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YOLO 할 수도 없고

 

 

모든 게 호접지몽이로다

‘욜로’라는 게 주로 술 마실 때나 먹을 때, 사람들이랑 놀 때 발휘된다. 하루에 3~4만원 되는 술값을 탕진하고(여기에 택시비, 다음날 힘들어서 먹는 해장국 값까지 추가된다. 이름하여 ‘탕진 3대 천왕.’), 내 기분에 취해서 쏘는 식이다.

그렇게 놀다 보면 정말 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곧 굉장히 허무하고 슬퍼진다. 왜냐, 하루 논다고 내 인생이 엄청 행복해지는 게 아니거든. ‘욜로’해도 즐거운 건 짧은 순간 뿐, 내 현실은 그대로니까!(눈물) – 꿈결같은 시간을 즐기는 K

 

 

 

데이트할 땐 팍팍 혼자 있을 땐 삶이 팍팍

남자친구와 데이트 할 때는 돈을 팍팍 잘 쓴다. 연애하면 이것저것 사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고, 기왕이면 맛있는 것 먹고 싶지 않나. CC가 아니라서 늘 밖에서 만나기 때문에 밥 먹고 술 마시면 며칠 만에 5만원, 10만원이 금방 나갔다.

그 덕에 혼자 있을 때는 모든 끼니를 기숙사 식당에서 때우고, 그마저도 힘들면 아침을 일부러 굶기도 했다. 그뿐인가. 간식 먹고 싶은 것 참고, 버스 탈 거리를 걷고, 좋아하는 커피도 안 마시면서 데이트에서만큼은 ‘욜로’로 살았다. 결국은 서빙 알바 같은 일일 알바를 하면서 빡세게 돈을 벌어야 했다. – 두 얼굴의 사랑꾼 H

  

  

또 속냐? 바보야

멋진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헬스장 이용권을 큰마음 먹고 결제했다. 결과는? 다섯 달 치 끊었는데 2주 가고 안 나갔다. 의욕이 떨어지니까 빼먹게 되고, 한 번 안 가니 그다음부터는 더 쉽게 빼먹었다.

집에서라도 운동을 해볼까 싶어서 사이클을 질렀는데, 지금 빨래 걸이로 쓰고 있다. 후…. 그럼 그렇지, 내가. 이렇게 돈을 하늘에 뿌린 게 한두 번도 아닌데, 난 자꾸만 나에게 속는다. – 마음만은 복근왕 S

  

  

욜로 10일, 강제 생민 20일

여름방학 때 학원 알바와 옷 가게 알바 두 탕 뛰어서 돈을 엄청 많이 모았다. 지갑과 마음이 풍족해서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개강 맞이 쇼핑으로 기분을 엄청 냈다. 나 월급 받은 줄 어떻게 알고 드럭 스토어까지 세일을 시작!

색조 하나 사러 갔다가 ‘나 돈 많잖아!’ 하는 기분에 들떠 기초 화장품 한 바구니에, 엄마 아이크림까지 사다드려 급 효녀로 등극했다. 그러다 10일이 지났는데, 어라? 통장에 아무것도 없어. 올 탕진! 막상 개강하니까 학식밖에 먹을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가난해지는 그 기분이란 허망 그 자체였다. 욜로의 대가는 언제나 강제 김생민이라는 차가운 현실. – 드럭스토어 VIP C

  

생민할 수 있을까?

돈은 그 순간의 기쁨(a.k.a. 덕질)을 위해 쓴다는 게 내 신조다. 콘서트 티켓이 풀리거나 ‘최애’를 보러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고민 않고 바로바로 지른다. 2주 정도 풍족하게 지내다 보면 곧 잔고가 바닥을 치고, 그때부터 잔액을 남은 날만큼 나눠 생민하게 사는 식이다.

