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취업 시장이 암전이라 걱정이 큰데, 뉴스만 보면 속이 타 죽겠다. 이 일은 사람을 들들 볶아 태운다지, 저 업계는 갑질에도 웃어야 한다지…. 개인 사비를 털어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는 업계는 또 어떻고? 이런저런 속설에, 과연 이대로 취업을 준비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편견 속에서도 열심히 근무하는 업계 선배들에게 직접 물었다. 정말 그런가요?


 

 

사립 유치원들의 비리가 전 국민적인 이슈가 됐는데, 정말 그래요?

규모가 큰 사립 유치원들은 행정만 담당하는 분이 따로 있어요. 평교사는 유치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죠. 하지만 아이들과 생활하며 피부로 느끼는 건 있어요. 예를 들어 빈약한 식단이나 우유 급식 같은 것. 국가가 정한 호봉이 아니라 지역 별로, 유치원 별로 다른 사립 유치원의 급여라던가. 아무리 야근을 해도 나오지 않는 적절한 수당 같은 것에서도 느껴지죠. 비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사립 유치원에서 ‘교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한다는 기사도 있던데요.

역시 평교사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죠. 하지만 같은 지역의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님들끼리 ‘사립 유치원 연합회’에서 소통하거나 사적으로 친한 경우가 많아요. 전 직장이 아는 유치원이라면, 평판을 조사하기도 하죠. “이 교사 받지 마세요”라고 해서 취직 못 하는 경우도 봤고요. 하지만 요새는 한쪽 말만 믿고 면접에도 부르지 않는 경우는 드물어요. 만약 블랙리스트만 믿는 곳이라면, 차라리 안 가는 게 다행이죠.

 

업무 강도는 견딜 만해요?

많이들 오해하시지만,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이 아니에요. 매일의 수업 준비, 교육 계획안 짜기, 관찰일지와 생활기록부 작성, 교실 청소, 교구 만들기 등. 사립 유치원이라면, 주말에 원아모집을 위해 운동회나 참여수업 등 행사도 많죠. 개인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대체교사를 구하는 게 어려워, 갑작스런 병가를 쓰기도 힘들죠. 무엇보다 학부모와의 상담과 소통이 제일 어렵습니다. 한 반에 20명의 유아가 있다면 학부모 40명과 소통해야 하는 거죠.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현타’ 왔던 때도 있어요?

집에서도 잘 안 하는데, 유치원에선 일상인 일들이 있어요. 빨래나 볼풀장 청소, 1톤 트럭 분량의 교구 정리, 페인트칠, 학부모 초대 행사 포토 존 만들기, 요리, 눈 쓸기, 해충 방제…. 당연히 해야 하지만, 정말 밥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죠. 똥손에 일머리가 없는 분도 유치원에서 있다 보면 만능인이 될 것 같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불안 때문에 예민하게 구는 학부모들도 있나요?

반마다 한두분씩 있어요. 소중한 아이를 맡기신 거니 이해해요. 문제는 아이가 다쳤을 때죠. 아동 학대는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범죄니까 뉴스에 나오는 거잖아요. 오히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다칠까봐 항상 긴장하거든요. 혹시라도 놀다가 다치면 죄인의 심정이 되고요. 하지만 교사에게 불신을 표하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교사를 믿는 사람도 대놓고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고요. 최근 어린이집 선생님이 자살하셨던 사건처럼…. 그런데 만 3~5세 사이의 유아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을 중심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실제 상황이 아니라, 기분 나쁘고 슬펐던 일만 말하는 거죠. 친구끼리 싸워서 선생님이 훈육을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선생님이 나 아야 했어” 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도전해도 될까요?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성격도, 이해도도 다른 개별 인격체들과 생활하면서 지치지도 화내지도 않고 교육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무엇보다 ‘책임감’과 ‘인내심’이 가장 필요합니다. 교육 외적으로는 또래 교사들과의 협업이나 학부모와 소통해야 할 일도 많아서, 나와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융통성이 중요하죠.

 

전문성을 쌓기 힘들다며 포기하는 선배들을 종종 봤는데요.

업무에 치이다 보면 자기 계발할 여유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대부분의 사립 유치원은 국공립 유치원처럼 방학 동안 직무 연수의 기회를 받지도 못하고요. 하지만 아이를 교육하는 자체가 이미 굉장히 전문적인 일 아닌가요? 어떤 부모라도 20~25명의 유아를 혼자서 돌볼 순 없어요. 매년 다양한 경험 속에서도 전문성을 체득할 수 있어요. 대학원도 방법이 되겠죠. 스스로 고민해봐야 해요. 전문성이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으니까.

 

쉽지 않음에도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뭐예요?

