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스물다섯 살이 됐어요. 그리고 인생 두 번째 휴학 중이에요. 졸업할 나이는 예전에 지났죠. 주변엔 하나둘씩 취업을 했거나, 학부 조기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친구도 있거든요. 비교하면 당연히 불안해지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늦은 게 아니고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불안함이 좀 가시거든요. 물론 사회는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요.
첫 휴학은 2학년을 마치고서 했어요. 계획에 없던 휴학이었어요. 집안 사정이 있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거라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한 게 없어요. 누구나 한다는 어학 점수 만들기나 대외활동은 시작조차 못 했고요. 아, 그래도 알바는 했네요. 꼭 하고 싶었다기보다, 어떻게서든 휴학의 명분을 만들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 외 시간에는 멍하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어영부영 1년을 보내고 복학하자마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전공이 저랑 정말 안 맞더라고요. 수험 공부에 지친 고등학생이 무슨 고민을 했겠어요. 적성은 고려하지도 않고, 배치표만 보고 취업 잘된다는 과, 나중에 편하다는 과에 덜컥 지원한 거죠. 공부에 질려서 1학년은 실컷 놀았고, 2학년엔 필수 교양 학점 채우느라 바빠서 몰랐고요.
그렇게 3학년 1학기가 되어서 본격적으로 전공 수업을 들었는데… 대체 이걸 왜 배워야 하나 싶었어요. 비극의 시작이었죠. 저희 학교는 전과가 5학기까지만 가능하거든요. 편입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시간과 돈,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커서 엄두가 안 났어요.
그래서 작년에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고 다시 휴학을 선택한 거예요. 졸업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해두고 싶었거든요. 학교 다니면서는 진로나 취업을 고민할 시간이나 여유는 없으니까요.
마음 같아선 1년쯤 여행을 가거나, 책과 영화, 음악에 파묻혀서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싶었어요. 대학생만이, 청춘이라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었죠. 근데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조차 이해받을 수 없을걸요. 아니, 제 자신부터 그런 휴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한 거 같아요. 이게 외국의 ‘갭 이어’와 한국 대학생들이 하는 휴학의 근본적인 차이겠죠.
어쨌든 두 번째 휴학 기간에는 운 좋게 인턴십도 하고 대외활동도 하게 됐어요. 업무가 재밌는 곳도 있었고, 안 맞을 것 같은 곳도 있었어요. 책임이 덜한 자리에서 맛보기만 한 거지만요. 나름대로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기에는 충분했죠. 그런데요. 어디를 가도 수료할 때가 되면, 실무자 선배들이 이런 아련한 말을 남기는 거예요. “이 업계는 절대 오지 마요….” 그렇게 휴학을 하고 활동하는 동안 아예 방향을 잃고 말았어요. 꿈을 찾으려고 휴학을 했는데 정작 꿈이 흐릿해져버린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학기에도 휴학을 연장하려고 하는 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예요. 학생으로서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때, 미래에 대한 단서라도 찾고 싶어요. 알아요. 현실은 냉정하고 잔인한 거. 그래서 취업 마지노선이 가까워오는 스물여섯 살이 되면, 빨리 졸업하고 어디서든 돈을 벌 계획이에요.
아무리 싫어도 전공 수업에서 학점 잘 받으려고 노력하고, 어학 점수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 공부를 놓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고요. 하지만 복학하고 졸업한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졸업 예정자, 수료자라는 딱지 때문에 활동 지원하는 데 제약만 많아질걸요?
“요즘 애들은 대체 뭐가 힘들다고 그러는지.” 어른들이 보기에는 배부른 투정으로 들릴 것도 알아요. 제 친구도 한 학기 남기고 ‘꿈’을 찾아서 휴학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께 딱 그렇게 반려당했대요. 결국 그 친구는 휴학은 했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요.
보통 고등학교까지는 “대학교 가서 해.”라고 꾸중 듣다가, 대학교부터는 “아직도 뭘 할지 몰라?”라고 갑자기 질책을 받잖아요. 취업운이라곤 구경도 못한 세대답게 정작 대학 생활 내내 꿈꿀 여유는 전혀 없죠. 근데 다들 말씀하시는 대로 20대가 인생을 결정하는 시기라면. 정말 그렇게 중요하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실 수도 있지 않나요? 20대때만이라도 여러 길을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 같거든요. 선배들처럼 이 길이 아닌 걸 알면서도, 억지로 할 수 밖에 없는 삶은 너무 슬프잖아요.
[876호 – 20’s but]
휴학을 하고 내 길을 찾고 싶은 20대와의 인터뷰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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