저축왕 친구는 “너 정말 돈 모아야 한다”고 걱정하지만, 지방에서 올라와 생활하면서 찔끔찔끔 모아봤자 얼마나 큰돈 되겠나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럴 바엔 그냥 다 쓰고 죽자!’가 더 와 닿는 거지.

하지만 요즘은 진짜 욜로 하다 골로 갈까봐 두려워 손톱만 한 돈이라도 적금하려고 노력 중이다. 돈도 없고 자제력도 없는 나, 과연 생민하게 살 수 있을까? – 덕질할 땐 만수르 L

  

 

분명 ‘취존’하긴 했는데

‘가성비’ 따지다 보면 취향을 무시하게 되는 게 싫다. 난 기호라는 건 돈을 쓰면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마음에 드는 걸 사는 편이다. 근데 이상하다. 분명 내 취향을 존중하면서 샀는데도 후회되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인형! 너무 귀엽고, 옆에 두고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서 산다.

하지만 그 귀여움이 배터리처럼 닳아 종국엔 없어진다. 내 것이 되면 질리는 게 세상의 이치니까. 또 가끔은 책에 배신당하기도 한다. 서문을 읽고 너무 감동해서 샀는데 서문만 좋고 내용은 똥인 경우, 짜증이 확 난다. 그럴 땐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고 타코야키로 바꿔 먹는다. 먹는 건 배신하지 않으니까! – 귀요미 콜렉터 Y


‘생민’할 수도 없다

 

 

고르고 골라 ‘똥컴’

‘맥북’을 살지 적당한 가격에 성능 괜찮은 윈도 노트북을 살지 두세 달을 고민하다가, 두 배 비싼 ‘맥북’을 사면 너무 허덕일 것 같아서 약 70만원짜리 일반 노트북을 샀다.

그런데 무겁긴 겁나 무겁고 성능도 구리고, 쓸 때마다 자꾸 나사가 풀리더라. 자괴감이 들었다. 그냥 돈 더 들여서 성능 좋은 걸 샀어야 했는데…. 한두 푼에 연연하다 결국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짐 덩어리가 됐다. – 똥컴 유저 S

 

 

현자 타임이 오는 순간 자존감은 떠나간다

서울에 올라와 자취하느라 한창 돈이 많이 깨지던 때, 방법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뿐이었다. 똑같은 휴지인데 회사가 달라서 1000원 차이 나면 싼 걸 사고, 있으면 좋은데 내가 불편함을 참으면 안 사도 되는 물건은 3000원짜리여도 안 샀다.

그냥 한 번 사고 편하게 살면 되는데 그거 아끼자고 한 달 동안 불편하게 살면서 삶의 질도, 자존감도 엄청 낮아졌다. 아끼겠다고 궁상맞게 살수록 내 삶의 가치가 이 정도인가, 이 정도까지 바닥인가 싶어서 엄청난 현자 타임에 시달렸다. – 멘붕과 현타를 무한 반복 중인 P

 

 

최저가 광클 여행

여행 갈 때는 무조건 ‘최저가’를 생활화한다. 티켓, 숙소, 투어, 렌트 등 모든 면에서. 그러려면 같이 가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가끔 ‘내가 왜 찌질하게 이러고 있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짜증이 확 난다. 며칠 뒤에 가는 남자친구와의 오키나와 여행 준비도 마찬가지였다.

남자친구는 리조트에서 자고 싶어 하는데 난 숙소 비용을 줄이려고 하고, 4박 5일 있자는 걸 3박 4일이면 충분하다고 했다가 짠순이 취급 당했다. “넌 맨날 비싸서 안 된다고 한다”며, 서운하다고 하더라. 하루 더 자면 비행기 값도 많이 차이 나고 숙소비도 더 드니까 그런 건데. – 가끔은 최저가가 슬픈 K

 

 

편의점 음식의 최후

알바비 들어오기까지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돈이 없어서 편의점 음식만 먹은 적 있다. 쥐꼬리만 한 돈을 7일로 나누니 선택지가 없었다. 삼각 김밥, 라면과 초콜릿, 혹은 계란과 물. 라면을 자주 먹어서 그런가, 얼굴에 뾰루지가 어찌나 많이 올라오던지.

