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다. 유럽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 혼자 보기 아까울 때, 내 고양이가 너무 예쁠 때, 사이다썰을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고 싶을 때. 그러니까 너무 좋아서 기록하고 남들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 말이다.

 

그래서 독립출판을 하는가 보다. 좋아하는 순간을 잡히는 것으로 만들고 싶고 책으로 누군가와 내 이야기를 공유하고 교감할 수 있어서. 우리도 해볼 수 있다. 누구나 그런 순간이, 그런 이야기가 있고 독립출판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으니까.

 


STEP 1. 기획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쓰고 싶고 만들고 싶은 것이 무언지, 그리고 정말 만들고 싶은지를 스스로 끊임없이 물어보자.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면 이젠 마음에 드는 독립출판물을 찾아보자. 독립서점을 돌며 직접 만져보고 읽어보면 좋다. 마음에 드는 것을 모아보자. 내용, 표지부터 페이지 수, 제본 형식, 판형 어느 것이라도 좋다. 작은 힌트와 영감이 모여 더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들 수 있을 거다.

 

동시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책이 이미 나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이미 있을지도 모르니까.

* 이 단계에서 디자인, 판형, 페이지 수를 확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해보자. 주머니 사정이나 능력에 따라 결정하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STEP 2. 제작

 

아마 가장 두려운 단계가 될 거다. 당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럴 땐 그냥 무작정 쓰자. 여행 이야기라면 가장 맛있던 음식부터, 고양이 이야기라면 그 녀석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으니 두려워하지 말자. 한 번에 쭉 써내려 간 뒤에 조금씩 고쳐가면 된다.

 

편집은 대개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한다. 이제는 꽤 널리 알려진 프로그램이지만, 여전히 한글이나 워드보다는 낯설다. 사용법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하니 이 기회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에겐 인터넷이 있다…!) 물론 한글, 워드, 파워포인트, 포토샵 등 다른 프로그램으로도 만들 수 있다.

 


STEP 3. 교정교열

 

교정교열은 한 마디로 ‘수정’이다. 출판 과정에서 꼭! 필요한 단계다. 제작 단계에서 신물 나게 수정을 해도 분명 틀린 게 있다. 나는 죽어도 못 본다. 남의 눈에만 보인다. 주변에 교정교열을 배운 사람이 있다면 딱 좋다. 국어국문과 출신 친구도 좋다. 당신의 눈을 좀 빌려주시겠어요?

 

먼저 오타와 비문을 걸러낸다. 그다음은 문맥이다. 사람마다 어떤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독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지적을 받은 부분을 수정할지, 하지 않을지는 제작자인 당신의 선택.

 

전문 출판사도 교정교열을 완벽하게 보기 어렵다. 대신 가능한 만큼이라도 검토하는 데 의의를 두자. 최소한 어이없는 오타는 잡을 수 있다.

* 오타나 비문은 맞춤법 검사기 사이트를 이용해도 된다. 우리말 배움터 클릭!


STEP 4. 인쇄와 제본

 

속전속결! 요즘은 인터넷으로 인쇄 견적을 내고 바로 신청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인쇄소에 직접 가 볼 것을 추천한다.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인쇄 전에 인쇄소 사장님이 피드백을 해주고, 인쇄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른 인쇄물을 제작할 때 이를 바탕으로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다. 제본을 직접 한다든지, 빨간 잉크만으로 1도 인쇄를 한다든지 말이다.

 

인쇄는 전통적인 옵셋 인쇄와 디지털 인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옵셋 인쇄는 최소 부수가 보통 500부 이상이다. 디지털 인쇄는 1부만 찍을 수도 있어 소량 인쇄에 적합하다. 1부만 뽑아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

다만 500부 이상이라면 오히려 옵셋이 저렴하다. 디테일이나 색감도 디지털 인쇄보다 뛰어나다.

 

흑백보다는 당연히 컬러가 비싸다. 그러나 옵셋 인쇄로 1000부 이상 찍는다면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는다. 4가지 색 CMYK(파랑, 빨강, 노랑, 검정)를 모두 사용하는 4도 인쇄가 아니라, 두 가지 혹은 한 가지 색만 사용하는 2도 인쇄, 1도 인쇄를 사용하면 4도 인쇄보다는 저렴한 값으로 독특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주로 사용하는 검은 색 대신 빨강과 파랑 두 색을 사용할 수도 있다. 단, 디지털 인쇄에서는 흑백과 컬러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STEP 5. 유통

 

내 새끼 탄생! 드디어 책이 나왔다. 그럼 이젠 독자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두근두근

 

독립출판물 유통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독립서점에 이메일을 보내 입고 허락을 받고 책을 직접 보내는 방법이다. 입고 신청 메일에 책 소개와 내용 PDF 몇 장을 첨부해 보내면 된다. 독립서점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선정하면 되지만 재고와 대금 관리를 잘 해주기로 평판이 좋은 곳을 알아보고 선택하자.

 

두 번째 방법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받아 인터넷 서점에 유통하는 것이다. 물론 ISBN이 없어도 독립서점에는 입고할 수 있지만 인터넷 서점에 입고하기 위해 필요하다. 비용은 얼마 들지 않지만 1인 출판사 등록을 해야 해서 과정은 조금 복잡하다. 인터넷 서점에 입고하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받는 것도 고려해보길.

 


STEP 6. 홍보

 

열심히 만든 책, 나만 볼 순 없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는 멋진 그림을 그리며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SNS는 인생의 낭비가 아니다. 어쩌면 멋진 기회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독립출판 작가가 SNS를 통해 홍보하고 독자들도 SNS로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최근에 많이 열리는 마켓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 내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꽤 멋진 일이다.


부록. HOW TO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3문3답

Q. 비용은요?

A. 50부, 디지털 인쇄 = (보통, 대략) 20만원

 

유럽 여행 다녀와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포토북이 5만원 정도였으니 4권 만드는 가격으로 50명의 독자와 만날 수 있다면, 해볼만한듯? 물론 만드는 방식, 부수, 페이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상황에 따라 조정도 가능하다.

옵셋으로 1000부 인쇄하는 데는 120~200만원 가량 든다. 처음이라면 소량 인쇄 후 소진되면 더 인쇄하는 것을 추천한다.

 

Q. 왜 굳이 독립출판?

A. 본성이다

 

“만드는 건 본성 같아요.  내가’팔릴’ 작가는 아니어도 괜찮으니, 내 작업물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죠”

 

자문을 구한 16년차 독립잡지 싱클레어의 피터 편집장의 대답이다. 디지털 인쇄의 등장으로 가격의 장벽이 낮아지고 유통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그 본성을 더욱 쉽게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온라인에도 공간은 있다. 블로그도 있고 브런치도 있다. 하지만 종이책의 매력은, 아직 죽지 않았다. 굳이 ‘독립’출판을, 독립’출판’을 하는 이유다.

 

Q. HOW TO를 알아도 혼자는 힘든데?

A. 워크샵 ㄱㄱ

 

이제 뭔가 알았고 한 번 해보고는 싶지만 도무지 엄두가 안 나는 사람, 손? 당신을 위한 워크샵이 있다. 워크샵에서는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에 강사와 다른 참여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워크샵 별로 색깔도 커리큘럼도 다르다. 아래 대표적인 워크샵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참고하시길!

 

illustrator_liz

자문_싱클레어 편집장 피터, 짐프리 이진곤 대표


국립현대무용단 <청, 연>

11.23(토)-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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