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은 고대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인간 고유의 유산입니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무지(無智)에 대한 지각’으로 유구한 철학의 시작을 알렸죠. 한편 지각은 보통 ‘잠’이라는 마수에 의해 발생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이 글의 원고 마감은 지난주였지만, 제가 마감일 저녁 잠에 취해 펑크를 내버렸던 관계로 이제서야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전 직장을 잃을 뻔했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현재의 삶을 송두리채…

 

잡설이 길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별 말 같지도 않은 글을 읽느라 약 30초를 허비해 버렸습니다. 화가 나나요? 당연한 반응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니까요. 그러니까, 당신이 지금 30초를 허비한 데에서 느끼는 분노의 크기를 잘 기억해 두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약속에 늦는 당신을 10분째 기다리고 있는 친구의 분노 크기를 가늠할 때, 써먹으시면 됩니다.

 

* 이 글은 지각하는 사람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들의 특징을 기록한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지각러’로 불리는 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웬만해선 잠을 자지 않습니다.  

 

보통이라면 <씻고 눕는다 = 잠에 들겠다>이지만 지각러들에겐 조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이들에게 씻고 눕는다는 행위는 곧 ‘이제부터 휴대폰을 세 시간쯤 만지겠다’라는 선언과 같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페북, 인스타, 중고마켓, 세상에. 낮 동안 놓치고 있었던 꿀잼들이 숙제처럼 쌓여 있습니다. 얼른 이 숙제들을 해치워야겠어요. 나는 성실한 지각러니까요.

 

정말? 정말 그럴까?

 

이윽고 새벽이 됩니다. 벌써 두시네요. 이제 더는 안 되겠습니다.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춥니다. 혹시 모르니까 7시 5분도. 난 숫자 8을 좋아하니까 7시 8분에도 하나 더. 7시 24분에도 하나 맞춰둡니다. 사실 7시 24분은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시간이지만, 머리를 안 감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간입니다.

 

다음 날 아침, 7시 24분에 울리는 알람을 끄며 생각합니다.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잠잘 시간이 부족한 거지?”  

 

글쎄요. 돌이켜보면 잠을 잘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잠 대신 다른 걸 선택했을 뿐이죠. 마지막 알람을 끄며 “10초만 더..”를 중얼거린 지각러는 5분을 더 자버리고, 결국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섭니다. 좀 늦을 것 같긴 하지만, 뭐 오늘은 교수님께서 출석 부르는 걸 깜빡하실 수도 있는 거니까요.

 

 

2. ‘xx분(minute) 차’를 맹신합니다.

 

지각러들은 보통 <xx분 차>라는 신을 하나씩 섬기고 있습니다. 그 자애로우신 신은 나를 늦지 않게 약속 장소로 인도해주실 겁니다. 오류가 있는 존재는 신이 아니죠. 이 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맹신합니다. 지각이 낯선 이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 “8시 13분에 오는 지하철을 타면 늦지 않아!” 에서 ‘8시 13분 차’가 바로 그 신의 정체입니다.

 

지각의 영역에서 유일신 사상은 몹시 위험합니다.

 

 

문제는 그 <xx분 차>가 ‘마지노선’이라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그 차를 놓치면 100% 지각입니다. 이동 계획만큼은 애플의 마감처럼 정교하게 설정하는 지각러들의 특성상 단 5분의 여유시간도 고려하지 않죠. 이러한 그들의 꼼꼼함은 후술할 3번과 힘을 합쳐 지각이란 기적을 빚어냅니다.

 

  • [막간 지각러 사고방식 이해]
    1) 8시 13분에 오는 지하철을 타면 딱 맞게 도착한다 = (대부분) 사실
    2) 8시 7분에 오는 지하철을 탄다 = 죄악
    3) 8시 2분에 오는 지하철을 탄다 = 미친 짓

 

 

3. 변수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등교길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1층에 와서야 우산이 생각 났다거나, 오늘따라 엘베가 층마다 멈춰 선다거나, 아니면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께서 에스컬레이터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계실 수도 있죠. 안타깝지만 이런 변수들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간발의 차로 <xx분 차>를 놓치게 됩니다.

 

어쩔수 없습니다. 다음 차를 기다려야죠.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전술했듯 <xx 분 차>는 약속 시각에 늦지 않기 위해 탑승해야 했던 ‘마지막 차’ 였다는 사실입니다. 아주, 아주 작은 변수 때문에 딱 10초가 늦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약속 시각엔 10분을 늦게 되는 기현상이 발생합니다.

 

괜찮아! 아직 F는 아니야!

 

하지만 지각러들은 결코 이런 변수들을 고려하는 법이 없습니다. 어제 13분에 나와서 딱 맞게 도착했으니, 오늘도 13분에 나가면 딱 맞게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허황된 기대를 매일 반복합니다. “내일은 혹시 모르니 5분 일찍 나와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대신, “오늘은 재수가 없네. 내일은 재수가 있겠지.” 사람 좋게 웃어넘기는 이들이죠.

