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친구라면 난 친구가 없네

어렸을 때부터 우정이 늘 어려웠다. 친구랑 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묘한 찜찜함이 남았다. 특별한 사건 없이 짜파게티 두 봉지 끓여서 사이좋게 나눠 먹고 헤어졌을 뿐인데도 그랬다. 평소보다 조용하던데 왜 그랬을까? 기분이 안 좋나? 혹시 내가 말실수를 했나? 나랑 노는 게 재미가 없어졌나? 안 해도 될 걱정을 사서 하며 불안에 떨곤 했다.

 

내게 친구란 좋아하지만 어려운 존재였다. 차라리 애인이었다면 붙잡고 물어봤을 것이다. 나한테 서운한 거 있냐고. 터놓고 얘기해봤는데 문제가 있다면 관계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더 사랑해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친구 사이엔 그러는 게 왠지 어색했다. ‘친구’라는 단어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무탈하게 자라는 게 당연하다’는, 이를테면 거리의 플라타너스 같은 뉘앙스가 있는 듯했다. 특히 성인이 돼서 친구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모양 빠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스물, 스물다섯 그리고 서른 살이 됐다. 요즘은 주변에서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어서(반면 연애 상담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넘쳐난다), 그냥 내가 별난 거라 여기며 산다.

 

그래도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발견되는 해시태그, ‘#우정스타그램 #평생친구’, 따위를 볼 때마다 의아한 마음이 생기는 건 여전하다. 쟤들은 정말 언제 만나도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재밌나? 언제나 내 편이라는 확신이 진짜 있는 걸까? 그런 게 친구라면 난 친구가 없는 거나 마찬가진데. 분명 친한 사이인데도 만날 때마다, 연락 할 때마다 눈치를 보는 내가 이상한 건가?

 

우리 과연 ‘평생 친구’ 할 수 있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가 지날수록 십년지기 친구 D의 존재감은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적어도 걔랑 있을 땐 오해 받을 걱정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 D는 지나치게 소심한 내 성격도 당황하면 짓는 바보 같은 표정도 귀엽다고 해줬다. 한편 나는 D의 유머 코드를 너무 좋아해서 걔가 무슨 말만 하면 까르르 웃곤 했다.

 

‘인간관계란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스스로 세뇌했던 진짜 이유는 상처받기 싫어서였는데. 이런 관계라면 별문제 없이 ‘평생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린 가치관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서로를 많이 좋아하니까. 같이 등산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노인대학에 다닐 수 있겠지. 걔랑 놀면 여든 살 할머니가 되어도 즐거울 거야. 함께 늙어가는 미래를 당연하게 상상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자신이 없다. 학교를 떠난 애들이 흔히 빠지는 딜레마에 우리도 예외 없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두 달째 D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엔 걔의 생일이었다. 그동안 아무리 바빠도 서로의 생일 파티만큼은 꼭 챙겼었는데. 이번엔 형식적인 축하 메시지 한 통 보낸 게 다였다.

 

핑계는 많았지만, 조금만 무리하면 케이크 하나 사 들고 걔네 회사 앞으로 가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귀찮았던 거다. 지친 몸으로 만원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달려가 케이크를 전해주기가. 낯선 카페에 앉아 언제 끝날 줄 모르는 D의 신세한탄을 들어주기가.

 

문득 이대로 D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졌다. 내가 힘들어할 때 일부러 회사 앞까지 찾아와 간식거리를 전해준 일, 애인과 싸워 가출한 나를 위해 밤거리를 함께 헤매주었던 일, 그 밖에 D가 준 따뜻한 것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유난한 애정을 받아온 주제에 남들 하는 것만큼만 적당히, 쉬운 방법으로 우정을 유지하려고 했던 과거의 내가 부끄러웠다. 나에게 D는 길 위의 수많은 플라타너스 중 한 그루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화분인데.

 

애인만큼 좋아하는 친구니까 애인처럼 잘 해줘야지

 

나중에 들어보니 나보다 훨씬 마음이 넓고 너그러운 D는 생일 사건(?!)에 대해 별다른 서운함을 느끼지 못했단다. 오히려 자기가 바빠서 연락을 자주 못 해 미안하다고. 사과의 의미로 선물을 하고 싶다고. 혹시 가지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이 소중한 친구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는 몇 가지 귀찮은 일들을 책임지고 실천해보고자 한다. 두서없는 회사 욕이라도 묵묵히 들어주기, 걔가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곳으로 약속 장소 양보하기,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 소홀히 하지 않기 같은 일들. 얼핏 친구 관계에 적용하기엔 과해 보이지만 연애를 할 때는 당연하게 지켜왔던 수칙이다. 애인만큼 좋아하는 친구니까 이 정도 귀찮음쯤이야 감수 할 수 있다.

 

바람이 구름을 흘려보내듯 쿨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나의 우정관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또 누군가는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하며, 친구가 더는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될까봐 불안해하는 건 진정한 우정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사실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쫄보의 방식에 따라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D와 같이 노인대학에 다닐 수 있을 거란 믿음은 있다.


[883호 – think]

ILLUSTRATOR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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