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는 결코 지금 같은 스물네 살을 기대하지 않았다. 내게 스물넷은 오래도록 ‘동경’의 나이였다. 지금쯤이면 치열한 사유 끝에 진로를 찾고 어엿한 사회인이 될 채비를 끝마친, 어느 정도 ‘어른’의 구색을 갖춘 사람이 되어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토익 시험을 망치고 침대에 드러누워 졸업식 사진에 ‘좋아요’나 누르고 있는 꼴이라니. 스스로가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별안간 무력감이 엄습했다. 억지로 나이를 떠먹은 기분이었다.

 

무릇 대학 4학년이라면 모두가 겪는 감정일 수 있지만, 요즘 들어 시간이 흐르는 속도에 자주 겁이 난다. 외적인 노화가 두렵기보다는, 좋은 어른이 아닌 단지 나이만 많은 사람으로 기억될까 염려스럽다. 왜 이런 걱정을 사서 하냐면, 슬프게도 현재 내 곁에 좋은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치기 어린 생각과 까탈이 불러온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좋은 어른들은 또한 너무 쉽게 나쁜 어른이 되기도 했다. 롤 모델로 삼은 유명인들은 하루아침 사이 구설에 오르기 십상이고, 빛나는 성공에 심취해 우스운 언행만 반복했다.

 

주변의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용기 내어 질문하면 늘 조언이 아닌 지적이 돌아와 비수를 꽂았고, 얼마 남지 않은 자존감을 잔인하게 긁어댔다. 아직은 미물 같은 내 모습을 인정하진 못해도 이해는 해줄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과분한 기대였다는 걸 깨닫고 절망했다. 나는 존경과 실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몹시 견디기 어려웠고, 더는 나를 잃고 싶지 않아 한때의 좋았던 어른들을 그렇게 삶에서 지워냈다.

 

 

물론 좋은 어른이 되기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을 채집하는 데 애를 썼다. 꼭 실존 인물만 어른이란 법은 없으니까.

 

특히 ‘성장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 분야에서 정말 괜찮은 바이블이 됐다. 대개의 성장물은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는 지점의 통과의례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과 과정을 2시간 남짓 러닝타임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성장 플롯의 공식은 간단명료하다. 유약한 주인공이 혼돈과 성장통을 견디고, 세상 만고의 진리를 발견하며, 변화를 통해 내면적 성숙을 꾀한다. 이 단순한 플롯이 현실 세계에선 왜 이리도 지켜지기 힘든지 모르겠다.

 

성장영화 속 주인공들은 내가 ‘진짜’ 어른들에게서 보고 싶었던 행동을 하고, 듣고 싶었던 말들을 건넨다(어른으로 묘사되는 인물은 오히려 무능한 경우가 많다).

 

문득 영화 <월플라워>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찰리’는 절친 ‘샘’을 짝사랑하고, 그녀가 매번 사랑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버거워 존경하는 선생님께 묻는다.

 

“왜 좋은 사람들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선택하죠?” 그는 고민 없이 답한다. “우리는 자신의 크기에 맞는 사랑을 선택한단다.” 현실의 찰리라면 수긍하고 교실을 나섰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속 찰리는 이렇게 반문한다. “넌 더 큰 사람이라고 알려줄 순 없나요?”

 

그래서 나는 성장영화를 자주 찾는다.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장애물과 싸우고, 부서지고, 결국에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작 멈춘 키가 다시 자랄 것만 같은 용기가 솟았다. 죽은 감각이 되살아나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꿈틀거렸다.

 

사실 이렇게 허물만 어른인 채로 늙고 싶지 않다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스스로에게 실망할 때가 많다. 얼마 전엔 사촌 동생에게 “요즘은 왜 그런 게 유행이냐”며 비아냥댔다가 곧 내 입을 틀어막고 싶어졌다. 고루한 생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할 일이 꽤 많아서 지칠 때도 있다.

 

모두가 처음 되어보는 어른이기에 조금 서툴 수는 있겠지만, 나는 나와 내 친구들이 열아홉에서 스물이 되는 기분, 스물넷에서 스물다섯이 되는 기분만큼은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누군가 길을 잃고 헤맨다면, 내가 걸어온 길을 알려주기보다 멋지게 돛을 펼쳐 바람의 방향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인생에서 정답이었던 선택 말고, 그들만의 답을 찾을 방법을 안내하는 것. 그게 마냥 좋은 어른인진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나쁜 어른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겠다.

 

[기획기사-좋은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꼴랑 한 살 많으면서 대접 운운하는 어린 꼰대, 요즘 애들은 이래서 안 된다며 혀만 차는 가짜 어른 말고. 진짜 좋은 어른을 만난 이들에게, ‘내 인생의 어른’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은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어른은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거야

 

[좋은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좋은 어른은 영화 속에만 있어

 

[좋은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나의 사랑하는 스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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