 

 

4. 일찍 일어난 만큼 늑장을 부립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일찍 눈이 떠집니다. 평소보다 20분이나 이른 시간이 일어났네요. 여유가 넘칩니다. 지각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기상 시간입니다. 자신이 없어요. 지각할 자신이.

 

원래였다면 후다닥 샤워실로 달려갔겠지만 오늘만큼은 시몬스 침대 광고 속 전지현처럼 기품 있게 걸어봅니다. 어제는 머리가 반쯤 젖은 채 현관을 나섰지만, 오늘은 고데기까지 완벽하게 말았습니다. 결국 평소보다 외출 준비에 30분이나 시간을 더 할애해버렸네요. 뭐 걱정 없습니다. 오늘은 20분이나 일찍 일어났거든요.

 

를 부리다 오늘도 지각입니다.

 

 “오늘은 분명 일찍 일어났는데도 지각을 했지 뭐야.” 

 

지각러들에게 가장 억울하고 원통한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이 미스터리의 원인은 ‘현관문을 나서야 하는 시간’을 명확하게 인지하거나 설정하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라는 사실을 “준비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졌다”와 동치시켜버립니다. 이 오류를 깨닫는 지각러가 흔하지 않다는 것이 슬픈 사실이죠.

 

 

5. 입을 옷이 없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고, 준비도 서둘러 마쳤습니다. 몇 분에 나가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도 설정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옷이 없네요. 입을 옷이요. 아, 눈앞에 보이는 이 천 쪼가리들이요? 이것들이 제 옷일 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촌스럽고 핏이 엉망인 옷들을 제가 돈 주고 샀을 리가 없어요.

 

10 분을 뒤적거린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합니다. 세탁기 안에서요. 뉴턴이 2년만 더 생존했다면 다음과 같은 <뉴턴 제 4법칙>이 나왔을 겁니다. <오늘의 기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대개 양말과 속옷이 뒤엉킨 빨래 바구니 맨 아래에 존재한다.>

 

입을 옷 말인가?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세탁기를 찾아봐라. 이 세상 모든 옷을 그곳에 두고 왔다.

 

지각하지 않겠다고 벌거벗은 채 외출을 할 수야 없죠. 이옷 저옷 마음에 드는 옷이 나올 때까지 옷장을 뒤적이다 마침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챙겨 입고 문을 나섭니다. 정말이지 오늘은 옷도 마음에 들지 않고 약속 시간까지 늦어버렸습니다. 이게 다 옷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녁엔 쇼핑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버스에 오릅니다.

 

 

6. 내일 비(눈) 온다고? 우산 챙겨야겠네. 

 

내일은 지각하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습니다. 휴대폰의 유혹을 떨쳐내고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알람을 맞추며 날씨를 확인하니 이번 주는 내내 비가 온다네요. 아침에 꼭 우산을 챙겨야겠다고 되뇌며 잠에 빠져듭니다.

 

완벽한 아침입니다. 늦지 않게 현관문을 나섰고 우산 역시 잊지 않고 챙겨 <xx분 차>에 무사히 탑승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쯤 되면 이미 지나쳤어야 할 사거리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네요. 결국 강의 시작 10분이 지나서야 학교 정문에 도착합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빗길엔 자동차가 서행합니다. 눈이 오면 훨씬 심하죠. 아예 교통이 통제되는 구간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걸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더 조심하게 되고, 자연스레 걷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비나 눈이 내리면 평소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이유죠. 

 

이런 날씨엔 남포동 남바 완 택시 운전수 분도 안전운전 하십니다.

 

하지만 지각러들은 언제까지나 이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불쌍한 사슴 눈을 하며 교수님께 사정합니다. “쌓인 눈에 차가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늦었어요. 오늘은 봐주실 수 없나요?” 이 말은 아마 교수님께 이렇게 들릴 겁니다. 저는 눈(비)이 내리면 차가 막힌다는 사실을 20년째 깨닫지 못한 멍중이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파악한 지각러들 패턴의 전부입니다. 학창 시절 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기록해 본 것이죠. 맞습니다. 고백건대 저는 학창시절 지각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프로 지각러었죠. 말 못할 계기로 더 이상 지각을 하면 않겠다 결심했던 그 날, 집에 돌아와 머리를 싸매고 분석했던 과거의 제 모습을 이렇게 글로 정리해 봤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지각으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팁으로 글을 매듭짓고자 합니다. 작은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1.밤에는 잠을 잡니다.
2.10분 일찍 도착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그러면 대게 딱 맞게 도착합니다.
3.자기 전에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준비합니다. 혹은 계절별로 옷을 세 벌씩만 마련합니다.
4.일찍 일어난 날에도 평소와 똑같이 준비합니다.
5.비 오는 날은 10분, 눈 오는 날은 20분 일찍 집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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