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 베타 테스트 – 매일 실내 걷기 편

우리는 어째서 새해만 되면 작심삼일의 무한 루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2019년도 계획만 세워 놓고, 어영부영 흘러갈까 겁이 난다면? 내가 세운 계획이 진짜 해볼 만한 계획인지 일주일간의 베타 테스트를 실시해보자. 수정할 점을 보완해 ‘새해 계획 2019 ver.’을 완성한다면, 작심삼일의 루프를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계획을 세운 이유

운동 부족으로 인한 건강 악화. 입사 후 매년 몸무게가 2~3kg씩 늘었음. 그나마 하는 게 걷기 운동인데, 날씨 핑계로 그마저도 꾸준히 안 함. 그래서 신년에는 매일 한 시간씩 서점, 마트 등등 실내를 걷는 운동을 해볼까 함.

1일 차 6520보

첫 실내 걷기는 장소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서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새로 산 책 때문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게다가 책 고르느라 한 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실제로 걷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거 걸었다고 피곤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도 못 지우고 잠듦.

2일 차 10523보

본격적으로 걷기 위해 고양 스타필드에 갔다. 입점한 브랜드가 560개라는데. 아무튼 크다. 한 층 끝에서 끝으로 가는 데만 10분 넘게 걸어야 함. 볼 게 많아서 목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물론 내내 걷기만 한건 아니고 중간에 평양냉면도 먹고 커피도 마심. 이거 운동 된 거 맞겠지?

3일 차 4779보

작심삼일이라더니. 퇴근 후 바로 송년회에 가야 해서 걸을 시간이 없었다. 급한 대로 근처에 있는 올리브 영에서 걸었다. 드러그스토어치고는 제법 큰 매장이었지만 특별한 용무 없이 어슬렁거리기엔 눈치가 보여서 30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 오늘은 망한 걸로^^

4일 차 6041보

실내에서 한 시간 걸으면 몇 칼로리나 소모되는지 궁금해서 어플로 계산해봤다. 이마트 걷기 한 시간=약 3000보, 칼로리로 환산하면 뭐? 100cal! 맙소사. 맥주 250cc 마시면 끝이잖아. 어쩌지. 운동했다는 보상 심리로 야식 엄청 먹었는데. 속상하니까 오늘 산 맥주까지만 마셔야겠다.

5일 차 640보

이제 주변에 있는 ‘대형 몰’은 다 돌았는데 추워서 멀리 가긴 싫다. 어차피 몇 칼로리 되지 않는 거 안 할래! 파업 선언 후 종일 와식 생활을 했더니… 두둥. 충격적인 걸음 수를 기록했다. 이렇게 안 움직이니까 계속 옆으로 불어나지. 오늘의 교훈. 뭐든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

6일 차 8873보

걸을 곳을 물색하다 가락시장에 갔다. 수입 식품을 파는 가게에 신기한 소스가 많아서 신나게 돌아 다니다 보니 목표 시간도 금방 채웠다. 함정이 있다면 흥분해서 소스를 5만원어치나 사버렸다는 거. 이쯤 되니 운동 챌린지인지 쇼핑 챌린지인지 헷갈린다.

7일 차 5282보

만만한 집 근처 이마트에서 마지막 걷기 운동을 했다. 처음에 장보기를 겸해서 걸었을 땐 지루한 줄 몰랐는데, 목적 없이 걸으려니 헬스장 러닝머신 만큼이나 따분했음. 그렇다고 매일 먼 곳에 있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갈 수도 없고. 이럴 거면 차라리 헬스장에 가는 게 나으려나?

후기

아무래도 다른 운동을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 하지만 운동 효과가 미미하며, 상점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긴다. 이 돈을 다 모으면 헬스나 요가를 등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다음엔 뭘 해볼까. 매일 스쿼트 50개씩? 108배?

얻은 것 운동한 기분 잃은 것 의욕

[876호 –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