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오후

 

손연재가 있기 전 신수지가 있었다. 그녀는 아시아 리듬체조 선수 최초로 올림픽 무대에 자력으로 진출했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인생의 첫걸음을 내디딘 그녀는 3년 전 심판 판정에 격한 불만을 표출하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 신수지가 운동선수로 다시 돌아왔다.
몸도, 생각도 예전보다 훨씬 더 섹시해져서 말이다.

 

 

힘들어도 남들 앞에서 안 울고 라커룸에서만 몰래 울었어요.

 

전직 체조 요정, 운동신경은 0점!

 

반갑습니다, 수지씨! 이제 체조 선수가 아닌 ‘볼링 선수’로 불러야 하나요?

11월에 열린 프로 볼러 선발 테스트를 통과해 정식 선수가 됐어요. 처음부터 선수를 목표로 한 건 아니었고요, 1년 전쯤 지인들과 처음 볼링을 쳐봤는데 제가 완전 구멍이더라고요. 구기 종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공을 다뤘던 사람인데, 볼링을 못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하루에 서른 게임씩 쳤어요. 남들 다 웃자고 치는데 혼자 죽자고 달려들었죠.(웃음)

 

운동선수 출신답게 승부욕이 남다르시군요.

제가 운동신경이 0점이에요. 처음 하는 종목은 일반인들보다 못 해요. 연습량으로 메우는 거죠. 볼링도 손 찢어질 때까지 연습해 한 달 만에 애버리지 180을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프로 볼러를 목표로 정식 훈련을 시작한 거예요. 준비 기간이 10개월밖에 없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연습, 또 연습밖에 없었죠. 손 찢어지면 본드 붙여가면서 매일 볼링만 쳤어요.

 

우와, 이 정도 페이스면 정상에 오를 날이….

에이~ 그런 소리 마세요. 저는 지금 바닥에서 올라가는 입장이잖아요. 체조할 때는 정상에서 지켜야 하는 위치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하나하나 배워가는 입장이니까 정말 즐겁고 행복해요.

 

아무래도 볼링이 체조보단 덜 고통스러울 거 같아요. 체조란 종목이 워낙 ‘독함’을 요구하잖아요.

체조할 땐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보니 외로운 게 제일 컸죠. 그렇지만 힘들어할 겨를이 없었어요. 부모님께서 워낙 어렵게 뒷바라지를 하셨거든요. 아버지는 투잡 뛰시면서 건강까지 잃을 정도로요. 연습하면서 인대가 끊어지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무조건 참으면서 계속 했어요.

 

어린 나이에 그렇게 독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엔 리듬체조를 하는 거 자체로 행복했어요. 근데 즐기고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가 없더군요. 부모님 고생하시는 거 보면서, ‘이건 내가 하하호호 웃으면서 할 운동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성격이 독해지고 강해졌어요. 힘들어도 남들 앞에서 안 울고 라커룸에서만 몰래 울었어요. 남들한테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자존심 상해서요.

 

인생의 전부였던 체조를 그만둘 때, 편파 판정 논란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 같아요.

당시엔 ‘내가 왜 이런 곳에서 이렇게까지 고생을 했나’란 생각이 들며 회의감이 밀려왔어요. 발목까지 부러지면서 진짜 열심히 했는데…. 처음엔 많이 방황했죠. 안정도 안 되고 뭘 해도 불안하고. 근데 지나고 나서 보니 아무 일도 아닌 거예요. 그날 제가 1등을 하든 꼴등을 하든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지금 와 생각하면 그땐 마음이 넓지 못하고 어렸단 생각뿐이에요.

 

저는 스포츠인이예요.
연예인 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어요.
저를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표현은
‘스포테이너’예요.

성격이 천성적으로 낙천적이에요.

 

땀 흘리는 신수지는 언제나 옳다

 

21살이란 나이에 은퇴 후 인생 2막을 시작하신 거잖아요. 막막하지 않았어요?

막막하기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어요. 방송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역시 운동으로 얻는 기쁨이 제일 크더라고요. 어쩔 수 없나 봐요. 땀 흘리고 그에 보답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의 뿌듯함이 절 미치게 만들어요. 야구, 골프, 승마, 수영, 테니스, 스쿼시, 배드민턴, 필라테스, PT 자격증 취득, 그리고 볼링까지. 안 해본 운동 없이 다양하게 즐기며 신 나게 살았어요.

 

체조를 은퇴하고 볼링 선수가 되기까지의 공백기는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인가요?

제일 행복한 시간이죠. 사람이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어요. 성격도 자연스레 밝게 바뀌더군요. 가까운 지인들은 인상도 좋게 변했다고 이야기해주고요. 처음으로 여행이란 것도 가봤어요. 남들은 일상에서 쉽게 누리는 것들이 정말 값지게 느껴져 감회가 새로웠죠.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체중 관리할 필요가 없으니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었단 거예요.(웃음)

 

몸만큼 생각도 유연하시네요. 변화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거 같아요.

