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다. 새해 덕담을 시작으로 벌써 한 해가 갔네, 시간 빠르네 하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나이’가 됐다. 작년에 서른의 세계로 입성한 나는 이미 틀렸기에(?) 나이 먹는 일에 대해 별 감흥이 없었는데 후배는 그렇지 않았다. 앞자리가 3으로 바뀐다며 내내 시무룩해했다. “서른 돼도 똑같아. 다만 숙취가 좀 더 심해지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좀 더 힘들 뿐ㅋㅋ” 웃픈 농담을 끼얹은 위로를 건네자 후배는 “ㅋㅋㅋ” 대신 라이언이 쪼그리고 앉아 눈물짓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나… 올해는 아나운서 될 수 있을까?” 후배가 우울한 진짜 이유는 그거였다.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보다,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뀐다는 낯섦보다, 그로 인해 365km쯤 더 멀어져버린 것 같은 꿈 때문에. 몇 년 전 후배는 작은 회사에 취업을 했다. 언제까지 꿈만 좇을 순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 뒤로 제법 잘 적응한 줄 알았는데​… 회사를 다닐수록 못다 이룬 꿈 생각만 더 간절해졌단다. 그렇지만 작년보다 나아진 점도 없이 나이만 먹은 자신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N년간 품었던 꿈을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고. 덤덤한 말투였지만, 랜선을 타고 긴 한숨이 느껴지는 듯했다.

 

꿈과 희망. 1월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빈 컵에 물을 따르듯 꿈과 희망이 차오르고, 새해 복을 등에 업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 시기니까. 그러나 후배의 얘길 듣고 1월의 그림자에 가려진, 포기라는 단어를 보게 됐다. 한 살 더 먹었다는 압박감과 그럼에도 달라질 게 없다는 절망감이 종용한 포기를. 1월이 되자, 간신히 잡고 있던 기대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이 하나둘 생겼다. 후배처럼, 5년간 준비한 공무원 시험을 포기한 친구 A처럼, 서울 살이를 버티지 못하고 귀향을 결심한 선배 B처럼…. 꿈과 희망은 1월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는 선물이 아니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해가 바뀌는 것과 동시에 꿈을 포기하고 희망을 접는 걸 목격하니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위로에 그다지 재능은 없는 나지만, 지면을 빌려 감히 그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려 한다. 괜찮은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거나 미워하게 되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서 (내 맘대로) 신년 맞이 특집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장점 1. 기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고백건대, 내 꿈이 처음부터 대학내일 에디터였던 건 아니다(지금은 충성 충성^^). 한때 나는 DJ에게 우아하게 큐 사인을 날리는 라디오 PD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고, 불합격 통보가 쌓여만 갔다. 그러면서 점점 기대하는 일이 두려워졌다. 기대는 늘 빗나갔고, 기대한 만큼 상처도 컸으니까.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 차라리 비관하는 쪽을 택하기도 했다. 꿈을 내려놓은 지금, 이제야 비로소 기대가 기대된다. 처음 마셔보는 맥주 맛에 대한 소소한 기대부터 내 미래가 나아질 거란 거창한 기대까지.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인생의 재미를 한 스푼 더해주는 기대의 맛을 되찾게 됐다.

 

장점 2. 생각보다 내가 꽤 쓸 만하다는 걸 알게 된다.

라디오 PD를 준비하는 동안, 나의 ‘형편없음’을 늘 탓했다. 망한 작문, 면접에서의 실수를 곱씹으며 밤마다 이불 킥을 해댔다. 꿈이 있는 한, 꿈을 이루지 못한 나는 쓸모없게 여겨졌다. 라디오 PD가 되지 못하면 내 앞날엔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지고, 생기 잃은 얼굴로 평생을 살게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다른 일을 하며 비루한 몸뚱이를 먹여 살리고 있는 내 자신이 기특하다.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나를 보며 뒤늦게 내 쓸모를 깨달았다.

 

장점 3. 더 이상 즐거움을 유예하지 않아도 된다.

꿈이 있을 땐 그 이외의 모든 것이 사치로 여겨지는 법이다. 내겐 연애가 특히 그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잠깐 만남을 이어가다 곧 이별을 고했다. 꿈도 못 이룬 주제에 연애를 하며 즐겁다는 게 죄책감이 들어서. 같은 이유로 친구도 멀리하고, 좀처럼 집 밖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즐거움은 꿈을 이룬 뒤에나 맛볼 수 있는 거라 믿었다.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그랬던 내가 즐거움을 유예하지 않고 그때그때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됐다. 원할 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원할 때 좋은 곳에 가며 차곡차곡 행복을 적립 중이다. 어쩌면 이렇게 적립한 행복의 총량이 꿈을 이뤘을 때의 행복보다 더 크지 않을까.

 

이 글을 통해 하고픈 말은 ‘포기하면 편합니다’ 류의 얘기가 결코 아니다. 꿈? 이룰 수 있다면 이루는 게 가장 좋겠지. 하지만 모두가 그런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순 없다. 누군가 스스로에게 그런 행운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더라도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찾은 팁 몇 개를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다.해볼 만큼 해봤는데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자신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길. 꿈 대신 얻은,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다 보면 결국엔 그런대로 괜찮은 모습의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877호 –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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