선생님을 무조건 믿고 사랑해주는 아이들!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누가 이런 사랑 고백을 들으며 직장 생활을 할까요? 복지는 정말 별로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너무 행복해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어요.(웃음)

 

만약 제가 친동생이라면 유치원 교사를 추천하시겠나요?

동생이 있지만 꿈꾸지 않더라고요. 다행이다 싶어요. 해보겠다고 해도 이 분야의 복지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거든요. 정말 꿈이라면 말리진 않겠어요. 대신 교육 실습이나 봉사를 통해 자신과 맞는지 직간접적으로 확인해보는 게 좋겠어요. 아니란 생각이 든다면 과감하게 진로를 바꾸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보통 어떻게 근무하나요?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근무 스케줄을 한 달 치씩 배정받습니다. 평균적으로 85~90시간 정도 일하게 되는데, 성수기에는 95시간씩 일하는 달도 있어요. 근무시간 자체는 일반 회사원들에 비해 적은 편이죠. 비행이 끝나면 초과 근무나 야근도 없고요.

하지만 스케줄이 랜덤 배정이라 어떤 달은 주말 내내 근무하는 경우도 있어요. 상황에 따라 스케줄이 급하게 조정되기도 해서 항상 대기 상태라고도 할 수 있죠. 공항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소요 시간이 길어 금방 피로해지기도 하고요.

 

‘친절’, ‘미소’의 대명사라 기내 난동에도 강경하게 대처하기 힘들다던데요.

국내에서는 상냥한 서비스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그래서 승객의 무리한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경우가 많고요. ‘승무원 = 기내 안전 요원’인 외국 항공사처럼 진상 승객들을 강경하게 제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하지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기내 난동 승객이 뉴스화되면서 인식이 바뀌어 빈도가 줄어들고 있거든요. 또 항공법이 강화되어, 난동 승객을 적극적으로 진압하고, 도착 후 경찰에 인계하도록 하고 있고요.

 

뉴스에서처럼 실제로 기업 문화가 딱딱한가요?

국내 항공사는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뚜렷한 편이에요. 이런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 입사 후 많이 힘들 수 있어요. 저도 승무원은 자유로운 생활을 할 거라 기대하며 입사했다가, 분위기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갑질과 성희롱에 시달린다는 뉴스 때문에 부모님이 반대를 하세요….

그런 범죄들은 정말 뉴스에나 나올 일이죠. 물론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진상 승객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천 명 가까이 되는 승객을 만나는 날도 있는데, 모두가 제 바람처럼 좋은 분만 있진 않죠. 무턱대고 반말을 하거나, 가끔 지나가는 승무원의 엉덩이를 콕콕 찌르며 무언가를 요구하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끓어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참고, 호출 버튼 위치를 알려드리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눌러 달라고….

 

힘들다고 해도 솔직히 화려하고 멋있어 보여서 하고 싶어요.

신입 시절, 기내에서 술에 취해 자리에서 구토를 한 승객분이 있었어요. 좌석을 치우고 뒤처리를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기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정말 다양해요. 대부분은 승무원이 해결할 수밖에 없고, 싫어도 해야 할 때가 많죠. ‘외적인’ 모습만 보고 승무원을 꿈꾼다면, 뒤에는 이런 고충도 많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승무원은 예쁘기만 하면 된다’는 편견이 너무 싫습니다.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밝고 친근한 이미지’는 큰 장점이 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승무원은 기내 안전 요원이기도 해서, 체력은 물론 위기 대처 능력도 중요해요. 채용 시 체력 테스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이고요. 동시에 프로다운 서비스를 위해서는 강한 인내와 끈기 같은 정신력도 중요합니다.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가 ‘건강’ 때문이라던데요?

불규칙한 스케줄, 시차, 반복적인 육체노동 때문에 건강을 잃어 사직하는 승무원들이 정말 많아요. 디스크로 휴직하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기내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용품이나 카트, 컨테이너들이 무거워서 허리나 목에 무리가 가거든요. 승무원에게 체력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취집하려고 한다’, ‘사치가 심하다’ 등 각종 소문에 시달리기도 하잖아요.

항공사 한 군데만 해도 4천 명 정도의 승무원들이 있어요. 모든 승무원들이 그럴까요? 소수를 일반화시키지 말아주세요. 오히려 여성 임직원의 비율이 높아, 임신과 육아 휴직 시스템이 체계적이에요. 생리휴가도 자유롭고요. 아이를 낳고 복직해서 근무하는 승무원들이 더 많죠. 현직 승무원들 중에는 비행 경력 20년이 넘는 40~50대 베테랑도 많고요.

