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취미는 ‘펜팔’이었다. 어디선가 들은 좋은 글귀와 직접 지은 시를 꾹꾹 눌러 적은 편지를 펜팔친구와 주고받았다. 그 기억 덕분일까. 나는 여전히 누군가와 내가 느낀 감상을 공유하는 게 즐겁다.

 

같은 이유로, 대학에 와 처음 페이스북을 접했을 때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니…! 그때부터 나는 모두와 펜팔 친구가 된 것처럼 기뻐하며 게시물을 공들여 작성했다. 답장을 기다리듯 설레는 맘으로 친구들의 댓글을 읽는 것이 큰 행복이었다.

 

출처 tvN <콩트 앤 더 시티>, Olive <밥블레스유>

 

그런 나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준 사건이 일어났다. 1학년 2학기가 저물어 갈 때 즈음이었다. 동기들과 떠난 MT에서 밤새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오랜만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과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차오른 것이다.

 

MT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페이스북에 로그인했다. 동기들에 대한 1년 치 고마움을 담아 게시물을 작성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나는 놀림거리가 되어 있었다! ‘우리 아연이 갬성 보소~’라는 댓글을 시작으로 ‘오글오글’, ‘새벽에 썼냐ㅋ’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 진심이 누군가의 웃음거리가 된 걸 목격한 순간이었으니까.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SNS 피드에 더 이상 진심을 담은 글을 올리지 않는다. 최대한 가볍고 재미있으며 금방 휘발될 이야기만을 골라 올린다. 나의 진짜 이야기는 마음 한구석에 꽁꽁 처박아 둔 채로. 한술 더 떠 요즘엔 스스로를 검열하기까지 한다. 단어를 지우고 말투를 바꾸며 남아 있는 1g의 감성마저 깨끗하게 세탁해버린다. 그럼에도 ‘이거 좀 오글거리나?’라는 생각이 들면 썼던 글을 모두 지운다. 이젠 익숙해진 습관이다.

 

 

주변 친구들을 보며 느낀 건 자기 검열이 비단 나만 겪고 있는 고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즐겨 마시는 차, 좋아하는 책, 감명받은 영화 등 다양한 취향을 가꿔온 친구들과 만나도 시시한 농담만 하며 하루를 보낸다. 우리는 더 이상 감동적이었던 책의 구절을 공유하거나, 가사가 예쁜 노래를 서로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감성충’이라는 낙인을 피해 나와 남을 철저하게 검열할 뿐이다. 표현하는 순간, ‘흑역사’가 되고 마니까.

 

많은 이들은 “웃자고 한 말인데?”라며 이 단어를 싫어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이토록 가볍게 취급해도 되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상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갬성’이라면 나는 오늘부터 따뜻한 얼그레이 티를 마시며 책 한 권을 들고 앉아 음악을 듣는, 열렬한 ‘갬성주의자’가 될 테다. 나 혼자라도 모두가 당당하게 취향과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세상을 응원하고 싶다.


[874호 – special]

Campus Editor 원아연 모닝 커피와 책 한 권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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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나는 갬성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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