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엄마와 쉬는 날이 겹쳤다. 1년 전 엄마는 갑자기 귀농을 꿈꾸는 초보 농사꾼이 되었고, 쉬는 날만 되면 열일 제쳐두고 시골로 내려갔다. 그날도 엄마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시골에 내려갈 채비를 했다. 그 기척에 잠이 깨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나도 엄마와 함께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러다 날 새겠네, 날 새겠어!” 도로 공사를 하는지 가는 길이 평소보다 많이 밀리자 엄마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 가지를 쳐내야 하는데,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않자 마음이 조급했을 거다. 엄마의 불평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나도 덩달아 짜증이 날 것 같아 엄마에게 “조금만 참아!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 언젠간 도착하겠지!”라고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민망했던지 엄마의 불평은 이내 수그러들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 무렵 가장 참을성이 없는 사람은 나였다. 새해가 시작됐다고 생각하니 부쩍 마음이 급했다. 지난 1년 동안 막연하게 어학연수 계획을 세워두고 알바를 하며 지냈다. 동기들은 대외활동, 교환학생, 토익 시험 등을 분주하게 준비 중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분명 나도 목표를 향해서 무언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었다. 토익 시험은 준비를 하다가 멈춘 상태이고, 알바로 돈을 모았으나 어학연수를 위한 목표 자금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외활동이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흥미가 가는 것들은 전부 모집 기간이 지나버린 뒤였다.

 

 

동기들보다 한 해 늦게 대학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내 목을 조여 왔다. 재수를 했던 1년이 마치 10년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뒤처졌다고 생각이 들었고, 매사에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무엇을 해냈다’는 식의 소식을 들으면 시끄러운 머릿속이 더욱 어지러워졌다. ‘나는 언제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인턴을 마치고 어느 세월에 취업을 하지?’ ‘안 그래도 시간이 모자란데 지금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때까지 난 뭘 했지?’ 이런 답 없는 물음들이 매일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울 즈음, 시골에 도착했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한 탓일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서둘러 나뭇가지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삐죽삐죽 자란 나뭇가지들이 어찌나 많은지… 이걸 언제 다 골라내나 싶어 괜히 나무에게 심술을 부리고 있는데, 마침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 곁을 지나가셨다. 엄마와 나를 가만 보시던 할아버지는 느긋한 말투로 “처음부터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하라”는 말을 툭 던지고 가셨다.

 

그 말을 듣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만 앞선 채로 일을 해결하려고 했던 내가 할아버지의 느긋한 말투와 발걸음 덕에 덩달아 여유로워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전까진 가지 쳐내는 데만 정신이 팔려 보이지 않았던, 나무의 튼튼한 몸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나무가 나의 손길을 거치고 세월이 지나 열매를 맺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과정은 결코 빠르지 않겠지만, 천천히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올 순간이었다.

 

가지를 빨리 쳐내려 아무리 서둘러봤자, 열매가 자라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맘이 급하다고 빠른 결실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당장 결과를 얻기 위해 발악해봤자, 아직 ‘때’가 아니기에 그 결과가 눈앞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잘 익은 열매처럼 성공적인 결과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날 나는 세 그루의 나무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어루만지며 가지를 쳐냈다. 그래, 모두에게 때가 있다. 시간이 흘러 결실을 맺게 될 때가. 서두른다고 더 빨리 오는 게 아니다. 그때까지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애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도 마침내 단 열매를 영글 때가 오지 않을까.

 

*여러분의 에세이를 기다립니다. magazine@univ.me로 원고지 10매 이내의 글을 보내주세요. 


[877호 – 20’s voice]

Writer 김미진 sjc2725@naver.com

유일한 약은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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