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대학 축제는 원래 우리들의 것이었다.

모두가 기대하는 연예인 무대 그 위에, 학생 무대가 기다린다.

"이번에 너네 대학교에 연예인 누구 와?"
9월, 가을이 다가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시점, 대학 캠퍼스는 축제의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설렘의 중심에는 그 어떤 것도 아닌, 오직 연예인 무대만이 자리하고 있다. 명색이 '대학' 축제인데도, 마치 연예인 페스티벌처럼 학교 내 콘텐츠나 학생들의 무대에는 영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의 무대를 즐겨보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무대의 퀄리티도 상당히 높다. 작년, 친구와 함께 교내 밴드 공연을 보며 뛰어놀다가, 텅 빈 관객석을 보곤 '이렇게 재미있는데, 왜 다들 관심이 없지?'라는 아쉬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연예인 무대만큼 큰 관심을 받지 않지만, 학생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만의 청춘을 그리고자 용기 있게 무대에 오른다. 자신만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이번 축제 무대에 올라 대학 축제를 진정한 '대학' 축제로 만들어주는 주인공들을 만나보자.




01. "몇 명이 보든, 적어도 본 사람은 설득하는 무대를 하면 되죠"

김상근,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부 25학번


출처: 김상근 본인 제공 / <ABYSS 정기 공연>

이번 축제,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나?

2025 서강대학교 가을 축제 CARDINAL에서 ABYSS 소속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입학 직후부터 함께 활동했던 서강대학교 중앙흑인음악동아리 ABYSS 부원들과 함께 공연을 할 예정이다.

무대에서 어떤 곡을 선보일 예정인가요?
ABYSS 동아리는 흑인 음악(Black Music)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힙합·R&B·재즈 등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특히 힙합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무대에서 선보이는 곡들은 모두 동아리 부원들이 직접 제작한 자작곡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브라질리언 펑크, 아프로, 레이지 등 여러 스타일을 녹여낸 자작 힙합 무대를 준비했다.

출처: 김상근 본인 제공 / 작곡 과정

이번 무대에서 특별한 목표가 있다면?
지금까지 여러 번 공연을 해왔지만, 항상 규모가 작은 무대에서만 선보여왔다. 이번 축제 무대는 지금까지 중 가장 큰 무대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목표는 변함 없을 것 같다. 몇 명이 보든, 적어도 무대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아, 멋있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ABYSS 공연의 목표는 늘 관객으로 하여금 ‘힙합이 멋있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데 있다. 힙합은 자유, 멋, 저항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장르이기에, 관객들이 그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고 즐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학생들의 이목이 연예인 무대로만 쏠리는 것이 아쉽지는 않은가?
이 현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동아리보다는 프로 무대의 완성도가 더 높은 것도 사실이며, 자작곡으로 무대를 채우다 보니 큰 호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직접 만든 곡으로 무대를 지루하지 않게 채운다는 점이, 우리 무대의 특별함이라 생각한다. 늘 맛보던 익숙한 기성무대보다 오히려 더 참신하고 색다르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누가 안봐준다는 아쉬움보다는 그 누구도 하지 않은 새로운 무대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 이렇게 좋은 기회에 아쉬움만 느끼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느냐.

출처: <서강소식> 블로그 / 2024 서강대학교 축제 현장

이번 ABYSS의 무대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즐기기.

신나면 손도 흔들어보고, 그냥 리듬도 타보고, 즐거운 대로 즐기는 것이다. 어비스가 사랑하는 힙합은 원래 길거리에서 시작해 열정 하나만으로 대중문화의 꼭대기까지 올 수 있었다.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며 주저했다면 결코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문화처럼, 우리는 무대 위에서 우리의 음악을 진솔하게 선보일테니, 관객 분들도 이번 축제 때만큼은 솔직하게 즐겨봤으면 좋겠다. 옆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이번 ABYSS 무대는 언제, 어디에서 볼 수 있나?
서강대학교 대운동장에서 9/25 오후 7시부터 진행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02. "열정으로 준비하면, 사람은 모여요"

NAKED 김민준, 경희대학교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24학번


출처: 김민준 본인 제공 / NAKED 공연 홍보

이번 축제,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나?

