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제곱미터, 평수로 따지면 4평 남짓. 꼭 필요한 세간만 간신히 들여놓을 수 있을 법한 좁은 면적이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이다.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놓은 보고서(2017)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년 5명 중 1명은 이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곳에서 살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미명 아래, 그동안 많은 것을 참아왔지만…

 

환기조차 어려운 꿉꿉한 반지하 방, 고개만 돌려도 화장실 변기가 보이는 비좁은 고시원, 닭장처럼 모두가 다닥다닥 붙어 살아야 하는 셰어하우스까지. 우리는 무엇을 더 참고, 얼마나 더 많은 고생을 해야 하는 걸까? 최저주거기준 미만의 환경에서 살고 있는 20대 5명을 만나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더 알아보기▶ 최저 주거 기준이 뭔가요?  

통계 자료를 통해 알아보는 20대들의 주거 환경 


# 친척 집, 고시텔 거쳐 반지하 거주 중

INTERVIEWEE 조건에 맞는 방이 없어 결국 반지하로 밀려온 C군

 

 

반지하에 살기 전엔 어디에 살았어?

남의 집에 얹혀산 이력이 화려한 편이야. 고향이 안동인데 학교는 경기도에 있으니 당연히 자취를 해야 했고, 경제적 여유가 없다 보니 월세가 부담스러워 지인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지. 친구 자취방, 부모님 지인의 다락방, 친척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 좀 먹었어.

하루에 쓸 온수의 양이 정해져 있는 원룸, 난방이 잘 안 되는 고시텔, 경비아저씨 눈치 봐야 하는 학교 연구실에서도 지내봤고. 지금은 1년째 반지하에 사는 중이야.

 

본가가 멀어서 기숙사 입사가 유리했을 텐데, 왜 기숙사에서 살지 않았어?

학점 기준 미달로 신청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지. 심지어 남는 방이 있는데도 절대 추가 입사가 안 된다더라. 또 우리 학교는 통금시간을 어기면 벌점을 누적해 퇴사시켰거든. 나는 학생회라 밤늦게까지 일을 할 때가 많아서 일부러 기숙사 신청을 하지 않을 때도 있었어. 기숙사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주지 중 가장 저렴하지만, 불편한 것도 사실이야.

 

계속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는데, 이번에도 반지하를 선택한 이유가 있어?

학교 근처에서 취업 준비하면서 잠시 지낼 방을 구하는데 돈이 부족했어. 모아둔 돈도 없고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민망해서 전세나 보증금이 저렴한 곳을 찾아야 했지. 그런데 괜찮은 신축 원룸들은 만실이거나 장기 약정을 원하더라고. 예산이 넉넉하면 고려해봤겠지만, 내 예산으론 턱도 없었어. 결국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내 조건과 맞는 곳이 여기뿐이라 반지하로 오게 됐지.

 

요즘 반지하 살겠다는 친구들이 있으면 뜯어말리고 있다며?

햇빛이 안 드는 곳에 사는 건 정말 고역이야. 반지하에 살기 전엔 몰랐는데 채광이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고. 어두침침한 방에 오래 있다 보면 우울해져. 환기는 꿈도 못 꿔. 언젠가 고기를 구운 적이 있는데 연기가 방에 가득 차서 느와르 영화 한 편 찍는 기분이 들더라니까? 더 악몽인 건 지난여름에 집주인이 복도에 모기향을 피웠는데 지금까지 향이 빠지지 않고 있다는 거. 하하.

 

창문을 열어두면 좀 괜찮지 않아?

1년간 반지하 생활을 하면서 창문을 열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몰카나 범죄 위험 때문에 열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우엔 창문을 통해 아스팔트 위의 흙먼지가 들어오는 게 끔찍해서 열지 않았지. 바람 부는 날씨에 일반 원룸에는 바람이 들지만 반지하에는 바람 먼지가 들어오니까. 창문에 시트지까지 붙어 있어서 그냥 창문을 벽이라고 생각하고 문 여는 걸 포기했어. 환풍기로 모든 환기를 해결하곤 해.

