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사연>

저는 남자친구와 사이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남자친구에게 말하기 껄끄럽거나,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령 가족사에 관련된 문제, 스스로가 너무 비참하고 지질하게 느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나의 고민, 힘든 점, 우울해하는 이유 등, 저에게 얽혀 있는 모든 문제를 알고 싶어 합니다.

또 제가 말하기를 꺼리면 무척 서운해합니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내가 못 미덥나?’, ‘나는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가’ 싶어서 속상해하는 것 같은데. 제 생각엔 만난 지 1년밖에 안 된 연인에게 모든 걸 말하는 게 더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사실 만난 기간과 상관없이 영원히 알리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고요.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남자친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너무 다른 우리,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까요?

-D양, 21세


 

 

 

저는 질문자님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연인 사이라도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실제로 전에 만났던 애인들에게는 제 비밀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딱 한 명, 지금 남자친구에게만 말했어요. 이 친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사실 나중에 말하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공개했어요.

하지만 질문자님은 나이도 어리시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억지로 꺼내지 않아도 될 듯해요. 냉정하게 말하면, 세상에 내 약점을 아는 사람이 괜히 한 명 더 늘어나는 건데….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가을방학 노래 중에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라는 곡, 혹시 들어보셨나요? 거기 보면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좋은 것들만 내게 주겠다는 너를 보면/좋은 노래만 추렸단 모음집이 떠올라/예쁜 모습만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아/하지만 나는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질문자님은 기왕이면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겠지만, 남자친구는 베스트 앨범을 사지 않는 사람인 거죠.

남자친구가 질문자님의 고민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의지하기를 바라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좋은 것만 보이려고 애쓰다가 금방 지쳐버릴까봐 걱정하는 걸 수도 있어요. 숨기는 게 있으면 함께 있는 동안 긴장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서로를 만나는 게 마냥 편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 관계가 지금은 좋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긴장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상상해보세요. 어쩐지 숨이 막히고 지치지 않나요? 꽁꽁 숨겨놓은 비밀들을 언제까지 혼자 감당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자친구와 잠깐 만나고 헤어질 생각이 아니라면요.

 

 

스무 살 때 만난 전 여자친구가 질문자님과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어렴풋이 복잡한 가정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따로 설명을 해 주지는 않더라고요. 여자친구가 우울해할 때, 그 문제 때문인가 추측해볼 뿐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요. 본인이 말하기 싫다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안다고 해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닐 거고. 언젠간 이야기하겠지 싶어서 그냥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6년쯤 만나다가 헤어졌어요. 물론 그 문제 때문만은 아니고요. 다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저는 6년 동안 못 미더운 남자친구였나 싶어서 씁쓸하네요. 하하.

 

 

연애 초반에 같은 문제로 애인과 많이 싸웠습니다. 저는 “제발 좀 솔직해지라”는 입장이었고, 애인은 “자신의 지질한 부분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리고 연애 2년 차인 지금 나름의 합의점을 찾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경우 한 발짝씩 양보했어요.

일단 저는 더 이상 애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대신 애인도 저를 위해 공개 가능한 자잘한 문제들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이렇게 하니까 ‘그래도 얘가 노력은 하고 있구나’싶어서 예전처럼 화가 나진 않더라고요. 연애는 둘이 하는 것이니까요. 불편하더라도 조금씩 양보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질문자님은 고민이 있으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유형인가요, 아니면 포커페이스를 완벽하게 유지하는 유형인가요?

저의 옛 애인은 전자였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반경 1m 이내에 검은 기운을 뿜으며 앞에 있는 사람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죠.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개인적인 문제라 말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로 일관했어요. 그래서 애인이 저기압일 때면 벌 서는 기분으로 영문도 모른 채 그 사람의 눈치만 봤어요.

그런 상황이 지속되니 나중에는 ‘나 보고 어쩌라고’ 싶어지더라고요. 말을 해주든가. 그렇지 않으면 티를 내지 말든가. 연애 막바지엔, ‘나는 오빠한테 필요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어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어요.

절대 말하고 싶지 않은 고민이라면, 상대가 그 고민이 존재하는 것조차 모르도록 표정 관리까지 완벽하게 해야 해요. 그런데 연인 사이에 그게 가능할까요? 모두에게 비밀로 할 만큼 심각한 고민이라면 어떻게든 티가 나기 마련일 텐데요.


[873호 – go_min]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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