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태도 논란’에 휩싸이는 연예인들을 보고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없나요? “저게 왜 태도 논란이야?” 사실 연예인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친구들 사이에서 조금만 튀는 태도를 보여도 “쟤는 싸가지가 없다”는 뒷말을 듣게 되니까요. 이번 주에는 우리가 강요 받고 있는 태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이런 것까지 눈치 보고 살아야 하는 게 정말 맞나요?

 

01

내가 잘한 걸 잘했다고 하지 못하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인데… ㅉㅉ

원래 뭐든 티를 잘 내는 편이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다, 우울한 일이 있어서 슬프다. 재깍재깍 말한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내 자랑만은 삼가고 또 삼간다. 많은 친구들이 솔직한 내 모습을 좋아하면서도 내가 뭔가를 잘 해내서 기쁘다고 말하면 고까워하기 때문이다. 큰 상을 받았어도, 조별과제 발표를 잘했어도 혼자만 뿌듯해한다. 입을 여는 순간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눈치 없는 애가 돼버릴 테니까.

 

억지 겸손을 자동 탑재하게 된 시발점은 열한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짓기 대회에서 처음 상을 받았고 무척이나 신났었다. 그런데 상을 못 받은 친구 한 명에겐 기쁜 내 모습이 꽤나 거슬렸었나 보다. 그 친구는 “쟤 좀 재수 없지 않냐.”며 자기편을 만들었고 급기야 난 왕따가 됐다. 어린 시절의 사소한 질투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자랑에 대한 비난은 교묘하게 변해갔다. 공모전만 나갔다 하면 상을 타 오는 능력자 선배 K는 SNS에 수상 소식을 자주 올린다는 이유로 뒷담화의 대상이 되곤 했다. “안 그래도 잘난 거 다 아는데. 가만히 좀 있지.” “같은 대회 나가서 상 못 받은 J는 신경도 안 쓰이나 보다.” 제멋대로 편집된 생각들은 금세 소문이 됐고 선배 K는 어느새 제 잘난 맛에 취해 사는 놈이 돼버렸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말하기 전에 ‘이거 자랑인가?’하고 자기 검열을 한다. 다른 사람이 나서서 칭찬해줘도 최대한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니에요.”라고 답한다. SNS에 상을 인증하려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모두들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운 좋게 상을 받았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최대한 겸손해 보이도록 완충재를 깔아 둔다.

 

문제는 이런 억지 겸손 때문에 챙겨야 할 몫을 못 챙기고 있다는 거다. 이를테면 조원들 중 가장 기여도가 높은 사람에게 점수를 몰아주는 팀플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팀장만 아니었지 모든 걸 다 했는데 자랑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가만히 있었더니, 팀장 언니가 5점을 냉큼 다 받아갔다. 진정 잘난 자는 자랑을 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주는 거라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말하면 비꼼 당하는 세상이다.

박지원(24세)


 

02

불행 배틀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술래

 

넌 속 편해서 좋겠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불평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편이다. 억지로 화를 참는 건 아니고, 날 때부터 원체 불만이 잘 생기지 않는 인간이다. 몇몇 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넌 속 편해서 좋겠다”며 핀잔 섞인 충고를 건네기도 했지만, 뭐 그렇다고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지장 없는, 아니 오히려 퍽 도움이 되는 성격이라 생각해왔다. 연애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상하게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항상 ‘연애 불행 배틀’이 붙는다. 다들 애인과 싸운 썰, 서운했던 일들을 늘어놓으며 신세 한탄을 하곤 한다. 가끔은 곧 헤어질 사람처럼 상대방 욕을 늘어놓으며 자신에게 동조해주길 바라기도 하고.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의 불만들을 들어주고 있으면, 돌연 “너는 요즘 어때?” 하고 질문이 날아온다. 그때마다 난 “별일 없다”라고 답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별일이 없다. 무난한 만남을 추구하는 편이고, 실제로도 평온한 연애를 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대답 뒤엔 어쩐지 싸해진 분위기만 남았다. 없어서 없다고 했는데. 왜? 그럼 없는 갈등을 만들어 내서라도 답해야 하나? 행복하자고 하는 연앤데 행복한 사람이 술래가 되는 이상한 규칙은 대 체 누가 만든 거야? 연애뿐만 아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에 “별문제 없어”라고 답하면 왠지 모르게 시무룩한 반응이 돌아온다. 마치 내가 자신의 불행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아주 잘 살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무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뿐인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있는 얘기, 없는 얘기까지 꺼내가며 불행을 ‘착즙’할 순 없지 않은가. 장기하가 가사에서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로 “나는 별일 없이 산다”를 꼽은 이유도 그래서일까. 나라고 왜 힘든 일이 없겠는가. 나에게도 소소한 힘듦은 있다. 단지 역치가 남들보다 좀 높을 뿐. 하지만 불행 전선에 합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게 된 후론 생각이 많아졌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힘든 티를 좀 내야하는 걸까?
정지우(24세)


