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는 나와 15년쯤을 함께하고 있는 과자 상자가 있다. 어렸을 때 즐겨 먹던 과자가 담겨있던 상자인데, 그 속에는 이제 먹을거리 대신 소중한 추억거리가 가득하다. 지난 주말에 친구와 술 한잔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기분이 좋아 오랜만에 그 상자를 다시 열어보았다. 바닥에 내용물을 펼쳐 놓으니,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수십 장의 편지들과 일본 지하철 표, 영화 티켓 등이 있었다. 지하철 표는 일본에 놀러 갔을 때 챙겨 온 것인데, 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에서의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상자의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편지들이다. 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친구들에게 받은 것들이다. 지금까지도 친한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들도 있고, 옛날에는 친했지만 이제는 뭘 하고 지내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들도 있다.

 

그 편지들을 읽으니, ‘그때는 정현이와 자주 붙어 다녔었는데, 지금은 뭘 하고 지낼까?’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이때 왜 그랬지? 생각해보니 미안하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일 때 받은 편지들도 읽었는데, 특히 귀여웠다. ‘우리가 이때는 이렇게 말하고 놀았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한 켠에는 엄마 아빠께서 적어주신 생일 편지들도 보였다. 부모님은 매년 생일마다 카드에 짧은 글을 써주신다. 읽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 짧은 글들이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골라 읽었는데,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마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 사랑한다, 딸아!” 어릴 땐, 편지 길이가 짧다고 부모님께 투정을 부렸었는데 다시 읽어 보니 감동이었다. 대충 적어주신 것 같은 그 몇 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구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편지들을 읽고 있자니, 시간이 굉장히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 속 모습에 비해 많이 자란 친구들과 나 자신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잘 살아서 나중에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지금처럼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여전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3월, 학기가 시작됐다. 곧 시험 기간에, 과제에, 팀플에, 아르바이트까지. 나를 지치게 만들 일들만 남았다. 물론 바쁜 와중에도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겠지만, 가끔은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올 거다. 그럴 땐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내가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었지’, ‘이렇게 좋은 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라는 걸 잊지 않고 떠올려야겠다. 그렇게 셀프 위로를 받고 나면, 다시 현실을 직면할 힘이 생길 것 같다.

 

적당한 차 소리에, 조용한 가로등에, 그리고 창밖의 반짝이는 도시 불빛을 바라보며, 추억에 젖어 보내는 밤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오래된 과자 상자에 앞으론 어떤 추억들이 담기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880호 – 20’s voice]

Writer 독자 정재원 wjdwodjs98@hanyang.ac.kr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국민 주거고민 맞춤형 해결사 등장!


펜타곤 진호 & 오마이걸 효정의 콜라보 무대가 열린다

인스타그램 @univ20에서 4/18(목)까지 초대 EVENT 진행!

 

‘내가 만드는 해치’ 콘텐츠 공모

총 상금 1,740만원, 4월 24일까지 접수!

 

졸업작품에 2,300시간을 쏟은 동국대생

“완벽하게 끝낼 게 아니라면 시작도 안 했어요”

 

최대 240만 원, 서울시 청년 월세 지원해드립니다

지금 바로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지원하자!

 

코딩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고?

코딩부터 면접까지 취업 올케어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창작 취준생을 위한 비대면 무료 교육

총 150명 선발

 

❛지구 반대편에서 할머니의 집밥을 기록합니다❜ 미뇨끼 인터뷰

대한민국에서 우리집 이탈리아의 따뜻한 요리 영상을 만드는 미뇨끼 이야기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취준생을 위한 무료 교육 설명회

문화 예술 기획, 창작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

 

1등 500만 원? 놓치면 후회하는 콘테스트

상금 규모에 취하는 '진로 두꺼비 스타일링 콘테스트'

 

오래된 과자 상자 속의 추억

 
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