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어릴 때만 꾸는 거라 생각했다. ‘나 뽑아주는 회사’가 최고인 취준생에게 꿈은 솔직히 사치니까.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일로 하는 게 아니라잖아. 가뜩이나 낮은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나 보다.
꿈을 꾸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영화 한 편을 홀린 듯 봐버린 것을 보면. 고백하자면 <별리섬>은 3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보고 시간 때우기 용으로 가볍게 집어든 영화였다.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섬에 교육봉사 활동을 하러 간 대학생들의 이야기라고? 감동적이겠네.
예상과 달리 영화는 주인공 한기탁의 착잡하고 공허한 표정으로 시작한다. 이미 익숙한 얼굴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광탈’에 지친 취준생의 그것. 스펙 한 줄을 쌓기 위해 섬으로 들어왔던 한기탁은 섬에서 6명의 중학생들을 만난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선생님’이라는 자신의 꿈과도 만나게 된다. 뻔한 이야기지만 감동 받고 말았다.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오랜만에 기억을 떠올렸다. 나는 중학생 때 뭘 하고 싶었더라? 내가 뭘 좋아했더라? 우리에겐 이런 뻔한 이야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무기력함과 이별하고, 맘 깊숙이 묻어버린 것과 마주하려면.
<별리섬(My Dream Class)>
감독 배종
출연 변요한, 공승연, 박희순 등
[872호 – culture letter]
Campus Editor 홍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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