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완전히’ 남자거나 여자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이성애자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어쩌면 우린 너무도 당연해보인다는 이유로 질문의 기회를 놓쳐버린 걸 수도 있다. 여기, 젠더 여행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성별 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의 20대 회원 4명의 여정을 담았다.


 

 

# 우리는 항상 이 자리에 있었어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2살, *오픈리 퀴어 대학생 ‘말칡’입니다. 성 소수자 인권재단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어요. 제가 저 자신으로 살기 위해 필요로 했던 의료적 조치를 마쳤고, 행복합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하고 계시나요?

처음엔 젠더퀴어의 수많은 이름 중에서 제 명함을 골라보려 했는데, 모르겠어요. 레즈비언이든 트랜스맨이든 젠더퀴어든, 평가하려는 잣대만 들이대지 않는다면 뭐라고 부르든지 별 신경 안 써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닌 이름표를 붙이고, 나의 진짜 모습은 묵살하며 ‘그런 건 없다’라고 단언하죠.

저는 그냥 저예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애. 여자 좋아하고, 트랜스젠더고, 공부는 싫어하는데 오지랖은 또 넓어서 단톡방에 나랑 상관 없(어 보이)는 온갖 서명서 돌리고 다니는 애.

 

대부분의 사람들은 ‘퀴어’라고 하면 트랜스젠더나 레즈비언, 게이만 떠올리는데요. 당사자 역시 처음엔 잘 모르고 헷갈렸을 것 같아요.

교양 수업에서 특정 사회집단에 대해 연구 조사를 하는 과제가 있었어요. 뜬금없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사를 하다 보니 많은 트랜스젠더들의 삶이 저와 유사하더라고요.

‘아, 내가 트랜스젠더여서 어렸을 적에 치마 안 입겠다고 엄마랑 몇 시간을 실랑이하고, 총이니 칼이니 사달라고 조르다가 실패해서 형한테 웃돈 얹어서 사는 사기를 당한 건가?!’(물론 그런 사람이 다 트랜스젠더인 것도, 트랜스젠더가 다 그런 경험을 가져야 하는 것도 절대 아니지만요.)

그러던 중 *논바이너리에 관한 글을 보고 ‘이거다!’싶었어요. 학창 시절에 비슷한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에 동성애자 친목 카페에 가입한 뒤 묘한 이질감과 수치심을 느꼈던 기억, *바이너리 트랜스젠더들이 ‘여자다움’, ‘남자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기억이 조각조각 짜 맞춰졌어요. 날 대변해줄 단어를 찾은 거죠. 기분이 좋았어요.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주변에 커밍아웃한 적이 있나요?

어렸을 적부터 제 퀴어 정체성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내가 이렇다는데 뭘’ 하는 마음으로 살았죠. 그래서 굳이 자세한 커밍아웃을 하기보단 그냥 삶으로(?) 보여주는 편인데요. 많은 친구들이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는 “성별은 분류일 뿐이고, 분류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거기에 옳고 그름은 없어”라고 말해서 엄청 감동 받았죠.

제가 적금을 깨서 수술했을 때 크게 반대하셨던 엄마는 결국 저를 간호하러 와주셨고, 아버지는 혼자 내버려둬서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정말이지 큰 행운이죠. 저는 제가 퀴어라는 사실, 그리고 나를 순전한 나로서 바라보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감정에 공감하며 연대할 수 있는 능력은, 저 스스로 퀴어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체화하지 않고서는 갖기 어려웠을 거예요.

 

 

논바이너리’로서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화장실 문제가 가장 크죠. 예전엔 ‘저는 여기 들어올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다들 안심하시고 보던 일 마저 보세요’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가슴을 쭉 펴고 들어갔는데, 수술을 하고난 지금은 가급적이면 사람이 없을 때만 화장실에 들어가고, 급할 땐 후드를 뒤집어써요.

아무래도 요즘 몰카 같은 성범죄 문제 때문에 여성분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으니 경계심을 나타내도 불쾌하지 않은데, 이런 거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성 중립 화장실이 하루빨리 보편화됐으면 해요.

 

 

가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내 주변엔 성 소수자 한 명도 없던데!” 단언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런 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으신가요?

커밍아웃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해서 퀴어가 없다고 말하는 건, 마치 거리에서 장애인을 흔히 볼 수 없으니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이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철거되고, 장애아동·청소년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가 필요한 사회이기 때문에 장애인을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없게 되잖아요.

용기를 내서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들을 조롱하고, 이들의 존재를 반대한다는 발언을 너그러이 허용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를 볼 수 없는 겁니다. 주변에 성 소수자가 한 명도 없다고요? 글쎄요, 확실한 건, 우리는 항상 이 자리에 있었어요.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우리가 진리인 것처럼 믿고 따르는 수많은 제도와 통념의 대부분은 사실 정립된 지 한 세기가 채 안 된 약속들이에요. 호주제의 폐지가 고작 십여 년 전 일이고요, 결혼 제도조차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정착된 지는 백 년도 안 됐어요.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내 삶이 지향하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틀에 자신을 맞춰야 할 때가 많지만, 그걸 위해 지금껏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의 살아갈 인생 전부를 자기부정 속에 살지는 않았으면 해요.

