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바빠 친구들 얼굴 본 지 오래다. 하도 카톡으로만 대화하다 보니, 어떤 친구는 얼굴보다 그가 자주 쓰는 이모티콘이 먼저 생각나기도 한다. 화난 표정, 웃는 표정, 놀란 표정. 어찌나 적재적소에 잘 가져다 쓰는지. 그 친구를 보고 있으면, 백 마디 말보다 이모티콘 하나가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디에나 유료 결제를 아까워하지 않는, 이모티콘 활용의 달인(?)이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특정 캐릭터만 죽어라 사용한다는 것. 왜 하필 그 캐릭터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진지한 답이 돌아왔다. “나랑 닮아서.”
그렇다. 그들에게 이모티콘은 페르소나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 그 이상의 의미. 한 사람이 자주 쓰는 이모티콘 안에는 그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녹아 있었다.
카카오 프렌즈, 라이언&제이지
카카오프렌즈는 나의 친구와도 같다. 이 아가들은 저마다 콤플렉스가 있다. 사자인데 갈기가 없거나, 부잣집 개인데 태생이 잡종이라던가 하는 식이다. 뭔가 조금씩 부족한 모습이 내 부족한 머리숱 같아서 정이 간다.
그중에서도 최애캐는 라이언과 제이지. 어피치나 무지 같이 과하게 귀여운 녀석들은 잘 안 쓴다. 그저 귀엽기만 한 캐릭터가 수염이 덥수룩한 날 대변하는 건 솔직히 나도 좀 부담스러워서. 그나마 가장 아재스런(?) 애들을 애용하게 됐다.
카카오프렌즈 중 가장 인기가 없는 제이지는 생긴 것부터가 불쌍하게 생겨서 동정심을 유발할 때 쓰면 좋다. “오빠 또 늦어?”라던가, “오늘 무슨 날인지 잊은 거 아니지.” 같은 말을 들을 때 쓰면 효과가 매우 좋다. 제이지가 없었다면 여자 친구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혼났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 친구가 이 글을 안 봤으면 좋겠다.
무표정이 매력인 라이언은 뭔가 건성건성 넘기고 싶은 상황에서 쓸 때 효과가 좋다. 특히 형광봉 흔드는 라이언은 어마어마한 만능템. “나 이번에 장학금 탔어!”라던가, “소개팅남이랑 곧 사귈듯.” 같은 (나랑 전혀 상관없는) 경사에 대충 반응할 때 이만한 게 없다. 실제 상황에서 저렇게 반응했다면 영혼 없는 리액션이라고 비난받았겠지만, 라이언은 귀여우니까 무사통과다. 아, 후배들도 이 글을 안 봤으면 좋겠다.
이 모자란 친구들만 있으면 괜히 말을 꾸미거나 포장할 필요 없이 솔직할 수 있다. 완전 편하다. 너무 대충 대답한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지만 대부분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다. 이게 다 카카오 친구들이 부족한 영혼을 귀여움으로 채워준 덕이다.
editor 조웅재
구데타마
사골처럼 우려먹는 이모티콘이 있다. 한동안은 말끝마다 이 이모티콘을 붙였는데, 요즘은 잠잠한 상태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지금도 이모티콘을 콕 눌러 이 글에도 붙이고 싶다.
얘 이름은 구데타마(자세히 보기) 귀찮음과 게으름의 대명사다. 내가 2.19달러를 결제하면서 구데타마 이모티콘을 두 번이나 산 이유는 귀여워서다. 오동통한 엉덩이와 꼬물거리는 움직임이 너무너무 귀여워 내가 보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모티콘을 사봤다. (가끔 너무 보고 싶을 땐 나만 보기 카톡방에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한다)
나는 사실 카톡을 귀찮아한다. 메시지를 읽고, 뭐라고 답해야 할지 생각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문자를 치는 과정 자체가 일이다. 그냥 가만히 있고 싶다. 구대타마는 이런 내 마음을 싱크로율 100%로 반영한 이모티콘이다. 아니 그냥 나다.
구데타마 이모티콘을 산 친구들은 활용도가 별로 없어서 산 게 후회된단다. 30개나 되는 이모티콘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단 하나, ‘귀찮음’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내가 구데타마를 애용하는 이유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도 딱 하나, ‘귀찮음’이기 때문에.
editor 황미나
리락쿠마
내가 돈 주고 구매한 유일한 이모티콘은 리락쿠마(자세히 보기). 애니메이션 주인공이자 인기 캐릭터 리락쿠마는 게으름뱅이계의 음유 시인이다. 나는 리락쿠마 이모티콘을 쓸 때 가장 ‘나답다’고 느낀다.
누구나 가장 ‘나’답다 생각하는 순간이 있을 테다.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그냥 내가 원하는 것들로만 꽉 찬 순간. 이렇게 말하면 꽤 멋진 모습을 예상할 건데, 딱히 그렇진 않고…
대학교 2학년의 여름방학, 주변인들이 여행을 떠나고, 공부하고, 열렬히 사랑을 나누던 그 두 달 나는, 줄곧 방안에‘만’ 있었다. 방안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손에 잡히는 것들을 죄다 먹든가 읽어버렸다. 리락쿠마처럼.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크림빵을 씹었고, 인스턴트 단팥죽을 조그만 숟가락으로 퍼 올리며 <1984>의 책장을 넘겼고, 왕뚜껑을 한 올 한 올 읽으며,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삼켰다.
불현듯 피곤해질 때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 한심하다면 한심하다. 누군가는 인생의 2달을 그냥 흘려보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먹고 읽고 자기만 하던 2달은 뭐랄까. 게으름 에너지를 뼛속까지 듬뿍 주사했다고 할까. 질 좋은 휴식이었고 이후 4~5년 정도는 이 힘으로 살았다.
게으름은 내 근본. 세상이 나를 얼마나 부지런하게 바꾸었든, 마음속 어딘가에는 먹고 마시고 깊은 잠을 자는 ‘와식생활자’가 있다. 열정이 지나쳐 번민이 된 나에게 리락쿠마는 말한다. “기분이 좋지 않다면 잠을 한 번 더 자세요.” 네, 조금 더 자도록 하겠습니다. 풀썩.
editor 이정섭
direc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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