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김하온에게 묻는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명상하면 김하온처럼 될 수 있냐고. 모두가 화나 있는 요즘. 우리는 김하온과 닮고 싶다. 다음은 김하온에게 직접 들은 자유, 사랑, 평화로 가는 법이다.

 

평화를 깨트리는 사람은 곁에 두지 않아 

오늘 표지 화보 촬영 콘셉트가 ‘하온의 휴일’이었잖아요.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쉰 날이 언제였어요?
스케줄이 없는 날은 바로 어제였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날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항상 스케줄 하고 작업하고. 그리고 요즘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 자취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집에 있어도 마냥 늘어져 있는 타입은 아닌가봐요.
제가 만들어 놓은 오전 루틴이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맛있게 먹고 씻고 명상해요. 명상하고 나서는 아무거나 하는데, 아침밥은 꼭 챙겨 먹어요. 아침에 아주 높은 칼로리의 식단, 베이컨, 계란, 소고기 이런 걸 마구마구 먹으면 하루 동안 기분이 좋아요. 아침을 많이 드세요!

 

요즘 대학 축제 시즌이라 많이 바쁘겠어요. 그러고 보니 김하온은 대학생은 아니지만 대학교엔 자주 가네요. 대학생이라면 뭘 해보고 싶어요?
보편적이지만 아름다운 것들! 저는 고등학교를 자퇴했으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외로울 때마다 학교 점심시간이 생각나더라고요. 맨날 친구들이랑 “광합성 하러 가자!” 이랬어요. 모여가지고 햇볕 받으면서 시답잖은 얘기 하는 게 재밌었는데. 대학생은 성인이니까 이런저런 제약에서 옛날보단 자유롭잖아요. 넓은 캠퍼스에서 또래들이랑 모여서 광합성 했다면 재밌었을 것 같긴 해요.

 

아무래도 또래 친구와 어울리기는 어려운 환경이죠.
일단 만나기가 힘들어요.

 

하온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예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형들이 편해요. 민식이 형(식케이)도 그렇고. ‘하이어 뮤직’ 형들이랑 있으면 재밌고 배우는 게 많아서 그 시간이 가치 있게 느껴져요.

 

시기마다 원하는 친구의 형태가 달라지는데 지금 하온에게 필요한 건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일까요?
주고받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람을 만나서 충전이 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면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 혼자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그걸 알고 나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요.

 

단호하게 끊어내는 타입이군요

네. 왜냐면 제 평화를 깨트리니까. 평화를 깨트리면서까지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내가 평화롭지 않고 힘들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렇다고 막 차단하고 이런 건 아니고요. 그냥 놔버려요. 곁에 두지 않는 거죠.

 

스무 살이 벌써 절반 정도 지나갔어요. 위시리스트는 다 이뤘나요?
PC방 가서 새벽까지 있기. 형들이랑 술 먹기. 뭐 이런 게 있었는데 다 해봤어요. 근데 성인 별거 없던데요?(웃음) 아, 그건 재밌었다. 한강에서 맥주 마시기! 솔직히 맛이 없어서 반도 안 먹었지만.

 

성인 정말 별거 없죠. 불안하기만 하고. 김하온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그건 저도 무서워요.(웃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입장이랄까. ‘꽃’이라는 노래를 만들 때 동갑인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는데, 고민의 모양만 다르고 본질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별거 없어요. 해도 안 될 때는 하루 쉬기도 해요. 그래도 안 죽잖아요. 아직 안 죽었잖아요. 살아있으니까 그냥 하는 거죠. 될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거, 이루고 싶은 목표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거 안 되면 죽어’라는 마음을 가지면 힘들어요. 플랜 B를 가지고 ‘되면 좋지만 안 되면 딴 거 해야지.’ 이런 느낌으로. 그게 오히려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잘 되게 만들어줘요.

 

이루고 싶은 목표를 가볍게 생각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아무런 준비도 안 하면 안 되고요. 준비는 열심히 하면서 조급해하진 말고. 아무쪼록 균형을 잘 지켜야 돼요. 좀 복잡한 얘기긴 한데. 이해가 안 된다면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읽으세요.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겁니다!(웃음)

사실 저도 매 순간 이런 생각으로 행동하진 못하고요. 항상 인지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이렇게 생각을 확립해두면 위태로울 때 도움이 돼요. 제가 종이비행기라고 치면 나름 확립해둔 질서들은 선풍기인 거예요. 제가 가라앉거나 떨어지려고 하면 그 생각들이 저를 다시 위로 올려줘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나를 적당히 용서해야 돼요

 

일 년 전과 비교해서 많은 게 변했잖아요. 일과 사람에 치이다 보면 너무 지쳐서 나를 잃게 되던데, 하온은 괜찮나요?

한동안 제가 확립해둔 질서와 진리 위에 먼지가 쌓이는 기분이긴 했어요. 명상도 잘 안 되고, 가사도 안 써지고. 그런데 요즘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요. 제가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어요. 예전에 내가 아무리 평화롭고 자유롭고 행복했어도 그 상황은 변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주변 환경이 변했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여기서 일궈낼 수 있는 걸 찾아서 해야지’라는 마음이에요.