 

와… 생각보다 심각한데? 그것만 빼면 그래도 살 만해?

아니 전혀. 혹시 벌레 공포증이 있다면 도망쳐, 이곳은 벌레 소굴이야…! 일단 반지하 특성상 습하고 어두운 데다 내가 사는 건물 자체가 오래되기도 해서 벌레가 끈질기게 나타나. 모기, 거미, 바퀴, 돈벌레 등 뭐가 언제 출몰할지 몰라서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해.

처음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벌레를 쫓아보려고 했어. 근데 이제는 그냥 벌레를 키운다고 생각하거나 벌레가 사는 곳에 내가 얹혀산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뭐, 체념해버린 거지.

 

네가 이렇게 열악한 거주지만 전전하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음…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정부와 건물 가지고 돈 좀 만져보려는 투기꾼들에게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대학생 주거 문제는 학교의 책임도 크다고 봐. 전국 팔도 학생들이 거의 다 수도권으로 모여드는데. 수도권 소재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이 전체 학생 대비 10%밖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돼?

 

학교가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어떤 식으로 책임질 수 있을까?

학교 적립금을 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쓰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해. 몇천억씩 적립금을 쌓아둔 학교도 있다는데, 학생들의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 일부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 두 달째 동아리 방에서 살고 있어

INTERVIEWEE 동아리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F군

 

어쩌다 동아리 방에서 살게 됐어?

수업을 화,수,목요일만 들어. 학교에서는 딱 이틀 밤만 자면 되는 거지. 근데 본가는 서울, 학교는 강원도에 있어서 통학은 불가능해. 기숙사는 떨어졌고 자취방 구하기는 돈이 아깝더라고. 친구 자취방에서 신세 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그래서 회장 누나한테 양해를 구하고 동아리방에서 일주일에 이틀만 자기로 했어.

 

저런… 샤워는 어떻게 해결해?

5천원을 내면 학교 체육관에 있는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어. 동아리 방에서 체육관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라서 한번 씻으려면 큰 각오가 필요하지. 혹시 내 사정 모르는 후배랑 마주치기라도 할까봐, 아침 일찍 혹은 저녁 늦게만 씻어. 사실 세수랑 양치는 화장실에서 찬물로 대충 해결할 때도 많아. 씻을 때마다 5천원이 드니까 비용이 좀 부담스럽더라고. 그 돈이면 학식에서 밥이 두 끼인데.

 

동아리 방에서 지내면서 서러웠던 순간도 많았겠네.

일단 잠을 푹 잘 수가 없어. 누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 평소엔 9시 수업 듣는 애들 오기 전에 일어나는데, 한번은 알람소리를 못 들어서 소파에 누운 채로 동아리 사람들이랑 마주친 적이 있어. 얼마나 민망하던지. 그 외에도 서러운 순간을 말하자면 밤새야 해. 방이 없는 사람은 옷 한번 갈아입는 것도 쉽지 않아.

 

생활비는 직접 벌어서 써?

교내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고 있어. 체육관 이용료, 밥값, 교통비 다 합하면 한 달에 50만원 정도 돼. 그나마 월세가 안 나가니까 이 정도지. 자취방 잡았으면 추가로 아르바이트를 더 해야 했을 거야.

 

주 3일만 학교에 나오면 된다고 하지만, 시험 기간이나 축제 기간에는 거의 학교에서 살아야 하지 않아?

그렇지. 계획에 없이 오래 학교에 있어야 할 때는 빨래가 문제더라. 기숙사 문 앞에서 누가 카드키 찍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몰래 따라 들어가서 기숙사 빨래방 이용한 적도 있어.

 

기숙사에 붙었다면 좋았을 텐데….

기숙사 수용률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생각해. 떨어지면 대안이 없잖아. 학교를 다니기 위해 등록금이랑 맞먹는 자취방 비용을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거야. 원래 살던 지역에서 대학 다니는 사람 별로 없는데! 이 문제를 개인이 감당하라고 하는 건 좀 무책임하지.

 

청년 임대주택 같은 건 신청해봤어?