 

*오픈리: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타인에게 숨김없이 드러내어 밝히는 것을 말한다.

*논바이너리(Non-binary): 성별 이분법을 뜻하는 ‘Gender binary’에 저항하며 만들어진 용어. 여성과 남성 이분법에 해당되지 않는 모든 젠더 정체성을 일컫는다.

*젠더 바이너리(Gender-binary): 이 세상에 성별은 남자 또는 여자 두 가지만 존재하고, 사람은 반드시 둘 중 하나의 성별만 완전하게 가져야 한다는 공고한 이분법적 사고 체계를 말한다.


 

 

# 네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게 진짜야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5세, A입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하고 계신가요?

남성 쪽에 가까운 트랜스젠더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알고,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억압하는 *‘디나이얼’ 기간이 길었어요. 어릴 때부터 느끼기는 했지만, 이걸 받아들이는 순간 사회적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열심히 부정해왔었죠. 그러다가 온라인에서 다른 *트랜스젠더퀴어의 삶과 일상을 접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논바이너리’ 정체성에 대해서는 아직 스스로도 고민이 많아요. 저는 제가 스스로를 ‘여성성이 강한 남성’으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그동안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교육 받아온 시간도 분명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정체성이 꼭 선천적인 것에 국한될 필요는 없고, 또 그것과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논바이너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가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내 주변엔 성 소수자 한 명도 없던데!” 단언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런 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으신가요.

제 동생이 그런 말을 해요. 그럴 때마다 ‘네 앞에서 같이 라면 퍼먹고 있는 사람이 성 소수자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논바이너리’로서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남성과 여성 어느 집단에서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요. 남성을 ‘오빠’라고 부르기 애매해서 동료로서 관계 맺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매번 화장실을 갈 때마다 고민하게 돼요. 그래서 성별 중립적 호칭과 화장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당신이 현재 느끼고 있는 것이 진짜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주변에서 하는 말들,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현상이야.”, “크면 괜찮아져.”, “넌 그냥 옷 취향이 보이시한 여자인 거지.” 이런 말들을 귀담아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같이 고민한다면 저런 말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나이얼(Denial): 자기 성별 정체성 혹은 성적 지향 등을 인지한 뒤 부정하는 것.

*트랜스젠더퀴어: ‘트랜스젠더’와, 규범적이지 않은 성별 정체성 혹은 성별 표현을 포괄하는 ‘젠더퀴어’를 아울러 지칭하는 용어.


 

 

# 주민번호 뒷자리로 날 설명할 수 없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인 20세 성소수자 ML입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하고 있나요?

논바이너리 팬섹슈얼 *에이로맨틱 엄브렐러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젠더 플루이드에 가깝지만, 비이분법적 젠더 정체성을 포괄하는 ‘논바이너리’란 표현을 쓰고 싶어요, 또 *로맨틱한 끌림을 느끼지 않는 ‘에이로맨틱’인 동시에 성별에 관계없이 *성적 끌림을 느끼는 ‘팬 섹슈얼’(범성애자)로 정체화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알고, 제대로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초등학생 때는 육체와 정신적 성별의 *디스포리아가 심해서 제가 트랜스 남성이라고 생각했어요. 2차 성징이 끝날 무렵부터는 어느정도 익숙해지면서 그냥 성별을 부여하지 않는 법을 택했죠. 2016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트랜스젠더퀴어 단체 <여행자> 부스에서 ‘논바이너리’라는 용어를 접한 후, 진짜 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았다고 생각했어요.

복잡한 젠더 용어로 스스로를 칭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요. 또 성별 이분법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이란 뜻에서 ‘젠더퀴어’로 정체화했습니다. 성적 지향의 경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끌렸기 때문에 처음엔 바이섹슈얼로 결론내렸어요.

하지만 규범적인 여성, 남성에 해당하지 않는 트랜스 여성이나 트랜스 남성에게도 끌림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면서 팬섹슈얼로 정체화하게 됐죠. 그러다가 무성애 담론이 떠오르고 에이로맨틱이란 단어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제 자신을 에이로맨틱 엄브렐러라고 새롭게 인지할 수 있었어요.

여러 번의 정체화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은, 제가 스스로를 성 소수자로 인식하고 그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젠더와 관련한 개념들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흥미를 많이 느꼈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제가 정체화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논바이너리’로서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세상에 오직 남녀 두 개의 성별만 존재하며, 그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여기는 세계관 아래 이루어지는 모든 말과 행동, 제도 들이 크고 작은 스트레스예요. 여성과 남성으로만 기입하게 돼 있는 설문지, 1, 2 혹은 3, 4로만 나누어지는 주민번호와 그걸로 너무도 당연히 성별을 짐작하는 것, 그리고 ‘여친’ 혹은 ‘남친’이라는 성별 분리적 호칭.

