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Photographer 류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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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안녕하세요, 류준열입니다. 사진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람보다는 그 주변의 것들, 도시와 환경에 관심이 많아 도시가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진을 주로 찍나요?

어떤 대상을 보고 즉석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비교적 서투른 편이에요. 그보다는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중간중간 방향을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는 긴 호흡 속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도시가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은 제 적성에도 잘 맞는 거 같아요.

사진을 시작한 계기와 그 후로 생긴 변화가 있다면?

흔한 레퍼토리인데, 중학생이 되면서 아버지의 카메라를 물려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사진을 시작한 후 가장 큰 변화는 기억하는 방식의 변화인 것 같아요. 그 어떤 일기보다 선명한 사진들이 일종의 과거의 파편이 되어 제 기억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둔촌주공아파트의 오래된 나무들을 기록한 사진집 『아파트 숲』을 만든 계기는?

고등학교를 단지 내의 동북고등학교로 배정받으면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둔촌주공아파트는 당시 저의 통학로였는데 학창 시절 내내 그곳만큼 사계절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나무로 가득한 통학로가 너무 좋았고, 그래서 그 모든 것이 재건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게 안타까웠어요.

아파트를 콘크리트 숲이라고 부르지만 그 안에 진짜 숲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편집장인 이인규님이 먼저 사진집으로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셔서 2년의 작업을 거친 끝에 책이라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촬영을 하면서 둔촌주공아파트의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데가 없는데, 아마 그 과정을 거치면서 외부인이었던 제가 이곳에 진정한 애착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둔촌주공아파트에서의 제 개인적 경험은 『아파트 숲』 작업을 통해서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작업들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또 그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정말 많습니다. 훗날 저의 20대 초반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둔촌주공아파트와 아파트 숲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지금은 곧 철거되어 사라질 둔촌주공아파트의 마지막 풍경을 카메라로 담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에요. 도시의 생성과 소멸을 다루는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아직 공부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지만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지켜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사진을 생산하기도, 소비하기도 너무나 쉬워진 시대에 사진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사진 찍는 일이 즐겁기 때문에, 그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꾸준히 작업을 쌓아가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고 싶은 20대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작품 투고 magazine@univ.me 

[869호 – 20’s ar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