LH임대주택, 행복주택, 공공기숙사. 신청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어. 근데 인간적으로 신청 절차가 너무 까다롭지 않아? 게다가 혜택을 받는 사람도 거의 못 봤어. 20대 대부분이 주거 정책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면 애초에 정책이 잘못된 것 아닐까?

 


# 한 명은 화장실, 한 명은 쓰레기통 바로 앞에서 자야 돼

INTERVIEWEE 혼자 살기도 좁은 원룸에서 친구랑 같이 지내는 B양

 

 

현재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살고 있어?

올해 7월부터 학교 근처(강원도) 원룸에서 같은 과 동기 두명과 살고 있어. 사실 세 명이서 살 수 있는 크기의 방이 아닌데, 선택지가 없었어. 기숙사는 떨어졌고. 좀 살 만한 방은 너무 비싸고. 술집 바로 위층에 있는 방보단 나을 것 같아서 여기로 왔어.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해?

여기는 월세 대신 선세라고 일 년 치 방값을 미리 내거든. 그래서 휴학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서 선세를 냈고, 생활비는 죄송하지만 부모님에게 60만원씩 용돈을 받고 있어. 그런데 이 돈으로는 말 그대로 ‘생존’만 겨우 가능하거든. 밥값만 35만 원 넘게 드니까. 영화도 못 보고, 옷도 못 사고. 여행은 당연히 꿈도 못 꾸고. 그래서 특별한 일이 있을 땐 아르바이트를 따로 해야 돼.

 

정부에서 지정한 최저주거기준이 1인당 4.2평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

아니 전혀 몰랐네. 그니까 최소 4.2평엔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거지? 듣고 보니 그렇네. 다들 이렇게 불편하게 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어. 주변에 비슷한 크기의 원룸에서 셋이 사는 거 많이 봤으니까.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우리처럼 코딱지만 한 원룸에 셋이 살면 먹고 자고 씻는, 정말 기본적인 것들도 하나하나 다 불편해.

 

원룸이니까 공간 구분도 안 될 텐데….

공간 문제는 모든 싸움의 발단이지. 처음엔 개인 영역이 아예 없었어. 정사각형 원룸인데 입구에 화장실, 왼쪽 벽에 책상, 오른쪽에 침대. 거기에 알아서 짐 놓고 사는 거야. 옷장이랑 수납장도 한 개뿐이고. 매일 싸우다가, 결국 책상을 옮겨서 각자 구역을 나누는 작업을 했어. 베란다 앞, 방 가운데, 화장실 앞 이렇게. 각 자리마다 단점이 있어. 화장실 앞은 냄새나고, 베란다 앞은 춥고, 방 가운데는 자다가 밟히고.

 

자리에 대한 불만은 없어?

원래는 돌이가면서 자리를 바꾸기로 했는데, 친구 하나가 그나마 나은 가운데 자리를 혼자 쓰겠다고 고집을 피웠어. 근데 싸울 순 없겠더라. 과 동기라서 계속 마주쳐야 하기도 하고. 어찌 됐든 이 원룸에서 계약 기간 끝날 때까지는 같이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그냥 나랑 다른 친구가 참고 살아.

 

다음 주거지 계획은 어떻게 돼?

개강이 다가오면 수강신청 다음으로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게 주거 문제라고 하잖아. 집을 어떻게 구할지 막막하긴 하지만 일단은 혼자 살 계획이야! 근데 학교 앞은 월세가 비싸서 후미진 곳으로 가야 할 거 같아. 알아봤는데 혼자 살려면 거리, 치안, 쾌적한 환경을 다 포기해야 하더라. 답사차 그쪽 사는 친구 집에 가봤었어. 정말 살고 싶지 않은 동네더라고. 일단 전반적으로 집들이 낡았고, 범죄도 자주 일어난다고 하고. 친구 집 벽은 비 오는 날 물이 샌대. 곰팡이는 기본이고.

 

유독 학교 앞이 다른 동네보다 월세가 비싸지 않아?

