
3. 붙박이 벽장
그래서 가급적이면 무늬가 없고, 평평하며, 밝은 면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 쏘기를 권한다. 그런 곳을 찾기 쉽지 않은데, 여기저기 고심해서 찾은 결과 붙박이장이 그나마 낫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적어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맛볼 수 있으니까.
거치대가 따로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빔 프로젝터는 보통 높낮이를 조절하는 버튼 겸 지지대가 아래쪽에 있어 프로젝터의 각도를 쉽게 바꿀 수 있는데, 이건 그게 없다. 뭐 싼 게 비지떡이라 그 정도까지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하단에 카메라용 삼각대를 꽂는 부분 정도는 만들어 놨으니 다행이랄까.
가장 중요한 화질에 대해 말해 보자. 일단 프로젝터가 얼마나 잘 보이느냐를 따지는 단위로 ‘안시-루멘’을 쓴다. 1안시는 촛불 1개 정도의 밝기로, 우리가 보통 사무용으로 쓰는 프로젝터의 밝기는 2,500~4,000안시 정도다. 사실 이 안시도 너무 밝으면 색이 아예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홈씨어터용으로는 800~2,000안시가 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YG-300의 밝기는 고작 400-600안시다. 형광등 아래서 쏴도 얼추 보이는 사무용/강의실용 빔 프로젝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input 최대 해상도를 1920×1080로 표기하고 있지만, 출력 해상도는 고작 320×240이다.
이 프로젝터로 뭔가 제대로 된 걸 볼 생각하면 안 된다. 이걸로 뭔가를 30분 이상 보고 있으면 어머니도 픽셀로 보이고 우리 집 강아지도 마인크래프트에 나오는 개처럼 보인다. 어쩌면 활자를 읽는 능력을 상실할 지도 모른다. 분명 한글 자막이지만 아랍어로 된 smi 파일을 받았나 싶기도 하다.
이 프로젝터로 뭔가를 보려면 1. 자막이 없어야 하고(외국 영화 안 됨. 아니 되는데 알아들어야 함) 2. 활자가 가급적 많이 나오면 안 되며(무한도전 안됨) 3. 작은 뭔가가 많이 등장하면 안 된다.(앤트맨 안됨)
다만 모바일 게임을 연결했을 때, 특히나 레이싱 게임을 틀어놓으면 상당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화질이 별로지만 그 속도감만큼은 오롯이 느낄 수 있어 몸이 절로 움직인다!
픽셀이 크게 보이는 프로젝터 특성상, 디테일한 세부 묘사가 중요한 영상이나 과도한 텍스트가 얹힌 영상을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 즉, 1인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채널, 혹은 채팅창이 존재하는 아프리카 방송을 볼 때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대신 딱히 텍스트가 중요치 않은 게임, 한국 영화, 그리고 기타 유튜브 방송이나 뮤직비디오 등을 볼 때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 프로젝터는 사실 가정용보다는 요즘 힙 터지는 을지로/익선동 가게에 두고 저화질로 빵빵 틀어놓은 뒤 ‘레트로 감성’을 어필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게 더 좋아보인다.
출력되는 사운드의 경우, 사양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무신경하게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프로젝터에서 좋은 사운드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건 50만원이 넘어가는 프로젝터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출력기기, 리시버 혹은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는 AUX 연결부가 따로 있는 이유다.
1. YG-300은 분명 아주 싼 가격으로 프로젝터의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귀여운 제품이다.
2. 티빙이나 POOQ 쓰는 사람이라면 살짝 추천. 다만 넷플릭스는 안 돼. 사게 할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3. 화면 몰입도가 있는 레이싱 게임 or 격투 게임 등을 즐긴다면 매우 추천. 프렌즈 레이싱 꿀잼
4. 이걸로 배그 할 생각 하지 마라. 내 총구도 잘 안 보임
5. 분명 프로젝터 치고 가격은 아주 싼 편이지만, ‘가성비’는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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