 

모든 고충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이란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힘듦이 설렘으로 바뀌죠. 전 세계에 단골 맛집을 두는 매력적인 직업이 또 있을까요? 가끔씩 동기들과 인생 샷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까지 성공적이면 “이 맛에 승무원 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직계 가족 항공권을 할인해주는 꿀 복지가 있어서, 함께 여행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고요. 소소한 행복들이 계속 비행을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거 같아요.

 

만약 제가 친동생이어도 승무원이란 직업을 추천하시겠어요?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꿈꾸는 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도와줄 것 같아요. 하지만 솔직히 가족의 입장에서 굳이 ‘추천’하긴 어렵겠어요. 저는 제 직업에 자부심이 있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이나 고충들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24시간 출동이니까…계속 대기해야 하나요?

24시간 출동하기는 해도, 종일 대기하지는 않아요. 팀별로 근무시간을 나눠 출퇴근을 하거든요. 규칙적인 편이에요. 2교대로 나눠서 2주 동안은 야간 근무, 1주 동안은 주간 근무로 돌아가거든요. 하지만 갑작스럽게 큰 화재가 나서 기존 인원으로도 진화가 어려울 때면 현장에서 급하게 근무 교대를 하거나, 휴무인 대원을 소집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죠. 자주 있는 일은 아니고요.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 인자에 노출되거나, 장비도 사비로 구입해야 한다던데 진짠가요?

다행히 화재 진압에 필요한 호흡 장비나 보호 장비는 잘 지급되는 편이에요. 그런데 소방 차량이나 장애물을 부수는 각종 파괴 장비들은 자주 사용 하다 보니 쉽게 망가지죠. 고가라 쉽게 바꿀 수는 없어서 부분적으로 수리하며 사용하고 있고요. 안전상 상당히 불안하기는 하죠. 구조 중 재산 손실이 벌어질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개인 사비나 동료들의 돈을 모아 해결하는 경우도 있어요.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면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하죠….

 

겁이 많아서 걱정돼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어떻게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소방대원도 사람이다 보니 치솟는 연기와 불길을 볼 때면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어요. 어렵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정신적인 패닉이 온다면 구조자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현재 상황과 구조 계획을 이성적으로 살필 수 있을 정도로 침착하려 노력한다면, 용기는 자연스럽게 생길 거예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이나 우울증을 겪는 분들은 없나요?

많아요. 공포스러운 현장의 잔상이나 이에 따른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저 역시 소방관으로 아주 짧은 기간 근무했을 뿐이지만, 참혹한 순간들을 종종 목격했고요. 자기 전까지 그 장면들이 잊히지 않았던 적도 많았고, 사상자의 가족들 생각에 몇 달간 힘들기도 했었죠.

 

그럼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진료도 받을 수 있어요?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선생님들이 직접 찾아오시는 상담도 있고요. 하지만 제가 만난 대부분의 소방대원들은 그저 마음에 담아두고 계세요. 팀원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내색을 안 하시는 걸 수도 있지만, 상담을 끝까지 완수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까요. 괴로운 기억만 되새긴 후 상담이 끝나버릴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회식이나 식사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털어놓으며 푸는 편이에요.

 

신체적인 부담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방화복 등 보호 장비는 보호력이 있는 만큼 답답하거든요. 주 장비들의 무게가 상당하다 보니, 거뜬히 들 수 있는 강한 근력을 키우면 좋죠. 이런 장비들을 입고 지고 오랜 시간 임무를 수행하려면 지구력과 체력은 필수입니다.

 

체력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하긴 힘들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체력적인 한계가 생기면 무리가 있겠죠. 하지만 소방대원이 체력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에요. 오히려 연륜이 부족한 젊은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무리하다가 빨리 지치는 경우도 많아요. 장비에 관한 지식이나 현장 경험이 중요한 직업이니 몸이 건강하고 좋은 장비만 지급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소방서 분위기는 어때요?

군대에 복무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낮은 계급을 함부로 대하기도 하고, 대외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기합이나 가혹 행위 같은 군기들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남초 업계라 비슷하게 위계질서가 강할 것 같지만, 소방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신입에게도 존칭을 깍듯이 쓰는 등 되게 밝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요. 물론 가혹 행위도 없고요.

 

위험한 일이라 연애나 결혼에서 기피 대상이 된다던데….

요즘은 생명을 건 숭고한 직업이라는 쪽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어서, 그런 일은 잘 없어요. 물론 위험해서 걱정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서로의 고충을 잘 이해하는 같은 직종에서 연애 상대를 만나게 되기도 해요. 소방구급대원을 꿈꾸는 의료진이나 경찰분들처럼요. 2교대가 아닌 분들은 비교적 시간 여유도 있으니 자주 만날 수 있기도 하고요.

 

만약 제가 친동생이어도 소방대원을 추천하시겠나요?

