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사연>

저는 연애 젬병입니다. 별 감정 없는 사람과는 대화도 잘하고 장난도 칠 수 있어요. 근데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한마디도 못 하겠어요. 눈을 마주치면 깜짝 놀라서 피해버리고, 상대가 말을 걸면 긴장해서 단답으로 대답해요. 꼭 화난 사람처럼요. 어느 정도냐면, 친구들한테 “나 그 사람 좋아해”라고 말했더니 “엥? 너 걔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라며 깜짝 놀랄 정도예요.

계속 이런 식으로 뜻하지 않게 ‘철벽’을 치다 보니까,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애초에 썸을 시작도 못 하니까요! 대학에 들어오면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고질병은 여전합니다. 저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은데. 어떡하면 이 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C양, 21세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떨까요? 일단 나는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무뚝뚝하게 군다고 소문을 내세요. 과실에서 동아리방에서 술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귀에 닿을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이야기하고 다니세요. 이렇게 하면 적어도 화가 났다는 오해만은 면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주변에 ‘여자가 먼저 좋아한다고 하면 남자가 질린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하는 사람이 있진 않나요? 그렇다면 다시는 걔한테 연애 상담 하지 마세요. 다 헛소리거든요. 먼저 좋아했다고 질려할 놈이라면, 원래 매사에 잘 질리는 타입의 사람일 겁니다. 설사 자기가 먼저 좋아했다고 하더라도, 머지않아 다른 핑계를 대고 떠날 사람이에요. 굳이 그런 이와 연애를 시작할 필요는 없겠죠.

 


 

 

왜 수정 버튼이 안 보이죠. 제가 쓴 글 같은데…. 저는 이성 관계에 있어선 또래에 비해 느린 편이었어요. 남자친구, 여자친구, 연애 이런 게 생각만 해도 낯간지럽고 부끄럽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알면 놀림 받을 거 같고. “느이 집엔 이거 없지”하며 점순이도 아닌데 괜히 관심 끌고 싶어서 틱틱 대고. 당연히 연애는 길게 못 갔고 깨진 썸도 숱해요.

심지어 연애하는 중에도 철벽을 쳤어요. 남자친구랑 손잡고 걷다가 아는 친구를 만나면, 너무 부끄러워서 잡았던 손을 황급히 뿌리치는 등등의 만행. 해결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내 알량한 자존심을 뛰어 넘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됩니다.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진짜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세요.

친한 언니들한테 들었을 땐 “에이~” 싶은 말이었지만, 정말 그렇더라고요. 어떻게 아냐고요? 잃어보면 알 수 있어요. 멋대로 철벽을 치고 객기를 부려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면 인생이 불행하게 느껴질걸요.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철벽을 해제할 용기가 저절로 솟아날 거예요. 한 번은 놓쳤어도 두 번은 놓치기 싫을 테니까.

 


 

 

저도 20대 초반엔 질문자님과 정말 비슷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었던 거 같아요. 항상 ‘나 같은 걸 좋아할 리 없어’라는 마음이 전제되어 있었거든요. 그 사람이 좋은데 상처받고 싶지 않으니 굳어버렸던 거고요. 그 증상이 꽤 오래 지속되어서 24살까지 연애를 못 했어요.

주변에서 저를 위해 많은 조언을 해줬지만 이건 마음의 문제라 제 삶엔 적용이 안 되더라고요. 저의 경우 역설적으로 연애에 대한 기대를 버리니까 오히려 행동이 자연스러워진 케이스인데요. 지금은 연애 감정 없던 남사친과 가랑비에 옷 젖듯 가까워져서 잘 사귀고 있어요. 어렵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이 담담해지기를 기다려보세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20대 내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다 놓치고 미지근한 연애만 했었죠. 엄청 후회 중입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연애할 기회가 더 없더군요. 그때 왜 그랬을까 고민해봤는데,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그랬던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다 보니 그 사람을 우상화하게 되고, 그 사람한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동경하는 연예인을 만났을 때 뻣뻣하게 굳는 것 처럼요. 지나고 보니 그도 저처럼 먹고, 자고, 싸는 평범한 사람인데 말이죠. 그는 갑이고 나는 그에게 잘 보여야할 을이라고 생각했어요. 상대를 대단하다고 너무 치켜세우지 마세요. ‘많이 좋아하지만 결국 그도 흠 많은 인간일 뿐.’ 주문을 외우며 마음의 온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제 여자친구가 딱 질문자님 같았어요! 친한 동기였는데 걔가 절 좋아하는 줄 전혀 몰랐거든요? 오히려 다른 사람한테는 상냥한데 저한텐 툴툴거릴 때가 많아서 ‘날 싫어하나?’ 생각 한 적은 있어요. 근데 제가 군입대를 고민하고 있던 때에, 그 친구가 갑자기 일기장을 보여주더라고요.

저를 좋아하면서 쓴 일기였어요.

“5월 2일. 둘이 사귀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네가 ‘가능 할 것 같은데?’라고 대답해서 심장이 심하게 뛰었다. 물론 아닌 척 ‘내가 너랑 연애를 왜 하냐’고 받아쳤지만.”

“9월 14일, 뒤에서 우산을 씌워 주길래 너무 떨려서 나도 모르게 밀쳐버렸다.” 등등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을 하나하나 기록해서 보여주었고, 그 친구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서 반전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꼭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에게 마음을 전할 필요는 없어요. 질문자님도 겉으론 철벽을 치더라도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제 여자친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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