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앤 하이드> 

샤롯데씨어터

2018년 11월 13일 ~ 2019년 5월 19일

 

 

친애하는 머글 여러분. 제가 요즘 가장 후회하는 일이 뭔지 아십니까? 영원히 머글일 거라고 자신했던 것입니다. “내 취향 아냐.” 인간의 취향이란 얼마나 허약한가요. 나이 먹으면 변하고, 한번 눈길이 간 후엔 걷잡을 수 없이 잘 생겨 보이죠.

 

그렇게 덕질을 하기 시작하면, 가슴을 치며 두 번째 후회를 하게 됩니다. 머글일 때 왜 그가 나온 영화/드라마/공연을 보지 않았지? 영화나 드라마는 다운 받아서 볼 수라도 있지요. 지나간 공연은 돌아오지 않아요.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세기말 화질의 커튼콜 영상을 보며 광광 울 수밖에요. 저걸 봤어야 하는데, 언제 또 할지 모르는데….

 

 

어제 회식 자리에서 동료가 말하더군요. <지킬 앤 하이드>가 끝나기 전에 무조건 한 번은 꼭 볼 거라고요. 조승우가 언제 또 ‘지킬’을 할지 모르니까, 라고 덧붙이면서요. 아, 현명한 머글. 앞으론 꼭 저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저도 더 이상의 후회는 사절이라 굳은 의지로 ‘피켓팅’에 참전했습니다. 지인 몇 명이 용병으로 동원됐죠. 그의 별명은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니까요.

 

‘조지킬’은 덕심 빼고 봐도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정신분열증을 고치기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려는 지킬 박사.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자신의 몸에 약을 주사해 실험을 강행합니다. 뚜렷한 변화는 없다고 자신하는 찰나, 그의 가장 어두운 내면 ‘하이드’가 깨어나버리죠. 목소리도, 표정도, 몸짓도 완벽히 다른 사람이 된 채 괴물의 탄생을 노래하는 장면은 여러모로 압도적입니다.

 

 

성량이 너무 짱짱해 대극장 지붕이 날아가는 줄 알았어요. 지킬 박사의 의도와 달리 하이드는 통제를 벗어나 시도 때도 없이 살인을 하고, 지킬의 몸을 온전히 가지려 하죠. 두 내면은 초 단위로 바뀌고 충돌하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웅장한 넘버와 시시각각 바뀌는 섬세한 연기가 황홀해 눈물이 날 뻔했어요. 저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이렇게 찬양을 늘어놓은 걸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자리도 없는데 굳이 경쟁자를 늘린 것에 대해서요. 하지만 괜찮아요. ‘조지킬’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필수 교양 같은 거니까요. 무대가 끝난 후엔 당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할지도 몰라요. 한 번 머글이 영원한 머글이란 법 있다? 없다! 김슬


[873호 – culture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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