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했다. 길고 지난했던 6년간의 대학 생활이 끝났다. 축하, 꽃, 사진, 학사모 던지기까지.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졸업식 매뉴얼’의 모든 단계를 착실히 수행한 후, 마지막으로 졸업증서를 받으러 인문사회대 건물로 향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을 지나다니며 저 건물에 들락거리곤 했는데.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시원하지도, 섭섭하지도 않았다. 대신, 심란하고 착잡했다. 이로써 지긋지긋한 조별과제와 사람 피 말리던 수강신청도 끝나겠지만, 동시에 나의 사회적 신분과 소속도 사라질 터였다. 다른 무리로부터 나를 구분 짓고 보호해주던 울타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런 것들이 언제 다시 생길 거라는 기약도, 보장도 없으니… 갑자기 모든 게 막연하고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감회가 새롭겠다.”며 축하의 운을 뗀 지인에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은 채 줄줄이 읊어댔다. “아니요. 감회가 새롭기보다는 그냥 제가 번듯한 데 취직하고 나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랬다면 마음껏 시원섭섭해할 수 있었을 텐데. 언니 말대로 감회가 새로웠을 텐데요.” 지인이 당황한 듯 무어라 말을 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졸업식 특유의 달뜬 분위기 탓에 공중에 살짝 떠있던 발이 인문사회대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졸업식을 마치고 본가로 내려왔다. 6년간의 타지 생활을 끝내고, 노년기에 들어선 부모님과 늦둥이 아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 그러나 어느 정도 예견된 이 상황으로 인해 18살짜리 사춘기 남동생은 누나에게 자신의 방을 내주고, 아빠와 방을 공유해야 했다(우리 집은 엄마와 아빠가 각방을 쓰신다).

남동생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도 각자 자신의 공간을 일정량 떼어주고, 없어진 공간만큼의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그러니까, 이 집에서 나는 제자리를 찾지 못해 엉뚱한 곳에 겨우 욱여넣은 퍼즐 조각 같았다. 본래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 가장자리가 쭈글쭈글해진.

집으로 내려온 첫날, 그 이질감과 위화감을 견딜 수 없어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집을 나와 근처 공터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공터를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내일부턴 당장 뭘 해야 할까.’, ‘자소서는 또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봐야 하지’, ‘자격증도 빨리 따야 하는데.’ 한 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꾹 누르고 있었던 상념들이 툭툭 터져 나왔다.

답도 없고 끝도 없을 것 같은 질문과 성급한 계획, 부질없어 보이는 다짐들을 반복하다 불현듯 며칠 전에 아는 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요즘 새벽 세 시까지 잠이 안 와. 개강하면 다시 수업에, 실습에. 또 이제 4학년이니까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 세 시야. 그제야 기절하듯 잠이 들어.”

항상 밝고 씩씩해 보였던 동생이 갑자기 저런 말을 해서인지, 아니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같은 떳떳하지 못한 안도감이 순간 들어서인지 그날 들었던 수많은 말 중에 저 말이 유독 진하게 마음에 남아있었나 보다. 그래서 이 작고 별 볼 일 없는 동네의 아무도 없는 공터에까지 따라왔나 보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12시가 되기 15분전. 나는 오늘 몇 시에 잠이 들 수 있을까 가늠해보았다. 곧장 집에 들어가 씻고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 또 달갑지 않은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핸드폰을 켜 SNS를 하염없이 들여다보겠지. 그러다 눈이 따가워지면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마음속으로 아주 느리게 수를 헤아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새벽 세 시 언저리쯤 잠이 올 것 같다. 그래, 딱 새벽 세 시쯤 잠이 들것이다, 오늘은. 사실은, 오늘도. 그래서 어쩌면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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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호 – 20’s voice]

Writer 독자 김예란 yeran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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