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좋아하냐고요?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면, 굳이 올라오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요. 얼마 전 연간 공모전과 대외활동을 싹 정리해본 적이 있거든요. 20대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활동들은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권 위주로 거주지 제한이 있더라고요.

 

거주지 제한이 없더라도 매달 정기 회의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데, 거의 서울에서 열리죠. 그렇다고 교통비가 지원되는 것도 아니에요. 서울과 집을 오가며 대외활동을 하려면, 한 달에 20~30만원 정도를 교통비로 투자하게 돼요. 방학 동안 활동을 위해 잠깐 서울에 살았을 때, 교통비 때문에 집에 내내 못 내려갔었어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교통비 정도는 감수한다고 쳐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서울에 단기로 집을 얻어서 살 때부터 시작돼요. 저번 학기 때 저는 아예 6개월간 휴학을 하고, 서울에 방을 구하려고 마음먹었죠. 더 다양한 대외활동도 하고, 인턴 경력도 만들고 싶어서요. 면접 보러 올 때부터 약간 서러웠어요.

 

아침 일찍 면접이라, 하루 전에 올라와 낯선 방에서 혼자 잠을 청하는데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더라고요. 운 좋게 합격은 했지만, 합격 발표도 저를 도와주진 않더군요. 활동 시작 4~5일 전에야 발표가 난 거죠. 급하게 교통이 좋은 지역의 부동산을 돌아다녀 봤지만, 당연히 좋은 방이 있을 리가 없고요. 교통에 버리는 시간 줄여보려고 올라온 건데, 서울 외곽에 방을 구할 수도 없고. 남은 방 중 그나마 나은 방으로 계약을 했어요.

 

 

그때 알았어요. 단기로 계약을 할 때는 거주지 이전 신청을 할 수 없단 걸. 만약 휴학을 한 상태라, 예비군 훈련에라도 걸린다? 그럼 훈련 하나 때문에 집에 내려가야 하는 거예요. 앞뒤로 오고 가는 일정 붙이면 3~4일도 충분히 걸리겠죠. 더 큰 문제는 거주지 이전 신청을 못 할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생겨도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서울·경기권에 사는 친구들은 활동에만 집중할 동안, 저는 이삿짐 옮기고, 정리하고, 불안에 떠느라 첫 달을 정신없이 보내야 했죠.

 

매달 고정적인 지출이 생기니까 생활비 압박도 커졌어요. 공과금과 방값에 식비까지. 집에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저 혼자 힘으로는 어림없었을 액수죠. 예상외로 늘어난 비용도 있네요. ‘주류비’요. 늘 집에 혼자잖아요. 서울에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원래 소주가 너무 독해서 못 마셨는데, 외로움에 한 병씩 혼술 하다 보니 술이 많이 늘었어요.

 

휴학기간이나 방학기간 동안 길면 6개월, 짧으면 3개월. 단기 거주를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다는 상실감이 밀려오고, 정착했다는 안정감도 안 들거든요. 차라리 1~2년 사는 거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어차피 활동 끝나면 떠나야 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정도 잘 못 주겠고, 집을 꾸밀 마음도 안 들고. 애착이 안 생기니까 일상 자체가 삭막해져 가요. 여행도 아니고, 생활도 아니고, 내 공간도 아니고. 당일치기 여행 가서 계속 짐을 메고 있는 느낌이랑 제일 비슷할 것 같아요.

 

 

놀 때야 서울만큼 좋은 곳이 없죠. 그래서 방학마다 올라오는 주변 친구들도 많아요. 동네에서는 데이트할 때, 밥 먹고 카페가면 할 게 없거든요. 서울은 밥만 먹으려 해도 고르기 힘들 정도로 선택지가 많죠. SNS에서 유행하는 맛집은 다 서울에 있잖아요. 예술영화 같은 문화생활은 비교할 수도 없고. 제가 서울에 있는 동안, 고향에 있는 여자친구가 함께 가고 싶은 카페 리스트를 정리한 적이 있어요. 다 가려면 1년은 걸리겠더라고요. 저도 또 서울에 놀러 오긴 할 것 같아요. 고향에도 서울만큼의 시설이 갖춰진다면? 장담할 수 없지만요.

 

캄캄한 방에 혼자 있을 때면 서울이 정글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 같더라고요. 본가에 있을 땐 주말 아침이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는데, 서울에서는 주말에 일찍 깨는 게 제일 싫었어요. ‘이 많은 시간을 뭐하고 보내지’라는 생각으로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활동을 하며 “이거 하려고 서울에 왔어요?”라는 주변의 말을 들었을 때, 더 마음이 무너졌던 것 같아요. ‘고작 이것’을 위해 제가 치러야 했던 대가가 너무 컸거든요. 방학동안 서울에서 잠깐이라도 생활해보려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각자의 이유가 있을테니 말릴 수 는 없겠죠. 하지만 권하지도 못하겠어요. 사람은 열정만으로는 살 수 없으니까요.


[877호 – 20’s but]

앞으로 서울에는 놀러만 올 예정인 20대와의 인터뷰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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