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23살 대학생입니다. 처음 대학교를 들어왔을 때는 뚜렷한 목표 없이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전공은 나에게 맞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회장품 회사에서 진행하는 대외활동을 하게 됐는데, 이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저에게 딱 맞는 일이었죠. 결국 화장품 관련 소셜 마케터가 목표가 되었습니다.

 

현실을 보니 사실상 화장품 회사는 전공 관련자를 선호하더군요.화장품 홍보 마케팅을 배운 적도 없고, 화장품 성분을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없습니다. 그래서 화장품 마케터 지망하시는 분들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어요.

 

졸업 후 화장품 마케터가 되기 위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다시 해당 전공으로 전문대라도 들어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너무 늦은 걸까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 이제는 어째야 화장품 마케터가 되느냐는 메일도 오는군요. 이 질문을 받은 저는 우선 깨끗한 A4 용지 한 장을 꺼냈습니다. 그 위에 대학내일 에디터의 이름을 크게 쓰고 벽에 붙인 뒤 다트 핀 열 개를 연달아 꽂았습니다. 속으로 절규하며 말이죠. ‘도대체 왜 칼럼 제목이 <Ask Anything>인거야!’ 이 제목은 마치 KBS 1TV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와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달러 환율이 올라서 걱정이에요’, ‘성시경의 패션 센스가 안쓰러워요’ 같은 메일이 올까 봐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질문자님의 절실함을 이해했습니다. 여러 메일 중에 유독 이 고민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화장품 마케터가 되려면 어째야 하는 거야?!’ 나조차 앞이 캄캄했습니다. 판사, 검사, 아나운서, 심지어 위생병이 되는 교육 기관은 있어도, ‘화장품 마케터’를 길러 주는 데는 없지 않습니까. 때문에, 에디터가 ‘하하! 작가님 이런 고민도 있습니다’라고 재미로 곁들인 메일에 저는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저는 이처럼 독자의 고민에 깊이 공감하는 소설가입니다. 참고로, 제 고민은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꼬박 사흘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사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너무 심해, CF를 15초짜리 영화라 생각하고 신방과로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난 후(“광고의 목적은 상품 판매지, 예술이 아니라고. 바보 자식아!”), 저의 착각을 후회했습니다.

 

하여, 한 줄 카피만 써서 먹고 사는 카피라이터가 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 줄을 쓰는 게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네 따위 녀석이 휘갈긴 한 줄에 회사가 도산한다고!”). 그후로도 영화 기자, 대학교수 별별 진로를 고민하다가 어느 국제구호 NGO의 직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 부서로 발령하는 바람에, 결국 사직서를 내고 소설을 썼습니다. 뒤돌아보니, 소설가가 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은 여러 진로를 고민하는 동안 ‘읽고, 공부하고, 경험하고, 실패했던 모든 것’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나요? 질문자님은 아닐 수 있으나, 저는 이토록 쉽게 흔들렸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꿈은 변할 수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친구와 가족과 선생들도 쉽사리 변했습니다.

 

체 게베라는 의사가 되려 했다가, 혁명가가 됐습니다. 베드로는 어부가 되었다가, 예수의 제자가 되어 순교까지 했습니다. 노무현은 변호사가 되었다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저와 동료와, 많은 인생 선배들이 변화를 받아들였습니다.

 

질문자님. 화장품 마케터가 되기 위해 하실 수 있는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생길 수 있는 변화 역시 대비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렇기에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뿐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십시오. 훌륭한 성품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학업을 게을리하지 마십시오. 논리적으로 말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훈련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화장품 마케터는 마케터 중의 한 명이고, 마케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이해해야 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된다면, 화장품 마케터건 다른 마케터건, 아니, 어떠한 직종에 근무하건, 도움이 될 겁니다. 건투를 빕니다. 일찍부터 고민하는 당신은 잘해낼 수 있을 겁니다.

 

 

<지난 고민 상담>
Q.정신적으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연애, 다시 할 수 있을까요?

Q.너무 마음에 안 드는 동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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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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