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역 5번 출구. ‘어린이 건강에 텐텐!’ 따위의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은 백화점약국 골목으로 들어서면 그곳에 <ㅈ닭한마리>가 있다. 3층짜리 건물이라 지나칠 수가 없다. 김 서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미 내부는 시장통처럼 시끌시끌 하다. 메뉴판은 보지도 않고 닭 한마리를 시킨다. 곧 행주를 삶는데 쓸 법한 커다란 대야에 하얗고 뚱뚱한 생닭이 가슴에 감자를 꽂은 채 담겨나온다.
가위로 커다란 생닭을 슥슥 자르고 15분 정도 팔팔 끓이며 익기를 기다린다. ‘야들야들’이라는 수식어는 이 닭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기름과 퍽퍽살이 잘 섞인 부분을 기술 좋게 잘 골라내어 뜯는다. 이 사이로 육수가 배어나오는 살을 씹고 있자면 ‘역시!’ 두 글자가 머리에 박힌다.
이 가게에서 초짜를 단박에 구분해내는 방법이 있다. 말갛게 하얀 국물로 먹으면 초짜, 마늘, 고추장 다데기, 간장을 슥슥 섞어 국물에 투척하면 고수. 이 집에서 닭 좀 먹어본 사람인 셈이다. 생닭을 끓여낸 벌건 국물이 졸아들어서 황금 비율에 수렴하는 순간, 드디어 닭 한마리님이 기적을 행하신다.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다던가? 그 분은 소주를 물로 바꾸신다. 진한 국물 한 숟갈, 소주 한 잔을 이어 마시는 순간 눈물을 흘리며 외치게 된다. 오! 닭님이시여!
걷던 자도 앉은뱅이로 만드는 기적도 일어난다. 어느 겨울, 술 잘 마시기로 소문난 선배를 데리고 이 곳에 갔다. 그날 가게 앞 빙판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워커를 신은 발목을 단단히 접질러서 나는 일주일간 일어서지 못했다.
간혹 새로운 언어 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솔직함을 친한 사이의 척도로 삼는 사람인지라, 술 마시고 나누는 대화를 참 좋아한다. 상대방이 “사실은 있잖아…”라고 운을 떼면 속으로 박수를 치며 기뻐한다. 그런데 유난히 이 닭한마리 집에서 나눈 대화들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대부분 개소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5분에 한 번씩 개 짖는 알람이 울리도록 맞춰놓고 알람이 울릴 때마다 소주 원 샷을 한 적도 있다. 당연하게도 왈왈거리는 개 네 마리가 되어 나왔다.
심지어 그 분은 나를 커플지옥에서 구원하시사 솔로천국으로 인도하셨다. 그 가게는 이별에 정말 최적화된 장소였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처럼 생닭의 배를 가르며 “그러,흑,니까 정말(다리를 자르고) 우리…(등을 가르고) 읍, 끝인 거야?” 은혜롭게도 그분은 이별의 순간에도 맛있어서 헤어지는 순간의 어색함과 괴로움을 잠시나마 덜 수 있었다. 꿋꿋이 한 대야를 다 먹었다.
고백하자면 믿음이 약해질 때도 있다. 통장 잔고는 줄어들기만 하고 약속하신 솔로들의 천국은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로 믿는다면 의심하지 말아야 하는 법. 그 분이 나에게 보여주실 기적을 믿으며 올 겨울도 종로 5가로 향한다. 닭한마리시여 오늘만큼은 휴대폰과 몸을 잘 간수하게 해주소서!
양념장 비율은 감으로 맞추는거죠
Photo_ Intern 정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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