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면
Album 딕펑스 ‘Special’
마음이 헛헛할 때 서점에 가곤 한다. 서가의 책들을 보고 있으면 요즘은 위로 받는다기보다 의문이 더 들지만. 베스트셀러에 붙박이로 자리하고 있는 힐링 에세이들의 제목 때문이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그럼 행복한 일을 매일 찾지는 못하고,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려는 내가 문제인 건가? 험난한 세상사 때문일까.
이렇게 꼬일 때로 꼬인 나에게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밴드 딕펑스. “그렇게 웃어. 더 반짝여줘. 그래 빛날 거야, 우린.” 지난달 발매된 신보 ‘Special’의 가사다. 너의 삶의 모습이 어떻더라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난 늘 기다리고 옆에서 응원할게. 천천히 가도 돼. 그래, 우린 이렇게 헛헛한 마음을 가득 채워줄 위로가 필요했다. 박지원
잘 모르니까 배우는 거지
Netflix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매일 보는 몸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내 몸 왜 이래?’ 지금 만큼도 몰랐던 때엔 생경함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잘못 내디디면 깊고 검은 물에 삼켜질 것 같은 기분. 딱히 물을 곳은 없었다. 부모님은 부모님이었고, 내 안엔 작은 ‘유교걸’이 살고 있었다. 검색하면 왜인지 19금 딱지가 붙은 음습하고 불쾌한 공간만 나타났다. 그런데 ‘Sex Education’이라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 청춘물이란 말인가.
영국 고딩들의 성 고민에 스무 살 시절의 내가, 그리고 친구들이 보이는 건 더 놀랍더라. 자위가 혐오스러운 애, 몸매에 자신이 없어 밝은 곳에서 섹스하기 싫은 애… 얘들이 10대에 아는 걸 우리도 그때 알았더라면. 몰라서 낯설고, 낯설어서 두려운 것뿐이니, 이제라도 찾아서 배우면 그만이다. 재밌는 교재, 아니 상담이 넷플릭스에 있잖아. 오티스의 조언대로, 내 이야기는 내가 써 내려가는 것. 남들이 빼앗아가게 두지 마.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관계없이. 권혜은
나만 그런 건 아니니까
BOOK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시작하는 것, 새로운 것, 낯섦이 주는 두려움. 그게 뭔지 안다. 나 또한 대학내일에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에디터이기 때문이다. 첫 출근 전날 어린애가 된 것처럼 여기저기 “나 괜찮겠지?”라며 ‘톡방’을 두드리던 내가 나조차도 굉장히 낯설었다. 하지만 때로는, 그저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만큼 마음이 가벼워지는 일도 없더라.
그래도 쉽사리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면 무려 20만 구독자들을 거느린 고민 상담 유튜버 ‘오마르’가 쓴 책을 펼치는 건 어떨까. ‘나만 이래?’, ‘결여에 대한 책임’, ‘남을 신경 쓰는 우리의 심리’ 등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어차피 남들은 님한테 관심 없어요. 눈치 보지 말고 하세요.”라는 식의 쿨한 답변을 보는 재미도 있다. 묘하게 중독되는 그의 팩폭 텍스트로 하루빨리 마음의 평화를 찾기를. 이시은
뭐라도 해낸 사람이 앉아서 욕만 하는 사람보다 낫잖아
YOUTUBE <구혜선의 백수 일기>
“왜 이렇게 남 눈치를 보면서 살아?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딱 하나만 고른다면 이게 아닐까. 뭔가 해볼까 싶을 때 제일 먼저 내 발목을 잡는 건, 타인의 시선이다. 사람들이 놀리면 어쩌나, 실력이 없다고 욕하면 어쩌나. 우스워질까 봐 접어둔 마음만 한 바구니다. 그것만 다 했어도 뭐라도 됐을 텐데…. 그래서 나와는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누가 뭐라 하건 자신만의 온도를 잃지 않는 사람.
배우 구혜선처럼. 과거에 ‘싸이월드 오글 감성’이라고 지겹게 조롱을 받았지만 구혜선은 꾸준히 하고 싶은 걸 해왔다. 이걸 보고 “깬다”라고 말한다면 맞다고, 나는 깨는 사람이라고 담담히 인정한다. 이젠 그녀가 ‘보헤미안 감성의 백수 생활을 시로 쓴다’고 해도 다들 ‘구혜선답다’며 칭찬 일색이다. 결국 인생의 승자는 앉아서 욕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처럼 뭐라도 해낸 사람이 아닐까 싶다.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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