임대업자들이 대학생들의 상황을 이용하는 것 같아. 수업을 들어야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 주변 방을 골라야 하잖아. 그 현실을 알고 질 낮은 집을 내놓는 거지. 좁은 면적에 어떻게든 많은 사람을 들여 월세 받으려고 방음도 전혀 안 되는 가벽을 세우기도 하잖아.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지를 않나. 건물 통틀어 세탁기가 하나뿐인 고시텔도 있고.

 

주거 환경에서 하나만 개선할 수 있었다면 뭘 하고 싶어?

단열재를 제대로 된 걸로 교체하는 거.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가을 넘어가면 베란다 근처에서 절대 못 자. 11월인데 벌써 동파를 걱정해야 해. 작년엔 동파 방지 요령대로 수도 틀어놓고, 보일러 관도 담요로 덮어 두었는데도 다 얼어서 한동안 못 씻고 고생했었어. 참, 패딩도 사야해. 난방이 잘 안 돼서 겨울엔 방 안에서 패딩을 입어야 하거든. 지금 가지고 있는 10만원짜리로는 택도 없던데. 걱정이다.

 


# 집이 아니라 잡동사니 더미 속에 파묻혀 사는 느낌

INTERVIEWEE ‘닭장’ 셰어하우스에 사는 D씨

 

 

현재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살고 있어?

관악구 대학가 근처 셰어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어. TV에 나오는 화려한 곳은 아니고, 30평 후반 정도 되는 낡은 주택에서 직장인 2명에 대학생 5명, 총 7명이 같이 살아.

 

7명이나 살기엔 집이 좀 좁을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은 우리 집을 보고 ‘닭장 셰어하우스’라고 부르던데? 많이 좁긴 해. 나는 3인실을 쓰고 있는데, 방에 이층 침대 2개가 놓여 있거든. 침대 공간을 빼고 나면 두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정도로 여유가 없어. 그러다 보니 옷장, 서랍, 캐리어 같이 부피가 큰 물건은 거실에 둘 수밖에 없고. 요즘엔 짐 더미가 부엌까지 침범해서 집이 아니라 잡동사니 더미 속에 파묻혀 사는 느낌이야. 어느 정도냐면 부엌에 자리가 없어서 밥 들고 방에 들어가서 먹을 때도 있어.

 

또 불편한 점이 있다면?

씻는 거! 아무래도 오래된 집이다 보니…. 저번 달엔 수압이 너무 약해서 관리인분이 임시방편으로 손을 봐주셨는데, 그 후로 물 온도 조절이 안 돼. 수압이 괜찮아진 대신, 두피가 탈 듯이 뜨거운 물 아니면 짱구가 깨질 것 같은 차가운 물만 나와. 그래서 씻을 때마다 “앗 뜨거! 앗 차가워!”를 부르짖으며 머리 감는 데만 30분을 소비하는 중이야(참고로 난 숏컷). 여기 살면서, 물이 적당한 온도로 콸콸 나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달았어.

 

그럼에도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뭐야?

집세가 저렴해서.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와 관리비 합쳐서 30만원 안 되게 내고 있어. 사실 처음부터 이런 곳을 선택할 생각은 아니었어. 예상치 못하게 기숙사 선발에 떨어지는 바람에, 당장 몇백만원이나 되는 보증금을 마련할 여력이 안 됐거든. 개학날은 점점 다가오고 내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없고. 고시원에 가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부동산중개자분이 저렴한 셰어하우스가 있다며 소개해주셨지.

 

월세와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서 쓴다고 들었어.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서 부모님께 손 벌리기 많이 눈치 보이거든. 일주일에 2번 학원보조강사로 일하고, 한 달에 2~3번 정도 단기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지. 그런데 나만 특별히 힘든 상황은 아닌 게 주변 친구들 중에는 더 어렵게 지내는 애들도 많아. 고시원 살면서 건강이 안 좋아져 휴학하고 본가로 내려간 친구도 있다니까.

 

어떻게 하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기숙사 신축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기사에서 봤는데,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이 단 17.2%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낮아서 10명 중에 겨우 1명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거지. 그렇게 입주 경쟁에서 밀려난 학생들 중에 나같이 돈 없는 ‘서울 유학러’들은 어쩔 수 없이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a.k.a지옥고)으로 향하는 거고. 대학 자체에서 짓든, 재단에서 행복기숙사를 짓든, 하루빨리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으면 좋겠어.

