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은 아주 바쁜 점심시간의 식당 같았다

 

지금으로부터 N년 전, 나에게도 ‘새내기’란 시절이 있었다.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던 때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어쨌든 나도 그 시절을 지나왔다. 그땐 정신없이 넘어가느라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스무 살은 아주 바쁜 점심시간의 식당 같았다.

 

“연애 많이 해야 돼.” “놀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놀아!” “여행 자주 가!” 등등 만나는 사람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듯 내게 스무 살에 꼭 해야 하는 일을 주문해댔으니까. 나는 식당 사장님에 빙의해 밀려드는 주문들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해내야지!’라는 결연한 의지를 품고서.

 

몇 달이 지나자 스무 살의 주문을 성실히 해낸 미션 완수자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소개팅을 하더니 결국 남친을 만든 A, 홍대 일대 클럽을 빠삭하게 꿸 정도로 화끈하게 노는 B, 자아를 찾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C….

 

결연함에 가득 차있던 나는 갑자기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게임 속 주인공처럼 초조해졌다. 뒤처지기 싫은 맘에 썩 내키지 않는 미팅에 나가 억지 ‘러브 샷’을 하고, 친구들을 따라 신나는 척 클럽에서 춤도 춰봤다. 어설픈 배낭여행도 한 번 다녀왔다. 그런데 이상한 건, 뭘 해도 생각보다 즐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난 어째서 노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남들은 다 즐거워하는데 그 틈에서 떨떠름하게 서있는 내가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았다. 젊음을 만끽하며 웃고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난 어째서 연애도, 노는 것도 다 즐겁지 않을까?’ 끊임없이 자문하는 날이 이어졌다. 그 당시 나에게 가장 무서운 질문은 “몇 살이세요?”였다. ‘스무 살’이란 답변 뒤에 쏟아지는 찬사와 부러움 그리고 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주문들 때문에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

 

물론, 내게 그런 주문을 쏟아낸 어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젊음은 ‘되감기’ 버튼을 눌러 되돌릴 수도 없고, 100세 시대에 고작 십 수 년 남짓 주어질 정도로 아주 짧다. 인생에 한 번뿐인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딱 좋은 시기. 그때를 지나온 어른들 입장에선 내 나이가 보고만 있어도 아까웠겠지.

 

그러니 연애도 하고, 신나게 놀면서 좀 더 반짝여 보라고 조언을 건넸을 것이다. 하지만 내겐 그 주문들이 ‘젊으면 응당해야 하는 것들’로 받아들여졌고, 해내지 못하면 직무유기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래서 식은 밥을 욱여넣듯 꾸역꾸역 스무 살의 주문들을 해치웠던 것이다. 그땐 젊음을 즐기지 못하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 젊음을 남들의 정답에 끼워 맞추지 말 것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젊음을 즐길 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젊음을 즐기는 방법이 남들과 조금 달랐을 뿐이라는 걸. 사람들이 북적대는 클럽에서 춤추는 건 별로지만, 잔잔한 어쿠스틱 음악을 들으며 고개를 까딱거리는 건 괜찮다. ‘랜덤 게임!’을 외치며 벌칙으로 러브 샷을 해야 하는 술자리는 싫지만, 삼삼오오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는 술자리는 좋아한다. 나와 맞지 않는 전자 대신, 후자의 방식으로 스무 살을 보냈더라면 아마 난 충분히 즐거웠을 거다. 이 모든 걸 미리 알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천 명의 스무 살이 있다면, 그들이 지닌 젊음의 모양도 천 개만큼 제각각일 것이다. 그러니 굳이 내 젊음의 모양을 깎아 남들이 말하는 정답에 끼워 맞추지 않아도 된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잘 놀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다른 방식으로 젊음을 즐기면 그만이다. 그러니 새내기 여러분은 어리석은 나처럼 젊음을 숙제하듯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건 더 많이 하고, 하고 싶지 않은 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젊었을 때 ~해야지”라는 주문 따위에 휘둘릴 필요는 더더욱 없다. 뭐든 ‘때’가 있다고들 하지만, 살면서 느낀 바로는 그 ‘때’도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온다는 것. 조급해 말고, 각자의 방식으로 스무 살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새내기들의 건투를 빈다!


[879호 – think]

ILLUSTRATOR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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