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이불킥인 시절

스무 살이 되어 대학에 갓 입학했을 무렵을 떠올리면……(이제 이런 말을 한 뒤 먼 산을 한참 바라보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그때 나는 성인이 된 티를 내려고 성급하게 염색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왜 염색 머리가 성인의 상징이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경한 동네 미용실에서 값싸고 독한 약으로 염색한 머리는 푸석푸석 갈라졌고, 채 며칠도 안 가 정수리에서부터 검은 머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전공 수업 시간엔가, 아니면 공강 시간의 단과대 계단에서였던가. 짓궂은 동기 한 명이 햇빛을 받고 있는 내 머리를 보고 특유의 부산 억양으로 “쩌, 저, 탕수육 쏘스 흘러내리는 거 봐라!”라고 했고, 그 뒤로 한동안 ‘탕슉’이라 불리는 슬픈 역사를 갖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쁜 새ㄲ…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아무튼 스무 살의 나는 시무룩한 탕수육 모양새를 하고서 캠퍼스를 걸어 다녔다.

 

촌스러운 머리를 한 채 주눅 든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있었고, 거의 모든 일에 서툴렀으며, 그만큼 자주 남들 눈치를 보았다. 유일한 특기라고는 남들에게서 내게 없는 것을 찾아내 부러워하는 일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계속 진다

정말 그랬다. 대학 1학년은 거의 부러움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았다니 놀라울 정도다.

 

선배들과 잘 어울리는 동기를 보면 쟤는 어딜 가도 사랑받는 타입이구나 싶어 부러웠고, 특유의 말주변과 재치 있는 농담으로 대화를 이끄는 친구를 보면 저런 센스를 타고나서 좋겠다 싶었고, 누구의 자취방이 부모님이 얻어준 OO오피스텔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환하고 안온할 그 애의 일상이 부러웠다.

 

선배들로부터 사랑받는 나를,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나를, 햇빛 잘 드는 고층 오피스텔에서 기지개 켜는 나를 상상해보았지만, 그건 어쩐지 탕수육 머리를 한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면서도 마음은 수시로 캄캄해졌다. 저 애들은 어쩜 저렇게 환할까.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그건 스무 살이 되어 비로소 보게 된 필터 없는 세상이기도 했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공부를 할 때는 드러나지 않던 차이가 대학에 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는 도드라졌다. 선배든 동기든 알바생 친구든 누군가를 볼 때면 내게 없는 것들부터 보였다.

 

나도 아직 잘 모르는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흐릿하니, 그저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에만 바빴던 거다. 내가 가진 것은 보지 않고(실은 무엇을 가진 줄도 모르고), 남이 가진 것에만 낙담하면서. 그건 전혀 건강한 부러움이라고 할 수 없었다.

 

 

내 인생을 책임지는 게 어른이라면

30대가 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해탈한 듯 남이 부럽지 않아지거나 나라는 존재만으로 충만해 사는 게 즐겁고 그렇진 않다(미안합니다, 여러분 사실입니다). 다만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말해주고 싶다. 부러워해도 돼. 다만 거기 너무 오래 시간을, 마음을 쏟지는 마.

 

‘프로 비교러’로서 스무 살을 캄캄하게 보낸 나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1. 부러울 만한 건 부러워하자. 남에게서 더 나은 태도를 배울 수 있다는 건 좋은 거니까. 건강한 부러움은 인정.

2. 남을 부러워할 시간에 뭐라도 하는 게 낫다. 부러워하며 앉아있어 봤자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진 않으니까.

 

누군가의 어떤 점이 부럽다는 건, 내겐 없는 어떤 ‘결핍’을 느끼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게 낫다. 건강한 몸매가 부러우면 운동을 하고, 지식이 부럽다면 책을 읽는 식으로. 남을 의식만 하고 앉아있으면 제자리에 머물지만, 그것을 나에 대한 집중으로 돌리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뗄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러워하기에 바보 같은’ 것들에는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걸로. 이를테면 재력이나 대단한 부모나 타고난 외모 같은 것들. 그걸 부러워하느라 인생에서 허비하는 시간만큼 아까운 것도 없으니까.

 

남이 아닌 나한테 집중하는 것. 그 어려운 일을 우리는 해내야 한다. 요즘같이 앞다퉈 SNS에 행복을 전시하는 시대에는 거의 수련이 필요한 일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남을 부러워할 시간에 차근차근 내가 되어가는 게 낫다. 그러다 보면 남을 부러워하는 것은 그때뿐, 나에겐 나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짜 어른은 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내 이야기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스무 살이 되어 비로소 성인이 된다는 건, 머리를 염색하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내 인생을 책임진다는 소리니까. 내 인생을 책임진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니까. 그걸 깨닫는 순간, 우리는 어른 쪽으로 한 뼘 더 가까워지는지도.

 


[880호 –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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