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나 졸업 후까지 함께 살고 있다고요?

네, 원래부터 친구는 아니었어요.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나 친해졌고, 졸업 후에도 함께 살기로 하면서 식구가 됐어요. 기숙사가 아닌, 함께 구한 ‘우리의 집’에서 산 지는 2년 정도 됐네요.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룸메이트는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자금대출을 받더라도 결국 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해요. 자칫 의가 상할 수도 있는 문제죠. 둘이서 공평하게 책임을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현실적인 부분들이 힘들었어요.

 

그 밖에도 법적 보호자가 아니면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 없는등 불이익이 많아요. 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생활동반자법이 제안 됐고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혈연 가족과 한 집에 사는 게 아니잖아요. 현재 함께 사는 사람이 새로운 가족의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친구와 계속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족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인가요?

부모님은 혼자 사는 것보단 낫다고 좋아하시고요. 주변 사람들은 신기해해요. 한번은 “친구랑 살면 결혼 못 한다. 빨리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 있어서 속상했어요.

 

그저 동거인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느껴질 때는 언젠가요?

서로 집에 들어오고 나가는 안부를 챙길 때. 또 같이 병원에 가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할 때. 힘든 일을 겪을 때 곁에서 도움이 될 때. 이런 걸 함께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져서 가족이구나 싶어요.

 

 

 

17년째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파트너분과 함께 살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하는 두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이 개입하게 되잖아요. 양가 부모님, 친척 , 먼 친척, 기타 등등. 저는 그런 결혼 제도 아래에서 과연, 부부가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지금 파트너도 이런 제 생각에 동의했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가게 되었네요.

 

그 결정이 때로는 불편했을 것 같아요.

가장 큰 불편은 아프거나 사고가 생겼을 때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인 것 같아요. 또, 법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 관련 대출을 못 받아요. 저는 서울에 거주하는데, 거주비가 정말 비싸요. 하지만 서울시에서 하는 수많은 주택 정책 중 어떤 것도 동거 가족을 위한 것은 없죠.

 

현재의 혼인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결혼 제도 자체가 너무 편협하다고 생각해요. 부부만이 주거와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가족을 꾸리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이 변화했으면 해요. 그렇게 된다면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줄고, 사람들이 겪고 있는 우울함이나 공허함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가족’의 정의를 내리신다면?

가족이란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자, 내가 돌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면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을 가족이자 동반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동반자가 한 명이지만, 공동체를 이뤄서 사는 경우에는 여럿이 서로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이겠죠.

 

 

 

정체성을 이해해주지 못했던 혈연 가족을 떠나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셨어요. 가족을 떠난다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어려웠죠. 가족관계를 한 번에 끊어내진 못했어요. 처음엔 그냥 도망쳤어요. 집을 나오고 연락처를 바꿨죠. 그래도 그땐 시간이 해결해줄 거고, 우린 화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연락이 닿아서 엄마를 만났을 때는, 사과를 너무 받고 싶었어요. 그런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때 확실해졌죠. 우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품고 가기엔 너무 맞지 않는구나.

 

가족에게 상처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데 더 신중했을 듯싶은데요.

사실 타인이 타인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요. 이 사람과 함께라면 그 걱정들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을 것 같았어요.

 

퀴어 커플이 법적 가족을 꾸릴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사람들은 퀴어 커플을 ‘성적인 결합’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섹스하기 위해서 사귄다는 것처럼.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사랑’까지는 아니라는 거죠. 퀴어 커플이 평생의 동반자로 살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고요. 우리는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데, 국가가 가족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 게 억울해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러려면 생활동반자법이 꼭 제정되어야 하겠어요.

비혼주의자가 많아지고, 퀴어 커플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는 요즘이잖아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미 정상 가족을 꾸린 사람이 더 많아서 생기는 일이겠죠?

 

 

 

새로운 가족이 생기셨다고 들었어요. 가족 소개 좀 해주세요.

난 혼자 사는 여든다섯 살 할머니예요. 혼자 사느라 외롭고, 노인이 혼자 있으면 갑자기 죽어버릴 수도 있잖아.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동네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 모아서 같이 놀라고 센터를 만들었더라고. 와서 같이 반찬도 만들고, 밥도 먹고, 친구도 사귀라고. 덕분에 이제 별로 외롭지가 않아. 자주 만나서 밥 먹고 얘기하니까 여기 사람들이 새로운 가족이 된 것 같아.

 

서로 의지가 많이 되시겠어요.

그렇지. 요즘은 우리끼리 돌봐주면서 지내. 모임 사람이 갑자기 센터에 안 나오면 집에 가보지. 따로 와줄 사람이 없으면 병원에 같이 가기도 해.

 

일상에서 달라진 점은 뭔가요?

이제 별로 외롭지가 않아. 혼자 살 때는 집에만 있었는데, 말동무가 생기니까 좋더라고. 아무래도 사람은 바쁘게 살아야 재미있는 것 같아. 돌봐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건강 걱정도 좀 덜었어. 할 일이 있으니까 아프다는 생각도 잘 안 하게 되고.

 

어떤 활동이 제일 재미있고 보람차신지 궁금해요.

매주 수요일마다 센터 사람들이랑 반찬을 해서 동네 혼자 사는 노인들한테 갖다주고 있어. 내가 혼자 살아봐서 아는데, 혼자 사는 노인들 상태가 영 그렇거든. 그래서 반찬 갖다주면서 말동무도 해주고, 잘 살고 있는지도 보고. 모임에 나오라고 이야기도 하지.

 

언제까지 활동하고 싶으신가요?

아파서 쓰러지지 않는 이상 계속 해야지! 할머니 할아버지들끼리 국수도 삶아 먹고, 밥도 같이 해 먹고, 한글도 배우고. 앞으로도 이렇게 오래오래 서로 돌봐주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


[886호 – special]

Campus Editor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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