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룸메이트들과 평생 같이 살고 싶어

 

나는 룸메이트 둘과 함께 산다. 언니 한 명, 친구 한 명 그리고 나. 의지할 곳 하나 없는 팍팍한 서울 한구석에 자취방을 마련하고 함께 산 지 2년이 됐다. 룸메들과 자취를 한다고 말하면, 꼭 듣게 되는 질문이 “같이 살면 불편하지 않아?”다. 그때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딱히?” 하고 만다. 사실 나는 룸메들이랑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 부모님처럼 잔소리 들을 일 없고 애인처럼 눈물 콧물 쏟으며 헤어질 일도 없다.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가족 같은 우리. 이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기분을 알아챌 만큼 가까운 사이다.

 

그러다 보니 문득 룸메들과 평생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엔 딱히 뜻이 없지만 그렇다고 혼자 살 자신은 없는 내게 룸메들은 최고의 가족이 되어줄 것 같았다. 매일 저녁 나란히 누워 수다를 떨고, 부모와 애인에게는 말하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한 해 한 해 같이 나이 먹는 삶. 적당히 시끌벅적하고, 적당히 안정적인 그런 삶. 생각만 해도 평화로울 미래에 괜스레 행복해하곤 했다. 나의 이런 소박한 바람에 제동을 걸게 될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 룸메이트는 중요한 순간에 내 ‘보호자’가 돼줄 수 없었다

 

TMI지만, 난 고등학교 때 우울증과 공황 장애를 앓았다. 그 원인이었던 수능이 끝난 후 눈에 띄게 나아졌다지만 대학에 온 이후에도 가끔 증세가 나타나곤 한다. 그때마다 내 옆에 있어주는 건 룸메이트들이다. 2년 전, 룸메들에게 내 병력을 털어놓았다.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던 언니는 이후로 내가 불안함을 보일 때마다 옆에 있어주었다. 내가 온몸이 저리다며 인사불성이 되었을 때 약국에서 청심환을 사다 쥐어준 것도 언니였고, 게임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며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을 때 내 손을 잡아준 것도 언니였다. 언니가 아니었다면 누가 날 붙잡아주고 위로해줬을까 싶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덕에 나의 병은 점점 옅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방심한 탓일까. 작년 겨울, 간만에 부모님 집에 내려가던 어느 금요일 저녁, 유달리 사람이 미어터지던 지하철 안에서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이마와 등에선 식은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눈앞이 일렁거리며 숨이 턱턱 막혔다. 몸이 지하 100층까지 떨어지는 듯한 느낌. 온 지구의 중력이 나를 이 땅 위에서 끌어내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았다. 그러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지하철에서 내리게 되었다. 자신을 놓아버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끊임없이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지나가던 사람이 119에 신고해주었고, 난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옮겨졌다.

 

발작하듯 울고 있던 내게 구조대원이 가장 먼저 물은 건 부모님 연락처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계신 부모님이 여기까지 오길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같이 사는 언니랑 친구를 불러 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구조대원들은 꼭 부모님이 와야 한다며 나를 설득했다. 결국 부모님은 1시간 반이나 걸려 병원에 도착하셨다.

 

다행히도 응급실에 도착한 후 난 차츰 진정됐고, 지쳐 잠이 든 채로 부모님과 함께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내겐 질문이 남았다. 만약 다른 이상 질환이 발견됐다면? 혹은 입원 내지는 수술이 필요했다면? 법적 보호자인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2시간 여를 나 혼자 응급실에서 기다려야 했을까? 왜 내 룸메이트는 응급실에서 내 보호자가 될 수 없었을까? 그동안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날 지켜주던 사람은 언니인데.

 

# 왜 내가 선택한 가족을 인정해주지 않는 걸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늙으면 누가 날 책임져줄까?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 누가 내 보호자가 되어주지? 지금은 부모님이 계신다지만, 내 옆에 평생 계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혹시라도 내가 수술이 필요할 만큼 응급한 상황이 닥친다면? 지금도 이렇게 잔병치레가 잦은데 나이 들어서는 병원을 얼마나 들락거리겠어. 룸메이트들과 같이 평생을 하하 호호 지낼 생각이었던 나는 결국 응급실에서 ‘법적 보호자’가 없어 전전긍긍하게 될까?

 

사회는 내게 말한다. 아쉬우면 결혼을 하라고. 그래야만 가족이라고.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향후 내 삶은 혼자서 책임져야 한다고. ‘진짜’ 가족은 꼭 결혼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외의 모든 가족은 ‘가짜’인 걸까? 혈연이 아니라 친구라는 이유로, 부부가 아니라 연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다양한 가족들이 외면 받는 걸까.

 

나는 우리의 자취방을 ‘집’이라고, 또 언니와 친구를 ‘가족’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당장 지금뿐만 아니라, 내가 직장을 갖고 안정적인 삶을 갖게 된 그 이후에도.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되고 나서도. 그리고 그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한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고 룸메이트들과 함께 살더라도 그 나름대로 가족이라고 인정받았으면 한다. 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다른 사람들도 내 가족이라고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걸까.


 [886호 – special]

illustrator 몽미꾸

campus editor 정지우 poetcro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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