이번 경희대학교 가을 대동제에서 진행될 밴드대전, '경희 오브 락'에서 동아리 NAKED의 부원들과 함께 밴드 무대를 준비하게 되었다. 우리 동아리 NAKED는 '경희대학교 대표 락밴드 중앙동아리'인 만큼 그동안 여러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있었고, 그때마다 큰 관심을 받아왔다.



무대에서 어떤 곡을 선보일 예정인가?

이번에는 총 2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터치드의 <Hi Bully>, 그리고 유명한 밴드곡인 로맨틱펀치의 <토요일 밤이 좋아>라는 곡으로 준비했다. 파워풀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곡과, 모두가 알만 한 노래를 준비하여 축제 분위기에 맞춰 다 함께 뛸 수 있도록 선곡했다.


출처: 김민준 본인 제공

밴드 NAKED만의 장점이 있다면?

우리 밴드는 긴장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뛰어 놀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교내외에서 진행해온 여러 번의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하게 무대를 즐긴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이 강점을 활용해서 밴드와 관객, 모두가 하나되어 뛰어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출처: 김민준 본인 제공 / 축제 무대에 올랐던 NAKED


학생들의 이목이 연예인 무대로만 쏠리는 것이 아쉽지는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쉽지 않다. 열정으로 무대를 꾸미면, 학우들은 우리의 무대를 본다고 생각한다. 또, 공연 진행 순서 상 재학생 공연 이후에 아티스트 공연이 진행되기에, 연예인들을 보러오는 학우들이 우리 무대까지 함께 봐주기도 한다. 우리를 몰랐던 학우분들도 이 기회에 사로잡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지난 봄 축제 때 무대에서 내려온 후 학우분들이 칭찬을 해주시거나, 에브리타임에 우리 무대에 관한 칭찬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이때 참 뿌듯하고 감사했다. 이런 작은 관심들이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비록 연예인이 더 궁금한 심리는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학생 무대와 연예인 무대는 대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충분한 사랑을 받아왔고, 이번에도 또 다른 학우들을 사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출처: 김민준 본인 제공 / 합주 과정

큰 반응을 얻지 못하더라도 열정으로 무대를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대 준비 과정에서 소모되는 돈과 시간이 작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이것이 아깝다고 느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밴드'와 '밴드 음악'을 사랑해서 모인 멤버들이기에 보상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수정예 밴드이기에 더욱 끈끈한 마음으로 뭉쳐 멤버들과 함께하기만 해도 즐겁다.


대동제처럼 큰 무대에서 비록 학우분들이 많은 반응을 안해주셔도,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또, 당장은 반응이 없어보여도 멋진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이후에 학생들이 네이키드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축제는 감사한 기회이자 좋은 홍보 수단인 셈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을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뿌듯하고 행복해서 늘 열정을 쏟게 되는 것 같다.


이번 NAKED 무대는 언제, 어디에서 볼 수 있나?
경희대학교 캠퍼스에서 10/1 공연 예정이다. 많이 참석해주시면 좋겠다.



지금까지 이번 대학 축제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을 만나, 무대와 음악에 대한 그들의 정성을 들여다보았다.

연예인에게 시선이 쏠리는 축제에서, 무대의 뼈대를 세우는 건 결국 학생들이다. 돌아올 실리가 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을 쪼개 연습하고, 손에 익은 악기를 들고, 자기 몫의 소리를 무대 위에 올린다. 그들이 서 있는 바로 그 순간, 대학 축제는 화려한 간판이 아닌, 비로소 그 본질인 ‘대학’의 얼굴을 되찾는다.

낭만은 대개 ‘굳이’에서 시작된다. 굳이 비를 맞아 보고, 굳이 옥상에 올라 노을을 보듯, 굳이 무대에 서는 일. 큰 보상이 없더라도 그 ‘굳이’가 겹겹이 쌓여 우리들의 축제를 만든다. 축제가 끝나면 조명은 꺼지고 관객은 흩어지겠지만, 객석 누군가의 마음 속에는 오래가는 잔상이 하나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 잔상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준 이들의 무대에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학 축제는 원래 우리들의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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