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싫어하게 됐다고 콕 집을 만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정말 어렸을 때부터 부부싸움을 많이 보기도 했었고, 저와 형제들 역시 폭력을 많이 당했었죠. 어릴 적에는 그저 다른 가족보다 훈육이 좀 엄격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됐어요. 훈육이 아니었다는 걸요.

 

아버지는 저희에게 화풀이를 하셨던 거죠.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용서를 빌어야 하는 날도 있었어요. 어머니는 말리지 못하셨고요. 말로 하긴 어렵지만, 어머니도 종종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셨죠.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싫어하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쯤인가. 해외에서 어떤 아버지가 허리띠로 자녀를 때려서 아동 학대로 재판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죠. 상황이 저랑 비슷했거든요. 체벌 강도나, 몸에 든 멍마저도.

 

그때부터 주변이 눈에 들어왔어요. 친구들은 휴대폰에 ‘엄마’ ‘아빠’라는 문구 뒤에 하트를 붙여 저장해 놓았더라고요. 폭설이 내리는 날에는, 다칠까봐 부모님 손을 꼭 잡고 등교한 친구들도 있었죠. 잘못을 해도 한 번도 맞지 않았다는 친구의 말도 또렷하게 기억나요. 잘못을 했는데도 맞지 않는다니. 되게 충격이었거든요.

 

 

 

 

가족을 대하는 마음이나 방식의 차이가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건 대학교 이후인 것 같아요. 저처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죠. 가족과 매일 통화하는 건 물론이고, 영상통화도 자주 하더라고요. 가족 단톡방은 당연히 있고요. 저희 가족은 모두 카톡을 하지만, 단톡방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거든요. 만약 부모님 중 한 분이 만드신다고 해도, 그냥 나가버릴 것 같아요. 아, 친구의 엄마나 아빠가 제 존재를 아신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저의 제일 친한 대학교 동기 이름도 모르실 거예요, 아마.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일단 벗어나고 싶을 때가 많아요. 지금은 예전처럼 때리지 않으니까, 쓸데없이 욕하는 빈도도 줄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힘들더라고요. 잠잠하다가도 갑자기 부모님에게서 과거의 모습이 보이면 일상생활을 못 하겠어요. 실제로 부모님 두 분 다 성격 자체는 크게 안 변하셨고요. 지금까지 안 변하신 거라면 영원히 안 변하실 것 같아요. 이기적이시고, 남 탓 잘 하시고…. 부모님도 안 좋은 가정사가 있으시거든요. 그래서 전 결혼 안 하려고요. 가족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똑같이 되고 싶진 않으니까요.

 

 

 

 

얼마 전에는 아버지가 갑자기 전화해 욕하고 짜증을 내시더라고요. 또 화풀이였죠. 진짜 인연을 끊고 싶었어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부모인데’, ‘그래도 자식인데’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당연히 사랑하고 아껴주는 게 가족인 것처럼 보여주고요. 사실 이런 프레임 때문에 엄청 죄책감이 들어요. 그래서 심리 상담도 받았고요. 내가 이상한 건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요.

 

몸이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부모님은 가끔 제가 애틋한가 봐요. 근데 저는 갑자기 친근한 척 하는 것도 너무 싫어요. 저에게 용서를 구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냥 시간이 흘렀으니 괜찮다고 넘기는 것 같아서요. 가족이면 이해하고 용서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상담 선생님이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당연히 미워할 수 있다고, 굳이 용서할 필요 없다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친한 친구들은 다 알아요. 어떤 이유인지 자세히는 몰라도, 제가 가족을 좋아하지 않는단 걸요. 물론 가족과 사이가 좋은 친구에게 제 이야기를 꺼내는 건 고민과 용기가 필요하죠. ‘혹시 이해를 못 하면 어쩌지’ 걱정이 되니까. 다행히 10명 중 9명은 알아주더라고요. 간혹 가다 “난 부모님과 연을 끊을지도 몰라”라고 진지하게 말하면, “말도 안 돼. 그냥 잘 지내봐!”라고 하는 친구도 있긴 해요. 정말 용기를 내서 말한 거였는데…. 그래서 낯선 사람을 만날 땐 좀 힘들어요. 가족 얘기가 화제가 되면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으니까.

 

만약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라면, 마음 굳게 먹고 독립하면 좋겠어요. 안 보면 훨씬 편해져요. 물론 금전적인 부담이 커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긴 하지만. 그리고 가족이라도 미워해도 괜찮아요! 가족이라고 모든 나쁜 점을 다 받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잖아요. 다들 독립하고 행복을 찾으시길.

 

※ 가족과는 별개로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20대와의 인터뷰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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