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Time Line


2018. 06. 20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1단계 평가결과 발표

 

2018. 07. 12
연세대 원주캠퍼스, 부총장 및 주요 보직자 12명 일괄 사퇴

 

2018. 09. 03
연세대 원주캠퍼스, 학생 수 줄여야 하는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

 

2018. 09. 19
연세대 총장의 강연 도중 일부 학생의 돌발 발언

 

2018. 09. 27
혁신위원회 회의록 첫 공개

 

2018. 09. 28
학생자치단체의 1차 대토론회

 

2018. 11. 20
학교에서 혁신안 초안 공식 발표

 

2018. 11. 28
재단 투자 확충 및 순수 학문 폐지 반대 ‘장례 집회’ 시위

 

2018. 11. 28
혁신위 대상 학생들의 공청회

 

2018. 12. 05
혁신안 규탄 및 학과 전문성 보장 ‘촛불 집회’ 시위

 

2018. 12. 13
혁신위 내 원주캠퍼스의 혁신 방향으로 학과 통폐합 재언급

 

 

교육부는 3년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를 발표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미충원에 대비하겠다는 명목이다. 각 대학은 보고서 하나에 A,B,C,D 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은 다시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자율개선대학을 뺀 두 이름표를 달게 된 학교는 급작스럽게 변화를 꾀한다. 교육부의 정원 감축 압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음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올라서기 위해 대학은 노력의 결과물을 보여야 한다. 대학이 판단한 가장 가시적인 방법은 학과 통폐합이다. 물론 학생의 동의는 없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됐다. 18년 1학기 말 통보된 가결과에 학교는 묵묵부답이었고, 학생 사회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9월 공개될 최종 결과에서 학교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떨어진다면 국가장학금마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 된다.

 

그러나 학교는 수개월 동안 부총장 이하 주요 보직자들의 사퇴라는 형식적인 행정 처분만 내릴 뿐이었다. 지지부진한 태도에 지친 학생들은 결국 채플 시간 강연단에 선 총장 앞에서 돌발 발언으로 의견을 표한다. 원주캠퍼스에서 총장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을 시작하자 대강당 곳곳에서 의견이 쏟아졌다. 학내 공론장 마련, 총장 면담, 회의록 공개 등 당연한 요구들이었다.

 

돌발 발언을 신호탄 삼아 학생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행동했다. 학생자치단체가 마련한 3차례의 대토론회, 학교 혁신자문위원회 공청회 등 여러 학생 운동이 이어졌다. 11월 13일, 드디어 학교에서 혁신안 초안을 공개했다. 학생 운동이 무색하게도 핵심 내용은 결국 학과 통폐합이었다. 2022년부터 학과 구분을 폐지하고 학생들의 자율에 학과 선택을 맡기겠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조차 기초 학문의 고사 위험을 제기했다. 결국 11월 28일, 원주캠퍼스 학생들은 장례 형식의 집회를 열어 투쟁했다. 까만 상복을 입은 학생들은 순수 학문 폐지 반대, 재단 투자 확충을 요구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일

 

주일 뒤에는 촛불 집회가 진행됐다. 장례 집회를 기획한 역사문화학과 연민흠씨는 “학과 정원 축소처럼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있다면 괜찮겠지만 이 혁신안대로라면 우리 학과가 정말 없어지는 거잖아요. 우리 과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12월 13일, 교수와 교직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혁신자문위원회에서 원주캠퍼스의 학과 통폐합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거론됐다. 학교의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은 이번에도 역시 학과 통폐합이었다. 비단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2년만 보더라도 국민대, 서울여대, 조선대, 전남대, 서강대 등이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을 선고 받았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투쟁하지만 결과는 그대로다. 대학가에 학과 통폐합이 활발해진 건 2016년이었다. 3년간 150억씩 지원한다는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 때문이다. 사업의 목적은 인문·예체능계의 정원 감축, 이공계 정원 확대다. 공학 계열을 선호하는 사회의 수요와 대학의 공급이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학들은 학문의 마지막 보루를 자처하는 대신, 교육부의 입맛에 맞는 학과 재배치, 구조조정에 뛰어들었다. 디자인학과와 공예학과를, 생활과학대학과 호텔관광대학을 통합했다. 당시 경희대학교에서는 “전자전파공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합쳐 웹툰창작학과를 만들 수도 있다”라는 부총장의 발언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재정 지원이 걸린 문제이니 학교 측을 이해해달라는데, 정작 학생들의 입장은 누가 이해해주는 걸까.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877호 –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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