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학생입니다. 최근 전 남자친구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전 남자친구는 저를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저와는 맞지 않았죠. 정신적으로 교감을 나누고 싶었는데 저는 남자친구를, 남자친구는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짝이 맞지 않는 블록처럼 서로에게 흠집만 냈고 결국 헤어졌습니다.

 

헤어진 지 반년 째, 전 남자친구의 애교 섞인 문자 메시지가 문득 생각나네요. “오늘은 뭐 했어?”라며 묻는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불을 쓰다듬는 듯합니다. 다시 사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만나봤자 같은 문제로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만 줄 테니까요.

 

정말 ‘그’를 원하는 게 아니라, 연애를 통한 안정감을 원하는 상태일 뿐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성으론 결론 내렸지만, 전 남자친구에 대한 기억을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계속 품어봤자 소용없는 기억과 마음인데 확 불살라 버릴 방법은 없을까요. 매번 최민석 작가님의 답을 읽으면서 유레카를 외쳐왔습니다. ‘당신의 고민 당첨되셨수’ 하고 메일 오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어깨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겠어요.

 

 

먼저, 제 답변을 읽고 유레카를 외쳐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번 주에는 ‘윽. 이 자식 뭐야!’하며 험담하실까 두렵네요.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 The Empathic Civilization』에서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는 개념을 등장시킵니다. ‘공감하는 인간’이란 뜻입니다. 그는 이 ‘공감하는 인간’이 21세기를 선도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리프킨에 대해 조금 말하자면, 이미 『노동의 종말』에서 정보화 사회가 다수의 일자리를 잃게 할 것이라 했으며, 『소유의 종말』에서는 소유가 아닌 ‘접속’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상을 살 것이라 예언했습니다. 저는 그의 말을 믿습니다. 앞으로 세상은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의 문제 역시 ‘공감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일본과 협상을 한 외교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픔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사자들과 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며,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난 받는 것입니다. 공감하지 못하는 자들이 패권을 잡으면 세상은 어둠의 천지가 됩니다. 이처럼 ‘공감하는 능력’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공감 능력’은 어디에서 올까요? 상대의 고통을 가늠해보는 상상력에서도 기인할 수 있지만, 자신이 이미 겪은 경험에서 훨씬 강하게 기인합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 자신이 처했던 과거의 슬픔을 떠올라 마치 내 일처럼 상대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쁨의 경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슬픔의 경험’입니다.

 

산다는 것은 성가신 일입니다. 기말고사를 쳐야 하고, 리포트를 내야하고, 교수의 재미없는 농담을 감내해야 합니다. 게으른 녀석과 조별 과제도 해야 하고, 때론 실속 없는 고민 상담에 시간마저 뺏깁니다. 인간으로서 이런 일을 겪은 뒤에 남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같은 일에 처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여타 동물과 다른 것은 바로 이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 합니다.

 

과거 남자친구가 생각나서 괴로울 겁니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아픈 것이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입니다. 연인과의 이별이건, 가족과의 사별이건, 전학 · 이직으로 인한 이별이건, 우리의 생에서 이별은 지나칠 수 없는 정거장입니다. 그러나 이 힘겨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자라고, 단단해집니다. 상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맞닥뜨릴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누군가를 품을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지나온 길에서 헤매는 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 환기를 하거나, 새로운 사랑에 빠져 과거를 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헤어지고 난 뒤에 겪는 그리움과 미련 역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굳이 잊으려고 발버둥 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버거운 감정도 생명이 있어 언젠가는 서서히 사그라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이 감정과 함께 지내며 훗날, 단단해져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갑니다.

 

추신: 이럴 때 읽으면 좋은 책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 소설입니다. 『쿨한 여자』. 제레미 리프킨의 책 보다 재밌습니다. 하지만 고작 2쇄를 찍었습니다(이게 인생입니다). 흑흑.

 

 

<지난 고민 상담>
Q  다 포기하고 그냥 결혼하고 싶어요
Q  너무 마음에 안 드는 동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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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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