맛있는 음식이 당기는데 먹을 수가 없으니 너무 우울하고, 월급 들어오면 치킨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힘들게 억눌렀다. 월급 들어오자마자 억제했던 식욕이 대방출돼서 결국 또 아껴쓰는 것도 실패. – ‘치느님’으로 치유 받은 H

 

 

백 번의 검색과 천 번의 비교

소비를 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숙지한다. 가방을 산다고 하면, 요새 어떤 스타일이 잘나가는지, 브랜드의 주력 상품은 무엇인지, 세일은 언제 했는지 다 섭렵해야 한다. 그 후엔 네이버 쇼핑, 소셜 커머스, 지마켓 등의 오픈마켓, 뽐뿌, 쭉빵, 중고나라에 각종 가격 비교 사이트까지 다 둘러본다.

신발이나 화장품은 사람들의 후기를 많이 보고, 인증되지 않은 건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이렇게 고르려면 보통 며칠에서 몇 주씩 걸리는데, 결과적으론 뿌듯할 때가 많지만 그 과정은 사실 굉장히 피곤하다.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 재야의 검색 고수 J

 

 

집? 아이고, 의미 없다

학교 앞 원룸의 시세는 기본 1000에 50. 싼 집을 찾아 엄청나게 발품 팔아 발견한 집은, 전통 시장 안에 있는 보증금 1200, 월세 40만원짜리 투룸이었다. 에어컨, 세탁기 등 아무것도 없는 무옵션에다가 학교와 약 25분 정도 떨어진 거리였지만, 서울에서 이 정도 가격의 집을 구하긴 힘들 것 같아서 바로 계약했다.

친구와 보증금 600에 월세 20씩을 나눠 내고, 중고 매장에 가서 가전제품을 구매했다. 첫달만 좀 무리하면 2년은 편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의외의 복병. 겨울에 너무 추웠다. 집이 낡아서 보일러를 틀어도 춥고, 전기장판 틀고 누워도 입김이 올라오더라.

패딩을 수면복 삼아 어찌어찌 겨울을 버텨내자 미칠 것 같은 여름 등!판! 바깥보다 더 더운 실내에서 죽어가다가 결국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짐을 싸들고 과방에서 살았다는 슬픈 이야기. – 과방 점령자 C


[827호 – issue]

 

✔같은 이슈 더 보기

[YOLO vs 김생민] 텅장이라는 뫼비우스의 띠


선자야 기다렸데이

파친코 시즌2 지금 Apple TV+ 에서 만나보세요


아직도 망설인다고? 나 이제 후불인데?

서울시, 후불 기후동행카드 출시!

 

표지모델!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24 고다은

"10년 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후 다시 인터뷰하고 싶어요"

 

교수님께 간택당한 공대생은 고개를 드세요

너무 유능해서 교수님께 팥차받은 당신!

 

한국을 대표할 청년 무용수를 이끈 힘

안무가 권혁, 임선영 인터뷰

 

숙명여대에서는 교수님이 ASMR을 합니다

절대로 졸지 말고 들어주세요?

 

10시간 동안 김밥 만 썰 푼다

김밥축제 참전한 김천대학교 부스 인터뷰

 

[YOLO vs 김생민] 우리는 YOLO 할 수도 없고, ‘생민’할 수도 없다

 

[YOLO vs 김생민] 우리는 YOLO 할 수도 없고, ‘생민’할 수도 없다

 

[YOLO vs 김생민] 우리는 YOLO 할 수도 없고, ‘생민’할 수도 없다

 

[YOLO vs 김생민] 우리는 YOLO 할 수도 없고, ‘생민’할 수도 없다

 
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