소방대원을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 걱정은 되네요. 하지만 명예로운 일인 만큼,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 같아요. 저희가 아니면 내 가족, 내 친구들 중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실제로 뉴스에서처럼 환자들에게 폭력이나 폭언을 당하기도 하나요?

직접적으로 폭행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3년 차 이상 되는 간호사 중엔 경험해본 분들도 있을 거예요. 단, 폭언이나 성희롱은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응급실에 들어온 술 취한 환자가 위협적인 행동과 폭언을 행사해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도 있었고, 치료를 받으면서 심신이 약해진 환자들이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야”, “너”, “어이”라고 부르며 하대하는 건 기본이고요.

 

간호사들의 스트레스나 우울함도 심각한 수준일 것 같아요.

그렇죠. 온갖 수모를 다 겪으니까요. 본인 먼저 빠른 처치를 원하는 환자, 은근슬쩍 신체 접촉이나 성희롱을 시도하는 환자…. 일 하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하고 싶은 행동 다 하면 나아지겠지만, 그럼 아마 그만둬야 할걸요.

 

우울증에 걸리면 병원에서 지원은 해주나요?

거의 모든 병원에서 그런 지원은 없어요. 있더라도 병가 처리를 해주고 잠시 휴직을 하도록 하는 정도예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죠.

 

병원 측에서는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간호사를 보호해주나요?

실질적인 보호를 받는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에 물질적인 피해를 입힌 경우라면 병원 측에서는 즉각적으로 경비 요원이나, 지구대에 연락하겠죠. 하지만 환자와의 소소한 트러블이라면 간호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홀로 책임지도록 하는 일도 흔해요.

 

성심병원 사건이나 태움 문화처럼, 실제로 상사에게 갑질을 당하기도 하나요?

장기자랑처럼 업무 외적인 일을 뉴스에 나올 정도로 강요받지는 않아요. 하지만 ‘태움’은 다르죠. 근무와 관련 없는 사생활로도 막말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으니,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나무라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인격 모독까지 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업무 강도가 그렇게 살인적이라던데…그런가요 ?

처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아직도 개선될 부분이 아주 많아요. 인력난 때문에 완벽하게 적응을 못 했는데도 바로 업무에 뛰어들어야 한다거나, 일이 너무 많아서 초과근무를 하는 것도 일상이거든요. 13시간을 일하느라 화장실 한 번 가기도 어려워서 방광염에 걸리는 분들도 많고요.

 

연차가 쌓이면 대학병원에서 개인 병원으로 옮기는 선배들이 많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개인병원이나 준 종합병원은 대학병원에 비해 중증 환자분들이 적게 오시죠. 그래서 정신적인 긴장이나 체력적인 부담이 조금은 덜한 편이에요. 반대로 말하면 대학병원은 다양한 케이스를 접해 전문성을 기르는 데는 도움이 돼도, 생활에는 여유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분들 중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분들이 옮기게 되는 것 같아요.

 

1년 안에 그만두는 신입 간호사들이 그렇게 많은가요?

네. 하지만 신입 간호사만이 아니라 많은 경력 간호사분들도 그만둬요. 신입 간호사분들은 ‘취업이 잘 된다는 얘기’에 도전했다가, 막상 실무에 투입되면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지쳐버리는 거죠. 기존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는 어떻겠어요. 한 사람이 일이 너무 많아 떠나 버리면, 남은 간호사들은 본인의 기존 업무에 떠난 사람의 업무를 추가로 나눠 해야 하는 구조죠. 경력이 아닌 신입 간호사가 들어오면 교육 업무까지 짊어져야 하고요.

 

간호사 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책임감과 정확성. 간호사가 책임지고 실수를 안 해야 환자분이 위험하지 않으니까요. 하나 더 말하면, 일하면서 자긍심을 가지는 것. 예전처럼 환자를 위한 희생심이나 따뜻한 마음을 간호사의 자질이라고 여기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남자 간호사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남자 간호사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일반병동이나 응급실에도 많이 계시고, 찾아주시는 환자분들도 아들처럼 반기시는 분위기에요. 또, 남자라고 여자 간호사와 다른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만약 제가 친동생이어도 간호사란 직업을 추천하시겠나요?

그저 취업이 잘 된단 이유로 간호사를 택한다면 말리고 싶어요. 준비할 때도 공부할 게 많겠지만, 된 후에도 배울 게 많아서 여러모로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할 거라면 추천해요. 힘들지만 굉장히 보람 있는 직업이니까요. 정성 들여 간호한 환자분들이 건강하게 걸어 나갈 때, 보호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들을 때면 그간의 고생이 사르르 씻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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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 Editor 현요아 yoa@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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