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핏!’과 ‘그뤠잇~’ 사이를 한 달 동안 정처 없이 헤매다 보면 어느덧 자책과

후회로 뒤범벅돼 있는 우리의 영수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니, 도대체 쓴 것도 없는데

뭐가 문제인가 싶어 조목조목 따지고 봤더니….


 

  

   

01. 숨만 쉬어도 돈이 드니까

   

이것은 인턴 에디터인 나의 지난 학기 한 달치 영수증 중 고정 지출만을 추린 것이다. 입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에만 10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알바는 필수다. 겨울에 난방비 폭탄을 맞거나 갑자기 아플 때,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할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뿐인가. 대학 생활에 드는 돈도 생각보다 많다. 학기 초반에 교재비며 학과 활동비며 만원씩 야금야금 나가다 보니 한정된 돈으로 매번 한 달을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 방학 땐 자격증도 따야 하는데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 든다. 그 와중에 시간 맞춰 제깍제깍 빠져나가는 교통비 출금 문자는 얼마나 야속한지.

   

왜 늘 로션과 샴푸는 동시에 떨어지는 걸까. 무엇보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요구되는 지출이 크다. 이른바 관계 유지비. 팀플이나 학과 모임에 가면 커피나 밥을 사 먹게 되고, 친구들과 한 번씩 약속이라도 잡을라치면 2~3만원을 훌쩍 넘길 때도 많다(작년 먹거리 물가상승률이 최대치를 찍었다고 한다).

   

물론 그 순간은 재밌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후 겪는 공허함은 오롯이 나의 차지. 절제하지 않으면 탕진 게이트가 열리는 건 한순간이니까.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20대 소비자 지출 패턴 집중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들의 월평균 지출 횟수는 다른 집단보다 월등히 감소된 모습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만 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계 유지비, 품위 유지비 같은 비용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비단 취준생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02. ‘비지떡’이 취향인 사람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들은 일상에서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최저 비용으로 최대치의 효용을 뽑아내는 합리적 소비가 하나의 임무요, 과제인 현실. 실제로 발품을 팔아 ‘저렴이’와 ‘중고템’들을 찾아낼 때의 기쁨을 우리 모두 안다.

   

특가판매, 1+1 할인부터 각종 세일 정보를 구독하고, 소셜 커머스와 중고나라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최저가로 쇼핑을 하는 건 왠지 모를 뿌듯함을 선사하니까. ‘그뤠잇!’ 하고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고민도 늘어간다. 돈은 없는데, 해야 할 것은 여전히 많고, 감수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앞서 자신의 소비 생활을 증언해준 인터뷰이 대부분이 500원, 1000원을 아끼기 위해 싼 곳을 찾아가고, 좀 더 저렴한 것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돈의 편리함을 몰라서가 아니다. 45인승 일반버스보다 36인승 우등버스가 꼬리뼈에 편하다는 걸, 서브웨이에서 입맛대로 토핑을 선택하면 더 맛있어진다는 걸 우린 모두 안다.

   

아낀다 해도 티도 안 날 푼돈일 텐데, 정작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를 사는 게 합리적이지만 싼 것들은 대체로 비지떡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비지떡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어서.

   

비지떡을 골라야 할 때 가장 먼저 대상이 되는 품목은 혼자 해결해야 하는 끼니나 생필품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20대의 일상적 소비 대부분이 편의점과 대용량 커피 전문점, 다이소와 같은 실속 있는 공간에 대한 높은 이용도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는 궁색함 이상의 어떤 것을 지불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루 권장량의 70%나 되는 나트륨이 첨가돼있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면서 건강을 비용으로 치르기도 하고, 햇빛 들지 않는 집에서 곰팡이처럼 증식하는 우울감도 견뎌야 한다. 저렴하니까 참아야 하나? 젊어서 하는 고생인가? 위로해보지만 소비가 주는 좌절감은 언제나 개인의 몫인걸.

   

   

03. 애초에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어

   

그렇게 푼돈을 아끼며 받은 스트레스는 보고 싶었던 공연, 전시와 같은 문화생활을 통해 상쇄되거나, 홧김 소비를 통해 해소된다. 20대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의 소비 패턴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당장의 기분 전환을 위한 지출’이 크다는 것이다. 우울하고 지칠 때 먹는 ‘시발치킨’과 혼맥이 주는 위로란.

   

때로 캐릭터 굿즈, 네일아트 등 취향을 저격하는 소비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충동적인 지름 후엔 ‘현타’가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3일 욜로, 27일 강제 생민’의 삶이 거듭 반복된다.

   

‘단 한 번뿐인 삶인데 어때?’와 ‘스튜핏!’ 사이를 수없이 우왕좌왕하며 탕진과 후회로 점철된 뫼비우스의 띠 속에 갇혀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우리의 지갑을 노리는 요소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음식, 여행, 소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업로드 되는 무수한 인증샷들은 20대 소비문화의 핵심이라고 이재흔 연구원은 말한다.

   

단순히 재화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SNS를 매개로 상품 소비를 인증하고, 이것이 또다시 새로운 ‘인증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꼭 사야 할 것들’, ‘방학 때 꼭 가봐야 할 곳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지면서 어디서부터가 나의 욕구이고, 어디까지가 필요한 것인지 구분하기가 모호해진다.

   

이런 탓에 합리적 소비를 향한 여정은 숱한 실패와 좌절을 남길 수밖에 없다. 소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기준이 필요하고, 각자의 취향과 기호는 돈을 쓰면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욜로처럼 살 자유도, 김생민처럼 버틸 수 있는 초연함도 없는 대학생들은 곧 가성비와 ‘탕진잼’의 굴레에 잠식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부터 틀렸다.

   

누군가에겐 이를 선택할 만한 경제적 자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827호 – issue]

Intern 김영화 movie@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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