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연애 유무는 꼭 묻는 것 같아요. “몇 살이에요? 어느 학교에요?” 뒤엔 “여(남)자 친구 있어요?”가 나오죠. 소개팅 어플이 아니라, 공부하려고 모인 스터디에서도 그래요. 제 주변엔 스터디에서 이성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취업 준비를 하려고 스터디에 들어갔는데,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그만두고 새로운 스터디를 찾더라고요. 결국 지금까지 스터디를 못 찾고 있어요. 스터디를 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스터디가 하나의 연애 풀인 거죠.

 

대외활동, 아니 심지어 봉사 활동에서도 연애 지상주의는 못 말려요. 저희 학교에는 인싸들이 가는 것처럼 포장된 유명한 봉사 활동이 있는데요. 이상하게 다녀온 애들은 동아리도 탈퇴하고, 학과 공부에도 집중을 못하는 거예요. ‘대체 뭔데 저러나’ 싶어 직접 도전했다가 인간에게 환멸만 느끼고 돌아왔어요.

 

분위기 자체가 제가 상상한 봉사 활동과는 달랐어요. 어느 날 뜬금없이 단합을 해야 하니 등산을 가자고 하더군요. 가서는 어떻게든 남녀 짝을 지어 손잡게 하려고 분위기를 만들더라고요. 여자들은 연약하니 의리 있는 남자들이 무조건 손을 잡아줘야 한다나. 뜨악했어요. 무슨 포크 댄스 추나요? 대체 어느 시대 젠더 감수성인지….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았거든요. 억지스러운 분위기가 싫어서 손을 잡지 않는 사람들만 뒤에서 욕을 먹었죠.

 

이후로도 짝 피구나 짝 축구처럼 굳이 남녀 쌍으로 하는 활동을 프로그램에 넣더라고요. 물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봉사 활동 단체가 아니라 <짝> 촬영지인 줄 알았어요. 어느 날은 봉사 끝나고 버스를 타는데 여자들 보고 옆자리를 한 칸 비우고 타라는 거예요. 그다음은 남자애들이 나이순으로 서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해서 앉으라는 거죠…. 대체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전체적으로 연애를 신봉하는 신흥 종교 집단 같은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든 사건이 있었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뒤풀이도 강요하는 곳이었거든요. 봉사 준비를 마치고 술자리에 꾸역꾸역 가게 됐어요. 친구들과는 절대 하지 않을 술자리 게임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19금 왕 게임은 기본이고요. ‘여기서 00하고 싶은 사람’을 꼽는 귓속말 게임을 할 때도 19금으로 하는 거죠. ‘여기서 옷 벗기고 싶은 사람’, ‘집에 데려가서 섹스하고 싶은 사람’. 그 자리에 있는 게 현타가 오더군요.

 

평소에 인간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조차 분위기에 젖어드는 걸 보고, 진절머리가 났어요. 정상적인 모럴을 가진 사람도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활동에 거의 참여 안 했어요. 이때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자기소개서에도 절대 쓰지 않아요. 제대로 활동한 게 있어야 쓰죠. 나중에 알고 보니, 연인 있는 사람들이 가면 ‘환승’한다느니, ‘섹봉’이라느니 온갖 저질스러운 수식이 붙은 곳이더라고요….

 

제 경험이 극단적으로 ‘썩은’ 예이기는 해요. 하지만 대외활동이나 스터디를 하다가 여친이나 남친이 있다고 대답하면, 이런 데 왜 왔냐고 묻는 사람들 여전히 많아요. 연인이 있는 친구가 억지로 짝을 맞추려는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으면, “그것도 설득 못 하고 잡혀 사냐?”는 둥, “걔랑 결혼할 거냐?”는 둥 온갖 잔소리를 하는 친구도 많고요. 본인들은 ‘낯선 남녀가 모이면 눈 맞는 건 자연스럽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제가 보기엔 이상한 쿨병에 걸린 것 같아요.

 

대외활동에서 정말로 사귀는 사람이 생기잖아요? ‘헤어져도 활동에는 참여한다’는 각서를 쓰게 하는 곳도 있어요. 오버하다가 진짜 인연을 방해하지나 말지. 연애에 대한 참견은 짝짓기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불쾌해요. 내버려두면 당사자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을 괜히 “둘이 사귀네~ 데이트해라~” 난입하죠.

 

엉뚱한 사람끼리 썸이라며 엮어대니, 정말 호감이 있는 사람들은 위축돼서 아무 고백도 못 하기도 해요. 마음이 없어도 ‘만나야 하나?’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요. 인간적인 호감까지 ‘이성적인 연애 감정’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묻고 싶어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가요?

 

연애와 사랑은 분명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죠. 새로운 모임에서 상대를 찾는 것도 좋아요. 문제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면서, 소개팅보다 더 부자연스럽고 자극적인 만남만 추구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저처럼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가 사회성이 결여된 건가 의심했는데요. 어울리지 않았다는 자체가 상식에 대한 변별력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봐요. 아닌 것 같은 모임이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세요!


[875호 – 20’s but]

대외활동에선 깔끔하게 활동만 하고 싶은 20대와의 인터뷰를 옮겼습니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국민 주거고민 맞춤형 해결사 등장!


펜타곤 진호 & 오마이걸 효정의 콜라보 무대가 열린다

인스타그램 @univ20에서 4/18(목)까지 초대 EVENT 진행!

 

‘내가 만드는 해치’ 콘텐츠 공모

총 상금 1,740만원, 4월 24일까지 접수!

 

졸업작품에 2,300시간을 쏟은 동국대생

“완벽하게 끝낼 게 아니라면 시작도 안 했어요”

 

최대 240만 원, 서울시 청년 월세 지원해드립니다

지금 바로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지원하자!

 

코딩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고?

코딩부터 면접까지 취업 올케어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창작 취준생을 위한 비대면 무료 교육

총 150명 선발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취준생을 위한 무료 교육 설명회

문화 예술 기획, 창작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

 

1등 500만 원? 놓치면 후회하는 콘테스트

상금 규모에 취하는 '진로 두꺼비 스타일링 콘테스트'

 

❛지구 반대편에서 할머니의 집밥을 기록합니다❜ 미뇨끼 인터뷰

대한민국에서 우리집 이탈리아의 따뜻한 요리 영상을 만드는 미뇨끼 이야기

 

나는 짝짓기 조장에 환멸을 느끼는 20대입니다

 
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