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 상황

“휴학하고 싶어요.” 말로 하면 충동적으로 들리지만, 체계적인 PPT는 휴학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PPT 첫 장에선 우선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아 왔는지 은근슬쩍 어필하자. 현재 상황에서 어떤 점이 문제가 되어 휴학이 필요한지를 종류별로 나누어 언급하면 좋다. 단순 회피형 휴학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발판’임을 강조하는 게 포인트.

Ex. 1) 학업 문제: 1학년과 2학년 전공 수업 난이도 차이가 커서 학점이 현저하게 떨어짐. 2) 건강 문제: 바쁜 삶으로 체력이 저하되어 잦은 빈혈과 위장염을 앓고 있음.

2. 목표

그럴 듯한 목표 2~3가지를 제시해 휴학에 정당성을 더해주는 파트다. 자아 찾기, 진로 탐색, 어학 공부, 여행 같이 두루뭉술한 이유는 NO. 어학 공부로 어필하고 싶다면 ‘토익 870점 만들기’처럼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현재 실력, 점수 상승이 필요한 이유, 휴학 후 다닐 학원 정보 등 세부 실행 방안을 함께 제시하자. 자격증 취득, 유럽 미술관 여행처럼 재학 중에 시간이 모자라 할 수 없었던 일을 언급하면 더 좋다.

Ex. 세계 여행하며 견문 넓히기(X), 세계적인 무대에서 내 진로와 관련된 일 체험 해보기(O)

03. 월별 계획

아직 부모님은 우리를 믿지 못하신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실행할 수 있는 월별 계획표로 신뢰도를 높여보자. 구체적인 실행 날짜를 함께 적어주면 효과 UP. 주간 계획과 일간 계획까지 추가한다면 설득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단, 누가 봐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계획표는 안 세우느니만 못 하다.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자.

Tip. 진로와 취업을 위한 계획, 휴식과 내 삶을 위한 계획 등 분야별로 나누어 정리해도 된다.

4. 예산

프로페셔널의 완성은 자금이다. 부모님께 막무가내로 손 벌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드리자. 목표별 예상 지출 비용을 설정하고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설명한다. 설령 생활비를 지원받을 계획이더라도 예산 파트는 꼭 필요하다. 잔소리 폭탄을 피하고 싶다면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해 두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현재 통장 잔고, 예상 수입을 함께 명시하면 더 좋다.

Ex. 휴학의 목적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 얼마가 필요하며, 어떻게 벌어 쓸 수 있는가.

5. 예상 질문과 답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다고? 아니, 부모님의 기습 질문을 방어하기엔 부족하다. 후회하지 말고 예상 질문과 답을 화면에 써 놓자. 멘탈 붕괴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질문을 받을지는 사바사, 케바케지만 다음 예시들을 참고하자.

Ex. Q 졸업 못 하면 뒤처지는 거 아니니? → A 칼졸업 한다고 해도 제가 완성되지 않으면 미래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Q 휴학 시기가 너무 빠른 건 아니니? → A 사람마다 상황이 다른 법, 누군가의 기준에 저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06. 기대 성과 & 복학 계획

이제 3줄 요약 타임이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명시했다면 이번엔 직관적으로 보여드리자. 휴학 후 내가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3~4가지 정도로 표기하면 된다. 드디어 진로를 찾음, 가치관 확립 등 다소 추상적인 단어를 활용해도 무방하다. 더불어 복학 후 계획까지 덧붙인다면 200점!

Ex. 복학 후 계획: 1년 공백을 따라잡기 위해 복학 3개월 전부터 전공 용어 복습. 진로 관련 대외활동 하기

07. 당부의 말

원래 눈물 도둑 엔딩이 인상 깊은 법. 6번까지 이성적으로 설득했다면 마지막은 감동적으로 가자. 다음은 실제로 사용했던 멘트다. ‘22년간 살아오면서 지금보다 간절하게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던 적이 없습니다. 누구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진 제가 나아갈 첫걸음에 가족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가족의 지지와 신뢰/부모님의 응원이 절실’ 같은 문구가 들어가면 좋다.

Tip.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을 배경으로 깔면 아련함과 감동이 배가 된다.

# 부모님이 주는 TIP

건강 때문에 휴학을 하고 싶은 거라면 그 점을 강조해봐. 힘들어서 쓰러졌다는 소리 들으면 다른 건 보이지도 않고 무조건 쉬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서재영(23세)

엄마 계획은 좋아도 안 하느니만 못 한 게 되면 어쩌나~ 지키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감당(!)할지도 함께 명시했으면. 박지원(24세)

엄마 PPT를 만들 거면 글씨를 크게 쓰도록. 노안이 와서 너희가 만든 문서는 보기 힘들더라. 권은혜(22세) 엄마

[878호 – special]

Editor 김혜원 권혜은 서재경 suhjk@univ.me

Intern Editor 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