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곧 화석이네요?” 작년 이맘때쯤 친한 후배가 내게 말했다. 그땐 가볍게 웃으며 넘겼으나 새해가 밝아오면서 나를 화석으로 불러대는 지인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와… 네 나이가 벌써? 화석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며 등짝을 툭 치던 선배부터 “이제 우린 개강 총회 같은 데 못 가!”라고 말하는 동기까지. 이들의 말을 듣고 나니 실감이 났다. 빼도 박도 못 하는 ‘고학번’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장난쯤으로 여겼던 화석이란 단어를 자꾸 듣다 보니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어떨 땐 ‘왜 고학번을 고대 유물 취급씩이나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화석이란 단어가 유행하면서 고학번은 어디서든 환영 받기 어려운 존재로 치부된다는 점이다. 처음 보는 후배들 앞에서 학번을 얘기하면 후배들은 “아… 13학번이시구나. 대선배시네요!”라며 은근히 놀라는 기색을 내비쳤고 깍듯하게 존댓말을 썼다. 그래 봤자 고작 2~3살 차이인데….

 

 

그런 후배들의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내 집처럼 드나들던 과방이나 동아리방도 전처럼 자주 갈 수 없었다. 학교 행사는 물론 삼삼오오 모이는 술자리에 끼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졌다. 괜히 내가 후배들을 불편하게 만들까봐 걱정이 된 것이다. 아주 가끔 후배들과 어울리는 일이 생길 때면 일부러 처량한 고학번의 이미지를 자처하며 “화석이 껴서 미안해…”라는 식의 자조적 유머를 일삼기까지 했다.

 

이렇게 모두가 불편해하는 화석인 내가 꼭 필요해지는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책임질 사람이 필요할 때였다. 대표적인 예는 조별 과제. 학번을 공개하는 순간, 모두가 내 의견에 귀 기울이며 암묵적으로 조장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제일 학번이 높으시니까 조장을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다들 무언의 기대를 담아 나를 쳐다보면 나는 얼마 먹지도 않은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곤 한다. 상황이 이러니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학번 공개를 하는 것이 점점 꺼려진다.

 

 

나 역시 새내기였던 시절이 있었기에 고학번 선배에 대한 거리감과 불편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조새’, ‘화석’, ‘삼엽충’ 같은 말로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고학번인 나와 후배들이 친해질 수 있는 일말의 기회조차 날아가고 만다. 인간 대 인간이 아닌, 학번 대 학번으로만 만나는 우리가 무슨 수로 친해질 수 있겠나.

 

고작 입학 연도일 뿐인 숫자가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거다. 사실 사회로 나가면 숫자의 벽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더라. 취업할 때 나이가 많으면 불리하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각종 커뮤니티엔 “28살인데 취업 가능할까요?” “졸업이 늦었는데 괜찮나요?” 같은 질문이 쏟아지고. 그러니 친구들아, 적어도 우리끼리는 이러지 말자. 고작 두세 살 차이인데 ‘화석’이란 말로 서로의 살을 깎아 먹기엔 우린 아직도 충분히 어리고 창창하니까.


[874호 – special]

Campus Editor 서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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