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사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무언가를 선택하는 게 어려워져요. 어른이 될수록 선택에 따라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 커지잖아요.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저는 아르바이트 하나를 지원할 때도, 대외활동을 선택할 때도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요. 선택에 실패했을 경우 막대한 시간적, 경제적 손해가 생기니까 뭐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내 일인데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존해 결정할 때가 많아요. 심지어 어떤 나라로 여행 가면 좋을지조차도 혼자 못 정해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데. 앞으로 더 중요한 선택도 하게 될 텐데, 이렇게 결단력이 없는 제 모습이 참 걱정돼요. 저 어쩌면 좋을까요?

– S양, 24세


 

 

저도 정말 선택을 못 하는 사람인데요. 사실 지금도 질문자님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그것부터 고민 중이에요. 예전엔 성격을 고치려고도 해봤는데 괜히 스트레스만 받고 안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전 제가 선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였어요. 심지어 저는 ‘답정너’거든요(친구들아 미안하다!). 누가 어떤 조언을 해줘도 내가 납득할 때까지는 고민을 계속해요.

그래서 요즘은 애초에 시간을 길게 잡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요. 예를 들어 유럽에 갈까 남미로 갈까 고민되면 두 가지 항목을 표로 만들어서 철저하게 분석하는 거죠. 자료 조사도 정말 많이 해요. 인터넷 검색은 기본이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의견을 구해요.

그 정도 하면 그래도 뭘 골라야 할지 감이 오더라고요. 같은 종족(?)으로서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내가 택한 답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을 때. 그런 성공의 경험이 거듭 쌓였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됩니다. 반대의 경험만 그득하다면? 매사에 자신이 없어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우리는 아직 겨우 20년 조금 넘게 살았을 뿐이잖아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성공한 경험이 없는 게, 결단력이 없는 게 당연할 나이입니다.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마세요.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옆에서 자꾸 ‘못 한다, 못 한다’ 염불을 외면 잘 될 것도 안 돼요.

시간이 지나서 경험이 쌓이면 질문자님도 나름의 기준이 생기실 거예요. ‘꼭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안 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라든가 ‘선택이 어려울 땐 소거법을 써서 최악을 지우자’라든가.

조급해하지 말고 본인만의 기준을 꾸려보세요. 어차피 고민을 하며 괴로운 것도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결국 그 선택을 책임져야 하는 것도 나니까요.

 

 

꼭 모든 걸 혼자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문을 구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죠.

다만 좀 더 똑똑하게 질문할 필요는 있어요.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을 붙잡고 A냐 B냐 물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거든요. “쟤는 결단력 없는 애”라는 소리나 듣게 되죠.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그 분야에 빠삭한 사람을 선별해 물어보는 건데요. 꼭 대단한 전문가가 아니라도 해당 분야를 많이 접해본 사람이면 괜찮아요.

또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에게 이야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서로 다른 두 가지 색깔의 의견 중 묘하게 거부감이 드는 쪽이 있을 텐데요. 그럼 그 선택지를 버리면 됩니다.

 

 

선택에 있어 신중한 것은 성향입니다. 우성과 열성으로 나뉘는 문제가 아니에요. 고민하는 게 싫어서 최대한 빨리 선택해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는 분명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문자님보다 뛰어난 사람일까요? 성향을 억지로 바꿔서 그 사람처럼 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제 생각엔 질문자님에게 필요한 건 결단력이 아니라 선택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연습인 듯해요. 정확히 말하면 질문자님은 선택을 두려워한다기보단, 그것이 가져올 시간적 경제적 손해를 걱정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무엇을 택하든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에요.

 

 

제 생각에 질문자님은 충동적으로 사는 연습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주 작은 것부터요. 마음에 드는 셔츠가 있을 때 최저가 이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질러본다든가. 정보가 전혀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아무 메뉴나 시켜 먹어 본다든가.

일단 저지르고 나면 알게 될 겁니다. 아무렇게나 선택해도 그렇게 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는 걸요.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수정하면 되고요.

오토바이를 살까 말까 고민된다→ 산다 → 막상 사 놓고 보니 현재 내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 깔끔하게 인정하고 중고로 판다 → 팔고 보니 아쉽다 → 다시 산다. 뭐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나아가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시간적 경제적 손해는 사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거예요. 말씀하신 대로 어른이 될수록 감당해야 되는 책임이 커지니까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많이 저질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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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호 – go_min]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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