성격이 천성적으로 낙천적이에요. 운동할 때 부상을 입어도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재활하면 지금보다 좋아질 거야’, ‘부족했던 근력운동을 더 할 수 있는 시간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자고 일어나면 까먹고, 아이스크림 한입 먹고 나면 날아갈 것 같이 신나고!

 

운동 얘기는 이쯤에서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맥심> 9월호 화보 사진들을 봤어요.

아… 보셨군요.(부끄) 화보 촬영 제의를 받고 노출이 심하면 절대 찍지 않겠다고 했어요. 저는 엄연히 ‘스포츠인’인데 섹시한 이미지로만 비쳐지는 건 싫거든요. 근데 노출이 덜한 옷을 입고 찍었는데도 그쪽 분들이 의도하신대로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허허.

 

수지씨에게서 풍기는 섹시함은 조금 특별해요. 꾸미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랄까요?

저 말고도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솔직해요. 만들어 낸 이미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게다가 다이어트해서 날씬하게 만든 몸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이잖아요. 남다른 탄력이나 건강한 이미지 덕분에 좋게 봐주시는 거 같네요. 아이고, 민망해라.

 

그 덕분일까요. <라디오스타>에서 남자를 무려 서른 명이나 만나봤다는 얘기가 나왔죠.

에이~ 당연히 과장된 내용이죠.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연애를 해봤어요. 그래 봤자 운동하느라 거의 만나지도 못했지만요. 제가 지금 24살인데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만났겠어요. 몇몇 분들과 잠깐의 ‘썸’을 탄 건 사실이지만 예능이다보니 과장돼 나온 거죠. 억울해서 몇 군데 해명을 해봤는데 다 묻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포기했어요. 뭐 어때요, 제 팔자죠 뭐.(웃음)

 

남자들은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만나세요?

원래부터 쭉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대시해 온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평소에 술을 아예 안 마셔요. 자존심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취한 모습을 보이기가 싫더라고요. 클럽이나 시끄러운 데도 안 좋아하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죠. 엉엉.

 

최종 목표는 체조 지도자예요.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잔머리 백 단의 소름 돋는 치밀함

 

본업인 운동부터 방송, 해설, 화보 촬영, 자선 활동 까지. 수지씨를 바삐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죠?

제 몸은 항상 에너지가 넘쳐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체력이 소진되지 않아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죠. 밖에서 바삐 움직여야 힘을 얻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야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고 몸도 원활하게 돌아가고요. 에너지를 쏟기 위해 이것저것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으로 이어지더군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뚜렷하게 있을 것 같아요.

최종 목표는 체조 지도자예요.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선수들이 현역 때 운동을 잘했어도 가르치는 건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저는 확실히 능력이 있는 거 같아요. 선수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편하게 할 수 있을지 워낙 잔머리를 많이 굴리면서 했거든요.(웃음)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것들을 차근차근 말해주면 어린 선수들이 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손연재 선수 경기를 해설하신 것도 지도자의 꿈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맞아요. 신수지가 아직 리듬체조 바닥을 떠나지 않았다, 맘을 붙이고 있다, 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제가 볼링으로 완전 종목을 바꿨다기보단 체조와 겸업하고 있는 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두 종목 모두 안고 가고 싶거든요. 지금은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을 만큼 둘 다 사랑하니까.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방송 출연은 왜 꾸준히 하고 계신 거죠?

인지도 때문이에요. 앞으로 지도자를 하든, 체조 교실을 열든 인지도라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작은 것 하나를 해도 신수지라는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면 훨씬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근데 연예인으로 비치는 게 싫어서 예능 프로는 잘 안 나가요. <라디오스타> 같은 경우는 스포츠인 특집으로 ‘땀 흘리는 여자들’이어서 나갔던 거예요.

 

치밀하게 계산할 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드네요. 물론 좋은 의미에서요.

운동선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목표를 세우고 세부적인 단계들을 하나하나 밟아 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턱대고 “나 올림필 나갈 거야!” 한다고 해서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우선 상비군에 들어가 주니어 대표가 되고 시니어 대표가 돼서 선발전을 통과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겠죠. 늘 이렇게 계획을 세우며 살아오다보니, 은퇴 후에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 전략들을 항상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어요.

 

천생 스포츠인이시군요. ‘방송인’이란 편견이 조금 있었던 게 사실이거든요.

저는 스포츠인이에요. 운동을 정말 사랑해요. 연예인 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어요. 요즘의 저를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표현은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예요.

 

스포츠와 엔터테이너 중 어느 쪽에 부등호를 매겨야 할까요?

두말할 것 없이 당연히 스포츠죠!

 

Editor 이민석 min@univ.me
Photographer 김재윤 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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