애인이 생겼다고 하면 둘 중 어느 쪽인지 물을 때도 마찬가지죠. 성별 이분법으로 매 순간 검열이 이루어지는 사회는, 트랜스젠더퀴어에게 친화적이지 못한 환경이에요. 고려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다 보면 ‘여기서 나는 존재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이분법적 성별이 상대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는 것. 그리고 상대의 성별을 멋대로 단정하거나 겉보기 성별로 판단하지 않는 것. 남,녀를 구분하는 언어나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 것. 정체성과 관계없이 성별 중립적인 말과 행동으로 대하며 그러한 공간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일상적인 차별을 줄이는 해결책이 아닐까요.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세상은 넓고 젠더와 그것을 가진 사람들 역시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본인이 여성과 남성 오직 두 개의 카테고리에만 속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 만들어진 용어들이 다양한 개인의 정체성을 대변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본인을 따로 설명할 수 있는 이름과 언어를 찾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을 의무로 여기고 얽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논바이너리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젠더퀴어’라는 단어는 성별 이분법에 순응하지 않는, 혹은 그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 정도로 해석 됩니다. 특정한 젠더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두지 않아도 이분법적 젠더 규범에 맞지 않는 존재로 자신을 정의하는 것 또한 충분히 정체성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트랜스젠더퀴어, 그리고 성별 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젠더 여행’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에이로맨틱 엄브렐러: 어느 누구에게도 로맨틱한 끌림을 느끼지 않는 에이로맨틱(Aromantic)의 다양한 하위 범주를 포괄하는 개념.

*‘로맨틱한 끌림’과 ‘성적 끌림’: 로맨틱한 끌림은 상대와 낭만적인 관계를 맺고 싶은 것, 성적 끌림은 상대와 성적 관계를 맺고 싶은 것. 두 가지 끌림은 구분되며, 끌림을 느끼는 성별 또한 다를 수 있다.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 자신의 젠더 정체성이 지정 성별과 다르기 때문에 오는 위화감이나, 자신의 1차·2차 성징이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위화감 혹은 자신의 젠더 또는 외모에 대한 타인의 인식 및 그에 따른 인간관계에서 오는 위화감 등이 있다.(출처: 『뜻밖의 여행』)


 

 

#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냥 ‘나’이고 싶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무디이고요, 20살 전문대학생입니다. 여러 가지로 덕질 하면서 지내고 있는 퀴어입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하고 계시나요?

젠더 플루이드, *안드로로맨틱, *오토코리섹슈얼입니다. 저는 중학교 이전부터 남성에게 로맨틱 끌림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고3 전까지는 게이라고 정체화해 왔어요. 하지만 젠더의 다양한 범주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제가 스킨십은 좋아하지만 섹스는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인지하게 됐어요. 이상한 건가 느끼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무성애 스펙트럼에서 저에게 맞는 용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토코리섹슈얼로 정체화하게 됐어요.

 

스스로의 정체성을 알고,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처음엔 많이 부정하기도 했어요. 개신교를 믿는 부모님께 제 성 지향성을 들키고 난 뒤 많은 폭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교회 설교 시간에 지속적인 혐오 발언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고, 집안에서 퀴어 커뮤니티를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어요. 너무 많은 혐오 발언을 듣다 보니 몸 상태가 나날이 안 좋아지기도 했죠. 무엇보다 저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그간 친구들에게 제 정체성을 말한 적이 있지만, 대다수는 안 좋은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고3 담임 선생님께서 “그 정체성이 지금 너와 나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니?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너무 감격해서 울음이 나왔죠. 항상 커밍아웃을 할 때 ‘주먹이 날아오지 않을까?’ 하며 마음 졸였고, ‘내가 남성애자인 것을 들키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정말 안심이 됐었죠.

 

사람들이 ‘논바이너리’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아예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존재가 배제돼버린다는 생각이 자주 들 것 같은데요.

정말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때로 부정되기도 합니다. 화장품 가게에 들어갔을 때 눈이 커지는 점원, 내가 쓸 화장품을 산다고 했을 때 놀라는 표정, 혐오 발언을 숨 쉬듯이 하는 동료, 교수, 친구, 가족들…. 나의 존재가 언어로 완벽하게 표현될 수 없고, 그래서 쉽게 이해 받을 수 없다는 것에 큰 아쉬움을 느껴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냥 저 자신으로 불러주고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저로서 살아가고 싶어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혐오 발언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길 바라요.

 

*안드로로맨틱(Androromantic): 남성 혹은 남성성에 로맨틱 끌림을 느낌.

*오토코리섹슈얼(Autochorissexual): 성적으로 흥분할 때가 있지만, 성적 행위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하지는 않음. 무성애 스펙트럼에 속한다.


[833호 – issue]

intern 김영화 movie@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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