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여자 친구가 박나래와 안영미를 너무 좋아합니다. 제 앞에서 박나래와 안영미 춤을 따라 추는데 눈살이 찌푸려져요. 어쩌죠? 섹드립도 따라 합니다.

 

박나래, 안영미의 춤이 어느 정도이길래 고민이 될까 싶어 저도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의외로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여, 제 주변의 지인들과 맥주를 마시며, ‘글쎄, 독자 중에 여자친구가 안영미의 춤을 춰서 골치라는 대학생이 있다니까’라고 하니, 다들 부러워했습니다.

 

“안영미 춤을 추려면 허리가 유연해야 하는데, 부럽다” “박나래 춤이라면 봉춤인데, 폴 댄스를 추는 여친이라니, 부럽다” “여친이 있다는 게, 부럽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으며, 소수 의견으로는 “대학생이라니, 부럽다!” 따위의 고민과 하등 상관없는 시샘도 있었습니다. 제 주변 인간들은 대개 한심하니 별 신경 안 쓰셔도 좋습니다.
저 역시, 큰 도움을 얻지 못한 채 며칠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두 가지 결론을 얻었습니다. 우선,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부터 해보죠. 어쩌면 질문자님은 안영미, 박나래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습니다. ‘삼류 소설가 양반,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이야!’ 할지 모르지만, 질투는 반드시 동성에게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여자 친구가 장동건, 원빈을 좋아한다고 하면 우리는 ‘약간의 질투’를 느낍니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류준열이나 안재홍’을 좋아한다고 하면, ‘조금 더 강한 질투’를 느낍니다. 내 주변에도 이 정도 인물은 있을 것 같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그러다, 내 친구나 선배에게 인간적 호감을 느낀다고 하면 그 감정은 매우 커집니다. 여자 친구를 잃을 위험이 일상적 수준으로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감정은 동성뿐 아니라, 이성에게도 연결됩니다. 여자 친구가 박나래, 안영미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나는 축소된 느낌에 빠져 그녀가 추는 춤과 농담까지 싫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에 내가 없어 보일 때, 우리는 불안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 느낌을 떨쳐 버리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취향과 포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포기’에 가장 능한 동물은 바로 인간입니다. 원숭이는 항아리 안에 담긴 바나나를 꼭 쥔 채 손을 빼려 합니다. 당연히 긴 바나나 때문에 손은 항아리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끙끙대며 손을 빼려 합니다. 바나나를 ‘포기’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행복은 역설적으로 ‘포기할 줄 아는데’ 있습니다.

 

유부남이 되면 다른 여성과의 연애를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포기하면 안정적인 가정의 행복을 누립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결혼을 한 후 제 취향을 ‘포기’했습니다. 제 아내는 감자를 매우 사랑하는데, 저는 감자를 끔찍이 싫어합니다. 이걸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내는 매주 감자 향연을 펼칩니다. 감자 샐러드, 감자튀김, 감자볶음, (고등어찜을 빙자한) 감자찜. 저희 집 냉장고는 감자밭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감자볶음을 먹고 나와 이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음식 취향을 포기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자 친구를 포기할 게 아니라면, 때론 자신의 취향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박나래, 안영미는 개그우먼입니다. 그렇기에 우스꽝스럽고, 과한 몸짓으로 웃음을 선사합니다. 아마, 질문자님은 조신하고, 단아한 여성상을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여성이 섹스에 관해 농담을 하는 걸 꺼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취향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여자 친구에게 눈살이 찌푸려진 것이겠지요.
그런데, 만약 질문자님이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섹스에 관한 농담을 한다면, 여자 친구라고해서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섹스에 관한 농담은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까요. 하나, 만약 질문자님께서 이런 농담을 전혀 하지 않는 점잖은 분이라면, 여자 친구의 농담쯤은 너그러이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게 굉장히 재밌습니다. 이참에 섹스와 관한 고전인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도 읽어보고, 나보코프의 <롤리타>도 읽어보고, 장개충의 <금병매>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여자 친구가 기겁할 만큼 해박한 성지식과 문학적 표현으로, 더욱 사랑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 제 소설 <쿨한 여자>도 조금 야하긴 합니다. 헤헤.

추신: 그래도, 감자는 지겹습니다. 이게 인생입니다.

 

<지난 고민 상담>

이제 와서 전공과 다른 일을 하고 싶어요 

정신적으로 교감하고 공감하는 연애, 다시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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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 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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