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입덕 전문가’로 통한다. 누군가에게서 귀신같이 매력을 발견하고 빠져드는 게 취미랄까.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입덕했고, 내일도 입덕할 예정이다. 입덕을 자주 하는 만큼 덕질의 대상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아이돌이다.

 

그런 나에게 한 동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니 나잇값 좀 해.”라고. 그 얘길 듣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웃었던 것 같다. 그렇구나, 나 되게 유치해 보이는구나. 이제 그만 유치해야 하는 나이인데, 나는 여전히 너무 애구나…. 갑자기 그 애가 훌쩍 큰 어른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지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아이돌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제는 대꾸할 수 있다. “그럼 이 나이에는 대체 뭘 좋아해야 하는데?”

 

화가나 음악가를 좋아한다고 하면 누구도 그 사람을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잇값 못 한다는 소리? 당연히 듣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독 아이돌을 좋아하는 존재들만 폄하되는지.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내 앞에 ‘빠순이’라는 명찰을 달아주고, 나를 나잇값 못 하는 존재로 평가해버린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위대한 거장을 좋아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짝사랑하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전부 다르지 않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우주를 가진다. 덕질하는 대상이 생기면, 나는 늘 그 대상의 우주가 궁금해졌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영화, 밑줄 그은 구절과 가장 아끼는 장면까지. 그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 사람의 우주를 학습하는 데 내 열정을 쏟는다. 나도 따라 듣고, 따라 읽고, 따라 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 또한 확장된다. 이렇듯 좋아하는 일은 결국 나를 확장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내게는 거장을 좋아하는 일이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 거장과 아이돌이 완전히 다른 세계의 소유주라 할지라도, 그들을 통해 내가 넓어진다는 사실은 같기 때문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 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불쑥 어떤 영화 한 편을 좋아하게 된 친구는 그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좋아서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전부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그 필모그래피 속 다른 배우에게 빠지고, 다시 필모그래피를 정복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영화가 삶의 낙이 되었다고. 영화는 친구를 생각하게 했고, 경험하게 했고, 그의 우주를 넓혀주었다. 좋아하는 일들은 이렇게 늘 확장을 야기한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은 그 자체로 건강하다. 좋아하는 마음은, 때론 너무 넘쳐서 나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고 나를 한껏 끌어올려 아무렇게나 던져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감정 기복이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던 시절에 느끼던 무감함과 무덤덤함보다 좋다.

 

최선을 다해서 좋아하고, 최선을 다해서 상처받는 일은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일보다 나를 더 많이 성장시키고 더 많은 것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 자체가 가지는 에너지는 나를 다른 사람이 되게 만들고 상상해본 적 없는 일도 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언가 좋아한다. 그리고 이제는 좋아하는 일마저 좋아하게 됐다.

 

무언가 좋아하고 있는 사람은 매 순간 감정에 솔직했을 뿐 결코 유치한 사람은 아니다. 그 감정을 통해 스스로를 확장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니 누군가 ‘나는 OO이 좋아’라고 들뜬 얼굴로 고백할 때,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나잇값 하라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대상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건 좋은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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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호 – 20’s voice]

Writer 독자 박현정 pak0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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