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는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았다. 아빠는 관련 업계에 20년 넘게 종사했지만 내세울 학벌도 없고, 이렇다 할 인맥 또한 없다는 이유로 늘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곤 했다. 가족을 부양하지 못할 만큼 벌이가 턱없이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돈 걱정을 하지 않을 만큼 넉넉하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아빠의 실직과 이직으로 요란한 나날을 보냈다. 그놈의 돈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늘 비슷한 다툼을 반복했다.

 

어느덧 열여섯이 된 나는 자꾸만 친구 아빠들과 우리 아빠를 비교하곤 했다. 내게 금수저를 물려주지 않은 그가 원망스러웠다. 왜 우리 아빠는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지 못할까, 왜 우리 아빠는 전문직이 아닐까. 다른 친구들처럼 마음대로 고액 과외도 받아보고 싶고, 호텔 뷔페에서 근사한 외식도 해보고 싶은데. 그 시절 나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우리 부모님에게서 태어났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무언가로 아빠와 말다툼을 했을 때, 나는 아주 치명적인 실언을 한 적이 있다. 언성을 높여 나를 다그치는 아빠에 맞서 이렇게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난 아빠처럼은 안 살 거야!” 말을 내뱉은 순간 깨달았다. 아빠 가슴에 대못을 박았구나. 자식이 부모에게 건넬 수 있는 최악의 말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더운 여름, 정말 우연한 기회로 지방에 있는 아빠의 직장에 간 적이 있었다. 아빠는 자신이 지내는 직원용 기숙사를 엄마와 나에게 소개해주겠다며 앞장섰다. 그는 회색 콘크리트 건물로 우리 둘을 안내했다. 곰팡이가 핀 싱크대와 때 탄 냉장고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주방을 지나니 고시원 같은 작은 방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있었다.

 

아빠의 방은 105호. 조그만 구식 텔레비전과 낡은 1인용 침대, 작은 책상이 가구의 전부인 몇 평 남짓의 공간이 펼쳐졌다. 코끝이 시큰해졌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핑계를 대고 나와 건물의 어느 구석에서 펑펑 울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수없이 많은 밤을 홀로 감당해왔을 아빠의 지난날이 그제야 눈에 보였다. 이때껏 아빠를 원망해왔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아빠와 집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는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적으면 한 달에 한 번이다. 아빠와 주로 떨어져 지내다 보니 그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시간의 흔적을 더 절실하게 체감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시력을 자랑했던 아빠는 언젠가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이젠 새치 염색은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더 많아졌다. 세월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우리는 절대 지나간 순간을 되돌릴 수 없다.

 

얼마 전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빠의 눈물을 봤다. 평소 티는 내지 않았지만, 가뜩이나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아 아빠는 늘 불안해하곤 했다. “내가 앞으로 우리 네 식구 먹여 살릴 능력도 없어지면….” 어린 아들딸을 양손에 안고 뛰어다니던 건장한 슈퍼맨은 이제 없다. 조금씩 나약해지고 나이 들어가는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가 있을 뿐. 앞으로 나의 아버지는 흘러가는 시간만큼 경제력 또한 차차 잃어갈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나는 아빠를 원망하지 않는다.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온 그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더 많은 보수와 더 오랜 정년을 보장받는 어느 친구의 아빠가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못된 상상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당신처럼 살지 않겠다며 건방지게 상처를 주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몇 년이 또 지나, 아빠가 허름한 직원용 기숙사가 아닌 집으로 영영 돌아오게 된다면 나는 밝은 미소로 아주 오래 그를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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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호 -20’s voice]

Writer 독자 최원영 on_thecloud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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