 

임대업자들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한다고 들었어.

맞아. 안 그래도 원룸 공실이 많은데 기숙사 들어오면 상권이 망한다고. 정말 이기적이지 않아?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집 같지도 않은 곳을 내놓으면서 보증금은 자꾸 올리고. 청년임대주택과 기숙사를 ‘혐오 시설’로 칭하는게 너무 화가 나. 자기 자식이 곰팡이 냄새 나는 손바닥만 한 방에서 산다고 해도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네.

 


# 보증금이 부담돼서 고시원으로

INTERVIEWEE 손 뻗으면 사방이 닿는 고시원에 사는 A양

 

지난 학기부터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고 들었어.

내가 살고 있는 신촌을 기준으로 학교 주변 원룸들은 보통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이야. 보증금을 더 올리면 월세를 5만원쯤 깎아주기도 하고. 신축 건물이나 오피스텔 월세는 80~90만원이나 해. 학생이 살 만한 가격은 아니지. 고시원은 학교랑 가까운데도 보증금이 없어서 경제적 부담이 덜 하니까 선택하게 됐어.

 

같은 고시원이라도 방마다 가격이 다르다면서?

창문, 화장실 여부에 따라서 많이 달라져. 창문이 있는 방이면 5만원 추가, 화장실이 있으면 또 5만원이 추가돼. 화장실에 샤워기가 있으면 또 5만원이 추가되고. 심지어 창도 크기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 나는 남녀 공용 층에 사는 대신 창문이랑 화장실을 추가해서 보증금 없이 월 40만원에 방을 구했어.

 

40만원도 학생이 부담하기에 적지 않은 금액인데….

학기 중이라 부모님께서 월세를 지원해주셨어. 생활비는 알바해서 충당하고 있고. 월세까지 내가 내야 하면 아마 알바만 해야 할 거야.

 

남녀 공용 층에 살면 불편하지 않아?

일단 문이 번호키가 아니고 열쇠로 여닫는 거라 혹시나 누군가 들어올까봐 무서워. 따려면 딸 수 있는 거니까. 세탁실에 갈 때도 혹시 누가 있을까봐 밤엔 잘 안 가게 되고. 내가 사는 층엔 특히 남자들이 더 많이 살았는데, 속옷을 널기도 불편했고.

 

식사는 어떻게 해결해? 고시원엔 보통 공용 주방이 있다고 들었는데….

뭐, 가끔은 공용주방에 준비된 밥과 김치, 라면을 집에서 싸온 밑반찬과 같이 먹기도 해. 그런데 말만 주방이지, 뭘 만들어 먹을 만한 환경은 아니야. 평소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약속을 만들어서 외식하는 일이 잦아.

 

고시원에 살면서 제일 속상했을 땐 언제야?

고시원이 얼마나 좁냐하면 침대에서 뭘 떨어뜨려도 누워서 손만 뻗으면 다 주울 수 있는 정도?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옷장 하나 끝. 화장실은 샤워부스처럼 붙어 있어. 하루는 아침에 고데기로 머리를 펴다가 놓을 데가 없어서 잠깐 침대 위에 고데기를 올려놨었거든? 그런데 실수로 깔고 앉는 바람에 화상을 크게 입었어. 감기 걸려서 기침을 좀 한 날엔 옆방에서 똑똑 두드리면서 조용히 하라고 눈치 주고. 별 것 아닌 일로 서러웠던 적이 엄청 많았지.

 

그럼 집을 옮길 생각도 있어?

늘 있지. 돈만 충분하다면 다시는 고시원에서 살지 않을 거야. 나중에는 꼭 볕이 잘 드는 큰 창이 있는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어. 작은 주방에서 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고. 밥만 해 먹을 수 있으면 편의점 음식에서 탈출할 수 있을 테니까.

 

 


[870호 – special]

Editor 김혜원 서재경 suhjk@univ.me

Campus Editor 김예란 박지원 서유정 원아연

illustrator 남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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