 

저도 잊고 있었던 사실을 방금 깨달은 것 같은데요.(웃음) 김하온 하면 ‘인생 2회 차’, ‘달관한 사람’이란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시선들이 한편으론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당연히 부담스럽죠! 저는 일단 틀에 갇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고. 제가 만든 틀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없애고 싶거든요. 늘 새롭고 재밌는 사람이고 싶어요. 얼마 전부터는 뭘 깨닫는 데 집착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것도 제가 만들어 놓은 틀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깨닫는 행위에 집착하니까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변명만 해요. ‘영감이 없네. 영감이 없는데 뭘 만들 수 있겠어.’ 사실 뭘 보든 쓰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뭐 잠시 게을렀다 치고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되겠죠.

 

<한국 힙합 어워즈 2019> 신인상 수상 소감이 아주 멋졌어요. “내가 나를 사랑한 덕분에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나 자신에게도 여러분에게도 떳떳하다.”고 말했었죠. 김하온처럼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용서하면 돼요. 사랑은 곧 용서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그니깐 나도 완벽할 수 없어요. 나의 완벽하지 않은 점을 용서하면 사랑할 수 있게 돼요. 나는 키가 작네. 음, 용서할 수 있어. 나는 내적으로 되게 조급하네? 게으르네? 용서하자. 이제부터 잘 하면 되지. 계속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우와! 써서 책상 앞에 붙여놔야겠다. 나를 용서하자.

근데 너무 용서만 하면 안 돼요. 나를 너무 용서하면 나태해지니까. 아까도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은 균형입니다! 그걸 잘 지켜야 해요.

 

역시….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올해 초 다른 인터뷰에선 “사랑하면 사람됩니다.”라는 말도 했잖아요. 김하온은 뭘 사랑해서 사람이 됐죠?

아하하. 저는 모든 것을 용서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특정 대상을 사랑하진 않았군요.

뭐 누구 이름을 말해야 하나요?(웃음) 전 박재범을 사랑해서 사람이 된 것 같은데.

 

나에 대한 사랑, 모든 것에 대한 사랑 말고, 알콩달콩한 연애가 하고 싶진 않나요?

해보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이 워낙 연애하면서 꺄르륵들 거려서. 그렇게 재밌나? 궁금한데? 싶었어요.

 

현재 김하온은 영향력 있는 사람이잖아요. 하온을 따라서 자퇴를 했다는 친구들도 있고. 내가 특정 상황, 특정 시기에 한 말이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무섭진 않나요?

인스타그램으로 “형처럼 되고 싶다.”는 메시지가 와요. 많이 와요. 미디어에 노출되는 모습만 보면 꽤 괜찮아 보이는 삶이니까요. 모두에게 답장을 해줄 수가 없어서 그냥 읽기만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정신적으로 위태로워질 수 있는 위치라는 걸 알려주고 싶긴 하죠. 제가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그건 그 사람을 무시하는 행위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는 건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가끔 그 사랑이 버거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바꾸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사소한 일에도 의견을 주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건 이미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서. 어떤 얘기를 해주시든 간에 저는 감사하고 있어요. 거기서 음악적인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요. 안고 갈 건 안고 가야죠.

 

 

랩 말고 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노래요. 예전엔 노래 잘하고 싶다는 생각 안 했거든요? 노래 못 해도 되지 뭐 싶었는데 최근에 잘 하고 싶어졌어요. 노래를 잘 하면 여러모로 다채로워지니까.

 

아까 촬영하면서 보니까 상황에 맞게 선곡을 참 잘 하더라고요.

핫케이크 먹을 때 튼 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곡이에요. 포토그래퍼님이 타일러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은 무드를 요청하셔서.(웃음)

 

혼자 있을 땐 어떤 노랠 많이 듣나요?

재즈도 듣고, 인디 밴드 음악도 듣고, 힙합이야 뭐 항상 듣는 거고. 최근에 잔나비 새 앨범을 겁나 많이 들었어요. 저는 플레이리스트에 앨범 하나를 통째로 저장해놓고 쭉 듣거든요. 가사가 너무 좋아요. “내세 내세, 돈 벌어 내세. 저승길 노잣돈 셀프요” 이런 가사는 힙합 같기도 하고. “사랑하든 경멸하든 하나만 하긴 힘들 테다”라는 가사도 멋있고. 노래는 이렇게 함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아요. 랩은 음절을 채워야 되니까 쓸데없는 주석들을 붙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제가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음악 이야기를 할 때 제일 행복해 보여요.

음악을 들으면 힘든 게 다 사라지는 거 같아요. 그냥 음악이 날 데려다주는 곳에서 놀 수 있으니까. 이제 뻔한 질문 두 가지가 남았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올해 안엔 나올 거예요. 조급해하진 않으려고요. ‘이게 잘 될까?’ 하는 생각은 최소화하고 싶어요. 가사적인 부분은 제 스스로에 대한 신념이니까 그걸 지키면서, 하고 싶은 거 재밌는 거 모아서 낼 겁니다. 멋지게 만들어서 들려드릴게요.

 

마지막으로 대학내일 독자들 혹은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누군가 당신의 평화를 깨뜨리고 당신의 삶을 아비규환으로 만들더라도 일단 용서하고 삶에서 배제하세요. 복수하면 안 돼요. 복수는 추처럼 다시 돌아와요. 사랑하시고 평화를 찾으시고 자유롭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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