 

03

제가 웃지 않는 게 그렇게 기분이 나쁘신가요

 

우중충한 표정 지으면 다른 사람들 기분이 나빠지지 않겠냐

“좀 웃어라. 왜 이렇게 얼굴이 어두워?” 군대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상관들은 항상 나에게 웃으라고 말했다. 우중충한 표정 지으면 다른 사람들 기분이 나빠지지 않겠냐, 뭐 그런 논리. 근무지에 오면 인사만 딱 하지 말고 잠은 잘 주무셨는지, 점심은 잘 드셨는지, 물으면서 관심을 좀 보이라고 혼난 적도 여러 번이다.

 

근데 나는 원래 얼굴에 웃음기(흔히 ‘웃는 상’이라고 하지)가 없다. 살가운 성격도 아니라서 마음에도 없는 말은 잘 못 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내가 왜 성격을 바꾸면서까지 윗사람의 환심을 사야 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버티면서 계속 살던 대로 살아봤는데, 쉽지 않았다. 딱히 잘못한 건 없는데 어른들은 늘 나를 못마땅해했다.

 

어느 날은 간부가 날 거울 앞으로 데리고 가서 웃어보라고, 웃는 연습을 해보라고 그러시기에 마지못해 웃는 시늉을 했는데, 엄청 만족스러워하면서 “그래, 그렇게 좀 웃고 다녀라! 웃으니까 기분 좋지 않냐!”라고 하시더라.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내가 바뀌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인 것 같았으니까.

 

그때부터 억지로 싹싹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걸 불쾌해하니까 톤을 올려서(삑사리가 나더라도!) 과장된 즐거움을 표현하고. 누구랑 마주치면 맘에 없는 안부를 물으며 겉치레를 하고. 그렇게 해보니까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 다들 예뻐해주셨고 군생활도 편해졌다. 싹싹함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은 시점이었다.

 

이젠 억지로 웃는 게 습관이 되서 마음에 없는 칭찬도 잘 한다. 물론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쓴 날이면 비굴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해지곤 한다. 사실 그것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것 자체가 싫을 때도 있다.

 

예전에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이 웃지 않았다는 이유로 태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나는 그게 남일 같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태어나고 생긴 걸, 왜 있는 그대로 살면 안 되는 걸까? 내가 웃지 않으면 다른 사람 기분이 나빠지는 걸까? 여전히 의문이다.
김종혁(26세)


 

04

돈 계산 철저하면 쪼잔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안 봤는데. 속물이네

어린 시절, 고모가 주시는 세뱃돈을 넙죽 받았다가 엄마한테 혼난 적이 있다. 어른이 돈을 주시면 한두 번은 거절하라고. 그게 예의라고 하셨다. (반면 어떤 어른은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받는 게 예의라고 함) 돈은 좋은 건데. 돈이 있으면 피카츄 돈가스도 한 번 더 사 먹고 피시방도 갈 수 있는데. 왜 굳이 거절하는 시늉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 했지만, 엄마한테 혼나기 싫어서 그대로 따라 했다.

 

군필자인 지금까지도 나는 누가 용돈을 주면 마음에도 없는 거절을 한다. “이런 거 안 주셔도 돼요.” 그리고 진짜로 안 줄까봐 조마조마해한다. 소중한 내 용돈! 사회에 나와 보니 엄마 말이 영 틀린 것도 아니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또래들 사이에서조차 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으니까.

 

물론 대놓고 뭐라 그러는 사람은 없었지만, 돈 계산이 철저한 사람을 쪼잔하고 인색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을 때나, 더치페이 하기로 한 식사 값을 요구할 때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인데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건, 알바비 정산을 제때 하지 않는 사장님을 만나고 나서였다. 일 년 넘게 일했던 동네 슈퍼(편의점 아님) 사장님은 다 좋지만 월급 주는 걸 자주 까먹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시작할 때 시급과 지급일에 대해 분명히 합의했어야 하는데, 돈 얘기 꺼내기가 껄끄러워서 그냥 넘어 간 게 화근이었다.

 

나는 매달 어떻게 하면 독촉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월급 미 입금 문자를 보낼지 고민해야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중요하다. 돈이 없으면 일단 의식주를 해결할 수가 없다. 생존의 필수 요소이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돈 얘기를 할 때면 눈치를 보게 되는 걸까. 가정교육의 문제일까. 아님 이 모든 게 소심한 내 탓인 걸까.

 

뭐가 됐든 확실한 건,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는 거다. 돈 계산이 확실한 건, 쪼잔하다는 뜻도, 속물이라는 뜻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더치 페이 하고 못 받은 돈 달라고 카톡이나 해 봐야겠다.
김영민(25세)


[888호 – special]

INTERN EDITOR 박지원

CAMPUS EDITOR 김종혁 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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