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망한 시간표 대회

이럴 바엔 휴학해버릴까

대학생의 자존심은 성적이 아니라 시간표에서 시작된다.


공강은 챙기고 싶고, 오전 수업은 피하고 싶다. 하지만 클릭 몇 번의 차이가 내 한 학기를 갈라놓는다.
그렇게 또 수강 신청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학생들을 위해, 위로의 자리를 마련했다.

한 번쯤 겪어봤을 ‘망한 시간표’ 현실 후기...




미라클모닝의 현실은 택시 VIP
경기대학교 행정학전공 24학번 정효원

Q. 해당 시간표를 만들게 된 계기
아침 잠이 많아 오후 수업을 잡고 싶었는데, 수강 신청에서 원하는 과목을 잡지 못했어요. 그래도 학점은 채워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오전 수업이라도 넣어야 했습니다. 결국 전공은 단 한 과목밖에 듣지 못하게 되었고, 교양도 대부분 오전 시간대 위주로 채워지면서 ‘아침형 인간 시간표’가 되어버렸어요. 원했던 시간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최소한의 학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었어요.

Q. 한 학기 생활해 본 소감은?

처음에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개강 직후에는 실제로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잡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침 수업에 맞춰 일어나는 게 점점 힘들어지더라고요. 특히 시험 기간에는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다 보니 수면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서 집중력도 떨어졌어요. 그리고 제가 대중교통으로 20분 거리에서 자취하는데, 학기 중반부터는 택시 타는 게 일상이 됐네요. (웃음)



Q. 시간표와 관련된 썰을 하나 풀자면?
시험 하나를 끝내고, 다음 날 1교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밤을 새우려고 했어요. 이미 그 전부터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던 터라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는지 기절하듯 잠들어버린 거예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시험 시작 40분 전이었고, 그 순간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정신없이 옷만 걸치고, 택시 잡고, 뛰어서 강의실에 도착하니 시험 시작 1분 전이었어요. 간신히 시험은 볼 수 있었지만, 온몸이 떨리고 집중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시험지를 푸는 내내 후회와 자책이 몰려왔던 기억이 있네요.

Q. 이 시간표를 추천하는지?

‘정말 게으른 삶을 살고 싶지 않고, 무조건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각오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한 시간표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초반에는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특히 아침 잠이 많은 사람이라면 지각이나 결석을 피하기 어렵고, 하루 내내 피곤한 상태로 수업을 버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체력과 정신 모두에 부담이 가는 구조라, 본인의 성향과 생활 패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금세 후회할 수 있는 시간표라 말하고 싶네요.





4연강 잡았다가 다 망했어요
국민대학교 법학과 24학번 김도형

Q. 해당 시간표를 만들게 된 계기
초중고 12년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학교에 나가야 했잖아요. 그래서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표를 짤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하고 자유롭게 느껴졌어요. 특히 ‘대학에 오면 공강은 꼭 챙겨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고 제대로 된 공강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전략적으로 월요일과 금요일에만 수업을 4개씩 몰아 넣었고, 화~목요일은 완전히 비워 두는 시간표를 짤 수 있었어요. 당시에는 정말 뿌듯했지만, 그 선택이 한 학기 내내 예상치 못한 고생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Q. 한 학기 생활해 본 소감은?

수업을 직접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표를 짰을 땐, ‘뭐 어차피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곧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하루에 4개의 강의를 연달아 듣는 건 생각보다 훨씬 체력적으로 버거웠어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시험 기간이었는데, 월요일과 금요일에 과목이 몰려 있다 보니 하루에 여러 과목 시험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벼락치기를 하려고 해도 양이 감당이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어느 과목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어요. ‘공강이 많다고 꼭 좋은 게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은 한 학기였습니다.



Q. 시간표와 관련된 썰을 하나 풀자면?
시험 준비 과정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월요일 시간표에 있던 과목 중 하나가 ‘민법총칙’이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사회탐구 과목인 ‘법과 정치’를 미리 공부한 경험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과 출신이라 해당 과목을 접해본 적이 전혀 없었고, 기초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찼죠. 그 결과 시험 기간에는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억지로 외우느라 애를 먹었고, 벼락치기식 공부가 전혀 통하지 않아 시험을 망치게 됐죠.

Q. 이 시간표를 추천하는지?

공강을 꼭 만들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도전해볼 만한 시간표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실제로 주중에 연속으로 비어 있는 날이 생기면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강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요. 하루에 과목이 몰려 있다는 건 그만큼 수업과 과제가 집중적으로 쏟아진다는 뜻이거든요. 따라서 공강을 만들 때는 단순히 여유만 바라보기보다, 자신이 감수해야 할 피로와 책임까지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통학러에게 아침 수업은 콩나물 시루
경기대학교 미술경영전공 24학번 정유민

Q. 해당 시간표를 만들게 된 계기
처음 계획은 월, 목, 금만 학교에 나가면 되는 일정이었어요. 하지만 수강 신청에서 원하는 과목을 잡지 못하면서 화, 수 오전 수업을 어쩔 수 없이 듣게 되었어요. 다른 시간대는 이미 모두 마감이라 선택권조차 없었습니다. 목요일은 어차피 학교에 나가는 김에 하루를 빨리 끝내고 싶어 오전 연강으로 몰아 넣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주 4일 내내 아침 수업이 있는 빡빡한 시간표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일찍 끝나면 오후가 비니까 괜찮겠지’라고 위안했지만, 실제로는 생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Q. 한 학기 생활해 본 소감은?
직접 경험해 보니 ‘지옥의 1교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어요. 아침마다 알람을 듣고도 수업을 빠지고 싶었던 적이 셀 수 없이 많았고, 등교 자체가 하나의 전쟁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통학러거든요. 왕복 3시간 이상의 거리를 다녀오면 체력이 이미 바닥이라, 애초에 계획했던 ‘오후 복습’은 거의 불가능했어요.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와 결국 공부 대신 낮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루를 부지런히 쓰고 싶다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체력 소모가 커져 생활 리듬이 무너졌고, 그만큼 후회도 컸던 한 학기였습니다.



Q. 시간표와 관련된 썰을 하나 풀자면?
아침 지하철이 가장 큰 난관이었어요. 시간을 단 몇 분만 잘못 맞춰도 바로 지각이라 늘 초조했는데, 그럴수록 더 붐비는 시간에 걸려 억지로 꽉 찬 칸에 몸을 밀어 넣어야 했습니다. 손 하나 제대로 뻗을 수 없는 채로 구겨져 서 있는, 숨쉬기조차 힘든 콩나물 시루 같은 상황이 매일 반복됐어요. 등교=전투가 맞는 것 같아요. 강의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체력이 절반 이상 소진된 기분이었고, 수업에 앉아 있는 순간에도 ‘오늘 하루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이 시간표를 추천하는지?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직장인처럼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부담이에요. 하루를 부지런하게 시작한다는 기분은 들지만, 막상 오후까지 이어지는 학업을 소화하기에는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 갓생을 산 덕분에 ‘학점은 의외로 잘 나왔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본인이 통학을 하고 있다면 최소 공강 하루는 꼭 만드시기 바랍니다. 진지해요.



#대학생#시간표#개강#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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