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회전 초밥이라고?

 

“너 배가 불렀구나.” 연애가 인생 최대의 고비였던 스무 살 무렵. 잘 되어가는 줄 알았던 N번째 썸이 또 망했다, 라고 연애 도사 친구에게 고하자 칼 같은 핀잔이 날아왔다. 좀 억울했다. 열심히 애썼는데 안 되던걸.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설레지가 않았는데 나더러 뭘 어쩌라고. 씨알도 안 먹힐 변명이었다.

 

“야, 연애는 회전 초밥이야. 타이밍이라고. 한번 지나간 초밥은 다신 안 돌아와! 다시 와도 처음 그 초밥은 아냐.” 웬만큼 괜찮은 초밥이면 다른 사람이 채어가기 전에 먼저 집어야 한다. 복장 터진 친구는 한창 SNS에서 떠돌던 말을 방언처럼 쏟아냈다.

 

연애는 회전 초밥. 연애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란 뜻일 것이다. 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면 만나보면서 판단하란 의미였겠지. 이해는 했지만 한동안 가슴속 어딘가가 찜찜했다. 곱씹을수록 스스로에게 따질 수밖엔 없어서. ‘남들은 다 괜찮다는 사람을 마다하는 너는 뭐가 잘났는데?’

 

 

연애를 잘 못해서 미안합니다

 

연애에 특출 난 재능이 없단 건 N번째 썸까지 망하기 전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과 스며들 듯 감정이 싹트는 것. ‘자만추’ 신봉자 모두가 원하는 것이었겠으나, 원하는 속도로 썸을 조절하는 건 연애 쪼렙에겐 사치였다. 그즈음 패턴은 이랬다. 호감 가는 사람이 생긴다 → 알고 지내다 보니, 맞지 않는 사람인 걸 깨닫는다 → 썸을 정리한다 → ‘역시 안 생기나 봐!’ 자책하며 틀어박힌다 → 무한 반복 ∞

 

남들은 턱턱 잘만 만나던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빈약한 연애 경험 몇 번.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쳐버린 패배자가 된 것 같았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같은 베스트셀러 제목에 젊음을 낭비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주변에서 거드는 말에 초라해졌다. “너는 너무 스스로를 사랑해. 틈이 없지.” 내가 너무 나를 사랑해서. 이기적이어서. 겸손하지 못해서. 사랑받기엔 너무 형편없는 사람이라서. 연애가 망하면 망할수록 더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저 느렸을 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느려도 일관성은 있었다. 언제나 빙글빙글 돌아가는 연어 초밥이나 장어 초밥보다 굳이 유부 초밥을 주문해 먹는 게 좋았다. 수고롭더라도 대충 괜찮아서 선택하긴 싫었다. 그때, 어떻게 연애를 잘 할지보다, 나라는 인간이 왜 이렇게 생겨 먹었는가를 고민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엄한 자기 검열로 가장 젊은 시간을 갉아먹진 않았을 텐데.

 

적당한 연애야말로 진짜 낭비

 

본의는 아니었지만, 긴 연애 공백기는 상당히 유익했다. 셀프 후려치기는 아무런 득이 없다는 걸 깨닫는 것 말고도, 넘쳐나는 여유 덕에 주변인들의 연애사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지만) 최소 ‘연애 알못’인 내게 상담을 해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사람한텐 내가 우선순위가 아닌 것 같아.” “좋아하는 건 아닌데, 외로워서 그냥 만나.” “난 왜 매번 나쁜 남자만 만나는 걸까?” 나만 빼고 연애를 쉽게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에게도 연애는 쉽지 않더라. 연애가 망하면 우리는 한결같이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 “이렇게 안 풀리는 걸 보면 내가 문젠가봐.” 하지만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고, 맞추었다면 그 연애는 행복했을까?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연애는 고작 연애다. 가치를 증명해주는 트로피가 아니다. 오히려 아주 성숙한 두 세계의 만남에 가깝다. 누가 그랬더라, 연애는 세모와 네모가 하는 것이라고. 이쪽을 깎아 다른 한쪽에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며 공존하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이 네모가 나와 맞는 조각인지, 저 세모가 나와 맞는 조각인지 치열하게 재고 따지고 고민해봐야 한다.

 

배려를 해줄 가치가 있는 상대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좋다. 대충 괜찮아서 만날 바엔 차라리 마음에도 공백기를 주자. 싸움이 싫어서, 외로워서, 스스로의 가치를 후려치면서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낭비니까. 내가 나를 아끼고 보호해주지 않으면서, 그 누군들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은 알지만, 여전히 연애는 어렵다. 컨베이어 벨트 위의 초밥을 쏙쏙 빼먹는 따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하지만 앞으로 아무리 많은 연애를 망한다고 한들 어떠랴. 여전히 괜찮을 것이다. 다시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므로.


[882호 – Think]

EDITOR 권혜은 hye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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